수상한 하루
이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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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철학자의 삶을 지배했던 세 가지 열정은 사랑에 대한 열망, 지식에의 탐구,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 역시 아직도 진실한 사랑을 꿈꾸고, 지식을 갈구해 책장을 넘기며, 타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해 가슴앓이한다. 여기 실린 아홉 편의 소설은 일천하나마 그 결과물이다. (p6~7,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네의 인생은 귀하고 소중하며, 누구네의 인생은 남루하고 비천한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세상의 중심에서 보란듯이 살아가고, 누군가는 세상의 귀퉁이에서 찌그러져서 아프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인 '이나미'는 '수상한 하루'에 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아니 고귀한 사람들이야 이런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아마 만날 일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민갔다 외식사업의 꿈을 안고 돌아와서 사업자금마저 말아먹고 변두리 지하에서 횟집을 하는 잔뜩 거칠대로 거칠어진 남자. 인터넷카페에서 여의사인양 행세하는 마트 아르바이트 여자. 고학력이지만 백수로 옥탑방에서 미니거북과 동거하는 여자. 낄 때,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나대는 연립주택 반장 아줌마, 노조 활동으로 짤린 전직 여교사, 남편에게 소외된 여자....
이들이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듯이, '수상한 하루'에 시린 단편들의 소재는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고 특이한 것이다.
  '집게와 말미잘'의 미국에서 부두 노동자였던 횟집 아저씨가 이웃 상인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쥐껍질을 벗겨서 문에 걸어 놓는 행동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여의사인양 신분을 속였던 여자를 저녁 파티(?)에 초대하고는 한 밤중에 횟칼을 가는 장면은 오싹함과 끔찍함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단편들에 담겨있는 리얼한 묘사들은 작가의 체험이 없었다면 결코 상상력이나 매체를 통한 지식만으로는 쓸 수 없는 글들이 여기 저기에 등장한다.
'집게와 말미잘'에서의 티베트 조장의 리얼한 묘사. 그동안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 접했던 내용들이지만, 소설속에서의 묘사는 아무런 숨김없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파묘'에서는 군복무 당시 유해발군단의 임무를 맡았던 주인공이 산소의 이장을 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때의 이장 과정에서의 파묘 모습, 수습,굿 등의 묘사.
'푸른 푸른'에서 군복무중 상사의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는 동생의 화장 모습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자크린느의 눈물'은 지하철 잡상인이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에서 사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참사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하철 화재 사건에서 죽어가는 주인공이 그 현장을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망자가 되어서 자신의 사체를 찾지 못한 가족들을 바라보는 모습. 영혼의 무게는 7g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그 가벼운 영혼이 자신의 길을 찾아 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무거운 영혼', '날지 못하는 영혼'이 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도, 부정(不淨)한 것도 아니다. 삶의 종착역은 더 더욱 아니다. 한때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이전에 무엇이 있었고, 넋은,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p139)
또한, 소설속에는 우리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작가가 우리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붓한 오솔길'  '따북따북 올라갔음' '허위단심 민친듯' '끄느름한 오늘' '쫑상거려 모은 천조각' 등등.....

'쑥할매'이야기는 노조 활동으로 해직당한 전직 교사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시절에 '따' 당하던 아픈 기억과 어머니에 대한 마음, 거리에서 쑥을 파는 할머니를 보고 떠오른 '할미꽃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옛추억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아마도 자각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기억에 남는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수상한 하루'는 이렇듯 세상의 모퉁이에 있는 남루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9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런데, 각 이야기들에는 씨줄과 날줄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처음엔 잘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와 이 이야기는 어떤 연관이 있지? 하는 생각에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부분들이 아닌,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는 부분까지 폭넓게 바라보고 사고하는 것이다. 소외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때론 남루하고 비천한 사람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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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새는 집 돈 모이는 집
윤기림 지음 / 살림Biz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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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돈관리 방법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었다고 하면, 무턱대고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주식시장의 전광판이 붉은 색으로 물든다고 하면, 주식시장으로 돈이 쏠리고, 한동안은 펀드의 열풍으로 TV의 오락프로에서까지 펀드를 부추기는 방송을 하더니, 펀드가 반토막이 났다고 울상들을 짓고 있다.
이것은 자산관리, 재테크에 아무런 경제적 상식이 없으면서 남이 돈을 벌었다고 하면, 이렇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 그곳에 돈이 몰려 갔다가 또 썰물처럼 빠져 나오는 것이다. 부동산도, 주식도, 펀드도, 금리도, 모두 불안정한 시기에 나의 자산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 주는 책이 '돈 새는 집 돈 모이는 집'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윤기림은 재테크 전문가로 7년간에 걸쳐서 강연과 자산관리의 상담을 통해서 얻어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 시대에 우리집의 돈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대한 관심사일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기때문이다. '쩨쩨하게 굴면서 매일 쪼개쓰고, 아껴쓰면서 절약에 절약을 하지만 돈이 새는 집'이 있는가 하면 '쓸 것 다 쓰고도 돈이 모이는 집'이 있으니 이에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한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우리집의 자산관리는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Life Style 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큰 그림. 즉, 언제 결혼을 하고, 집장만을 언제하고,자녀는 언제 낳을 것이며, 학자금은 언제 필요한가. 그리고,노후설계는..... 이것은 가정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런 인생의 큰 그림은 크게는 일생을, 그리고 작은 단위로는 5년미만으로 설계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이 큰 그림이 재무설계이며, 여기에 구체적인 집은 어떻게 살 것이며,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킬 것인가 등등을 생각하여 투자하는 것이 재테크인 것이다. 그래서 재무설계와 재테크는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어떻게 보면,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은 딱딱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또한 필요한 부분에 대한 표와 그림까지, 그리고 어려운 용어들은 따로 더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책을 통해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목표가 돈의 목표보다 우선해야 된다는 것이다. 돈의 목표가 먼저이다보면 우리들은 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5년안에 소득 구조의 다변화를 통해 투자 가능한 현금 규모를 늘려서 자산을 불리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우리들의 생활이 경제 관념이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는 것이기에 전반적인 경제 흐름을 알아야 할 것이며,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기본 실력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들에게 관심이 있는 세금, 부동산, 그리고 요즘 평균 연령은 늘어났지만, 일찍 은퇴하는 사람이 많기에 최대의 관심사인 은퇴준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돈'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무도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들은 책을 읽을 때는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또 모두 잊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권한 재테크와 자산관리 방법을 읽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나의 재무 설계와 재테크로 응용해 보아야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집의 미래를 위한 돈관리 방법은 이제 사람들이 몰려 다니는 곳으로, 아니면, 돈이 쏠리는 곳으로 찾아 갈 것이 아니라, 내 머리, 내 손으로 '나의 재무 현황'을 작성해 가면서 설계해야 될 것이다.
요즘의 경제 흐름이나, 자산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세금이나 노후자금 문제까지를 폭넓게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으며, 그냥 책을 읽고 지나친다는 생각보다는 생활에 응용해야 되겠다는 생각까지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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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서진 지음 / 푸른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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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에게 있어서 서점은 만남의 장소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라진 종로2가에 위치했던 종로서적의 입구는 언제나 사람들도 북적거렸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보다는 만남을 위한 약속장소로~~ 그러나 꼭 약속을 위한 장소는 아니었다.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나가서 새책코너을 둘러보고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손을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 그중 많이 선택된 책이 아마도 문고판이었을 것이다. 100권 이상 번호가 넘어가는 소형책자인 문고판을 한 권씩 사서 읽고 모으는 재미도 솔솔했으니까....
그리고, 학교앞에서 살 수 없는 대학교재를 사기 위해서는 무교동에 있는 전문 학술 서적을 파는 서점을 들리곤 했다. 지금은 이름도 잊혀진 서점이 되었지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활속에 자리잡은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에서 신간서적까지. 클릭만으로 내용까지 검색해 보고 카드결재까지.... 그리고, 다양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서점에 갈 기회는 줄어들게 되었다. 아들 동화책에서부터 학습교재까지 사주던 동네 서점은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며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이런 서점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이 아닌 북러버들의 성지라고 하는 뉴욕의 서점 순례기. 83+4일 동안 51개의 서점을 찾아다닌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게 간단 명료하지는 않다. 북원더러의 뉴욕 서점 순례기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아니, 여행에세이가 아니었어? 이 책의 장르가 소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가 소설가라고는 하지만,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는 장편소설 '체리'와 연작소설 '하트모텔'을 자체 출판하였으나, 별로 팔리지 않았고, 3번째 소설인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이 책도 그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는 않을 것같다. 그리고, 그는 인디 문화잡지 '보일라(VoiLa)'의 편집장을 지내며 30여 호의 잡지를 기획하였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대안출판 프로젝트 ‘한페이지 단편소설’을 운영하면서 다수의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문화웹진 〈나비〉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평범하지는 않은, 어찌 보면 책과 관련되어 낭만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름도, 그가 쓴 작품도 읽어 본 적은 없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느낀 것은 문장력이 유연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것은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는 참 독특한 책이라는 것이다. 뉴욕하면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록펠러센터, 링컨센터,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 센트럴 파크를 비롯하여 관광할 많은 곳이 있는데, 뉴욕의 서점가를 순례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 4차례씩이나. 그가 서점에서 찾는 책은 '내가 쓰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인생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 줄 책'을 찾는 것이다. 뉴욕의 대형서점, 소형서점, 중고서점, 그리고 분야별로 특화된 서점들. 동화책, 추리소설, 희귀본,예술서적, 만화책, 슈퍼히어로물 전문 등등~~~ 그런데, 이렇게 특화된 서점중에 게이가 작가인 작품, 또는 그런 류의 작품들만을 취급하는 서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점들을 돌면서 만나는 사람과의 인터뷰 형식의 글도 함께 실려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에세이 형식이지만, 이 책에는 3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북원더러인 이 책의 저자인 '서진', 그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책이라는 물건 자체를 좋아한다. 책 냄새를 좋아한다. 그리고, 서점 순례를 통해 서점들이 사라지는 것을. 종이책이 사라져서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미래에는 꿈같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이 걸려도 꽂혀 있는 책들의 절반, 그 반의 반도 읽지 못할 텐데, 이미 다 읽어버린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책들이 바로 눈앞에 있기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 무형의 지식과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읽기도 전에 경험한 것 같은 그런 착각말이다. 멋진 표지와 묵직한 장정, 책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종이 냄새는 또 어떻고, 나는 책의 내용을 사랑하는 것일까?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 일까? (p72)
또 한사람, '로버트',서점가에서 만난 사람으로 60년대 서점가로 꽉 들어찼던 뉴욕을 그리워하며, 아직까지 뉴욕에 서점다운 서점이 남아 있어 죽을 때까지 뉴욕에 있겠다는 사람이다.
마지막, 제니스. 미래에서 온 여자, 책이 사라지는 것을 구하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탄다면 구하고 싶은 세 가지 책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것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더라도 구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바로 '궁극의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세 명의 주인공은 쓰여지지 않은, 그러나, 쓰여진 책인 '도서관을 태우다'를 둘러싸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다. 그리고, 뉴욕서점 순례를 바탕으로 하여 찾아간 서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그 서점의 종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에게 책 속에서 나오는 내용인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탄다면 구하고 싶은 세 가지 책이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그에 대한 답을 실어 준다. 그 책들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즌지도 함께 덧붙여서 물어보고 내용도 실어준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이런 내용외에 로버트와 제니스라는 가공의 인물과 서진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듯이 픽션이 가미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바로 픽션인 것이다. 여행기에 소설적 픽션까지. 서점 순례기, 소설, 인터뷰 기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특색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가 알려주고 싶은 뉴욕서점들의 정보와 함께, 그가 아쉬워 하는 것은 음악에서 CD가 슬며시 사라지듯이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책이 북리더의 등장으로 어느 순간에는 사라질 것이며, 이미 서점들은 사라지고 있음이 너무도 확연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도서관을 태우다'라는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인데, 작가가 쓰는 글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꾸며내려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은 'The My Sterious book shop'의 파트타임 할머니의 충고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그냥 둘러보았던 서점에 대해서 써보는 건 어때요? 때로는 소설보다 논픽션이 더 픽션 같으니까. 어차피 소설을 쓰기 힘들다면, 지금까지 돌아다닌 것을 바탕으로 편하게 써요, 그렇게 워밍업 한다면 소설의 돌파구가 마련될지도 몰라요. 소설로 어설프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사설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좋으니까요. (p84)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 거기에 비례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종이책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고, 우리들은 편리한 문명의 이기인 전자책 리더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새 책을 받으면 갓 제본된 느낌의 빳빳한 책의 느낌, 그리고, 읽은 후에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다가 어느날 문득 뽑아서 읽으려는 순간에 느껴지는 묵은 종이책의 냄새. 그런 것들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을까?
그러나, 나도 아직은 '서진'처럼 종이책이 좋다. 그리고, 책 냄새도......
어느땐가 뉴욕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서점중에 몇 군데는 들려 보리라.
그리고, 그때는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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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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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로 청춘들에게 우리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이강엽' 교수가 이번에는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로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중년이후의 독자들을 찾아 왔다. 저자가 말하기를 '인생의 오후이거나 가을의 어름에 서 있는 모든 이들과 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한다.

'오후3시'

청춘이 쇠했다고 느낄 무렵이면 우리는 곧잘 포기한 채 어딘가에 걸터앉고 만다. 일어선 것도 주저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다. 누군가 이런 때를 오후 3시에 비유한 적이 있다. 무엇을 새로 하기에는 좀 늦은 듯하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른 시각이라는 것. 오후 3시. 그러나 아직 날이 훤하다. (책 뒷표지에서)
중년, 노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느낌을 '오후3시'로 참 잘 표현한 것 같다. 청춘들에게 열정이 있다면,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깊은 연륜이 쌓이는 때가 아닐까? 그들도 청춘시절이 있었기에 생동감있고 힘차게 세상을 살아 왔기에, 이제는 좀더 다듬어진 삶의 지혜들이 응집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또다른 새로운 길이 생기듯이 청춘이 끝난 자락에서 그동안의 삶의 지혜를. 그리고 세상살이 이야기를 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저자인 이강엽 교수는 오후3시에 도착하려는 지점에 있거나, 이미 그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53편은 전작인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보다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풍부해졌고 넉넉해 진 것이다. 바로 '일희일구(一喜一懼)' 인 것이다. 한 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로는 두렵다. 이 시기에 접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온 세월들이 쌓인 만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안목은 그만큼 깊고 높아졌을 것이다.
'현실에 꿈과 유머를 더한 것이 지혜' (p146)라고 했다. 이런 유머가 깃든 지혜가 옛이야기인 것이다. 대부분의 옛이야기들은 비유법을 많이 사용한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은유적으로 풀어 나감으로써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깨달음을 갖게 한다. 그런 장치로 옛이야기들에는 대조적인 인물이나 동물, 사물들을 등장시켜서 그 의미를 비교하게 되고 거기에서 또 깨달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옛이야기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그 속에 유머와 위트가 곁들여져 있어서 듣거나 읽는 맛을 더 해준다. 이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에 의한 현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에 해당되는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 나름의 신선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해석까지 해준다. 아무러면, 오후 3시에 접어든 사람들이 옛이야기를 듣고 그 해석을 못 할까마는 그의 해석은 때론,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해 주기에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들어 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도  재미있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흰 볼기, 검은 볼기'의 이야기처럼 똑같은 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인생에서도 똑같은 경우를 경험하기도 했을 것이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채근담에 나오는 말 중에
태평한 세상에는 몸가짐을 반듯하게 해야 하며, 어지러운 세상에는 몸가짐을 원만하게 해야 하고, 말세에는 반듯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p152)
옛 문헌에 나오는 글들이나 옛이야기들은 선조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농익은 경험과 지혜가 묻어난다.
'흑치상지의 말무덤'의 일깨움처럼 우리들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서둘러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너무 빠르면 무엇하랴~~~' 이것이 옛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인 것이다.
어느덧 인생의 가을은 깊을 대로 깊어서 가만 두어도 열매가 여물고, 단풍이 들며 잎이 떨어진다. 천리마를 타고 팔구백 리만 간들 어떻겠으며, 말을 잊고 하릴없이 가을 산을 소요한 들 또 어떻겠는가. (p221)
저자는 우리에게 옛이야기를 통해서 지나온 삶의 소중함과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치기에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놓쳤던 부분들,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마지막 말. 심상(心想). 그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말해준다.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귀재가 만일 사람에게 투자한다면 대체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투자할까? 보나마나 심상일 것이다. 사주를 보고 투자하면 하수이고, 관상을 보고 투자하면 중수이며, 심상을 보고 투자하면 고수이다. 또한, 과거만 보면 하수요, 현재도 보면 중수요, 미래까지 보면 고수이다. 심상, 그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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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아버지
카렐 판 론 지음, 김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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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네덜란드'하면 아름다운 풍차마을이 떠오르기도 하고, 유명한 화가인 고흐, 렘브란트, 몬드리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항상 함께 생각나는 것이 매춘, 안락사, 게이들의 결혼, 마약 등이다. 그만큼 네덜란드는 아름다우면서도 개방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쓰는 것은 '내 아들의 아버지'의 작가가 네덜란드사람인 '카렐 판 론'이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명망이 있는 작가라고 한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 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로도 활약을 하고 있다.
'내 아들의 아버지'
처음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아내의 외도? 소설은 상상의 세계이기에 외도에 관한 이야기도 얼마나 다양하던가.... 자신의 아내가 남편모르게 결혼을 했다는 설정까지.
그런데, '내 아들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소설의 주인공이니, 아들의 아버지는 그가 아니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아르민)는 30대  한 아들의 아버지이다. 아내 모니카는 10년전에 너무도 갑자기 감염성 질환에 걸려서 며칠만에 세상을 떠난다. 3살난 아들 Bo를 남겨둔채로. 아르민은 아내의 친구였던 엘런과 애인관계가 되는데, 그녀가 아르민의 아이를 낳기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되자 검사를 받게 되고,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무정자증 환자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인 'Bo는 누구의 아들이란 말인가. 누구나 닮았다고 하는 눈매와 왼발이 오른발보다 5mm 정도 작은 것은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죽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아들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추적한다. 아내가 알고 있던 남성들을 한 번쯤은 의문해 보면서.....
그 추적과정에서 아르민이 느끼는 모니카와의 사랑들. 그 사랑을 의심해 보기도 하고, 아내의 불륜을 추측해 보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이 네덜란드이기에, 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개방적이다. 아르민과 모니카는 아들을 낳아 기르는 부부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르민과 모니카의 사랑에 모니카의 친구인 엘런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성을 사귀는 과정에서 다른 이성과의 관계도 개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것들이 네덜란드의 성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르민과 모니카의 사랑, 아르민과 엘런의 사랑.... 히피적이고, 즉흥적인 자유연애와 동성 연애와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 안되는 것이기에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자유분방한 성문화속에서도 자신의 아들인 줄 알았던 자식이 다른 사람과의 외도에서 낳았다는 사실은 아르민에게 큰 상처로 다가온다.13년이란 긴 세월을 속아서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리라. 이와같이 이 소설은 내 아들의 아버지를 추적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로 출발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과연 누가 Bo의 아버지일까에 관심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강한 추리력은 없다. 어디에서 아들의 아버지를 찾아야 할지 실마리를 찾기도 그리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이야기의 구성이 과거와 현재를 어떤 규칙성이 없이 그저 왔다 갔다 한다. 어떤 사건이나 단상에 의해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무질서한 시간 이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른 아르민의 심리 변화는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결말은 반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추측조차 할 수 없었던 커다란 바위 하나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가져다 준다.

"여자가 잉태한 아이는 그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는다.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을 닮을 것이요, 난봉꾼을 사랑한다면 그 난봉꾼을 닮을 것이다. (p356)
번개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만도 못한 일이군." 나는 엘런에게 말했다. "진짜 인생은 할리우드 영화만도 못한거야." 엘런이 말했다. (p357)
한마디로 '쇼킹' 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우리의 정서로는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을까? 왜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었을까?
그렇게 큰 비밀을 가슴에 안고 아내인 모니카가 남편인 아르민을 마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게 된다.
'있을 수 있는 일'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그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빛과 어둠, 삶과 죽음, 오른편과 왼편, 이것들은 서로 형제이다. 이것들은 불가분의 관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선은 선하지 않고, 악은 악하지 않으며, 삶은 삶이 아니고,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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