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흩어진 날들
강한나 지음 / 큰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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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MC, 리포터, 기상 캐스터. 저자의 이력을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한 번도 방송을 통해서 만나본 적이 없다. 그녀가 일본 현지 기상 캐스터로 일하면서 날씨따라 도쿄 여행에세이로 내 놓았던 '동경 하늘 동경'도 읽어 보지 않았기에 이번에 처음 접해 보는 글들이다.
 
흔히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책들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가 사진을 겸한  여행 에세이이기에 큰 기대없는 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그녀의 글들은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다웠다.
미래만 바라보며 살지 마라./ 앞으로 펼쳐질 네 앞날이 온통 무지갯빛 초원일지라도,/ 지금 이 시간이 너에게 더 귀한 선물이다.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마음껏 사랑하고 또 마음껏 멈춰서라. / 더딘 속도로 간다고 네 삶이 덜 아름다운 것 아니니.... (P228)
2006년~2010년, 4 년동안의 일본에서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재미 또한 솔솔했다. 그것은 도쿄, 오사카, 고베, 나가사키, 등등~~~~ 의 관광지나 유명한 거리를 거니는 여정이라기보다는 그곳들의 감추어지고 싶고, 숨어버리고 싶은 낡고 오래된 풍경들이 이야기의 대상이기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티가 안나는 나라는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티를 내도 상관없는 나라. 새롭고 좋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낡은 걸 사용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당당한 사람들의 나라. (P91)
길 한복판의 작은 새끼 고양이, 낡고 볼품없는 자전거, 어딘가에 활짝 핀 꽃들,깨진 간판, 노숙자들, 분주히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
 
  그러나, 이런 시시한(?) 것들과는 달리 저자의 글들은 결코 가볍지 않고 저자의 마음이 담뿍 담겨 있었다. 그녀 자신의 꿈과 인생이. 그리고 떠나보낸 사랑이 있었다. 그땐 몰랐던 떠나 보낸 사랑, 떠나보낼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름답고 그리운 사랑. 그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세상은 쉽게 변해 버린다지만,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는 법. 분명 그는 누구보다 올곧게, 강인하게 성장했을거야. 값비싼 편리함보다는 불편함과 오래됨. 버려질 듯 버려지지 않던 것을 애써 선택했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난 깨닫지 못했던 것을 진즉부터 알고 있던,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P29)
거기에 전통을 사랑하는 일본의 오래되고 낡은 문화, 풍경들이 함께 어우려지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생각보다는 친구에게 다소곳한 소리로 들려주는 듯이 다가오는 글들이 '우리 흩어진 날들'의 글의 형식이지만, 그 속에는 시적인 표현들이 그녀의 문장력을 돋보이게 해 준다.
내가 학창시절 외우던 너무도 아름다운 '워즈워드'의 시 '초원의 빛'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다니, 과연 빈티지스럽기도 하다.
여기에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빛의 영광이여/ 다시는 그것이 되돌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러워 말라/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 오묘한 힘을 찾으소서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 ) P122
각 도시마다 특색있는 그림을 그려 넣은 '맨홀뚜껑'까지도 일본의 특색을 느낄 수 있기에, 그런 하나 하나에 포카스를 맞추는 그녀의 시선 또한 그 책을 읽는 재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막 낡은 고베의 #16 '여행 그 치명적인 약점' 에 보면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나온다. 여행에서는 '남의 것을 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하지만 그녀가 꿈꾸는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은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그렇지만 쉽사리 할 수 없는 일들인 것이다. 그것들은 여행이 만들어 내는 환상일지도 모르고, 그렇기에 지독하게 아름다운 일들이다. 나도 이런 꿈을 꾸어 볼 수 있다면~~~~ 그러나, 난 너무 현실적이어서 꿈꿀 수 조차 없는 일들. 그러나, 그녀의 꿈을 들여다 보니 부럽기만한 그런 꿈들.
'우리 흩어진 날들' 이 책 속의 글들에는 저자의  꿈을 간직한. 그리고 항상 노력하는 마음과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문장들로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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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비밀 - 어느 위대한 과학자가 남긴 연금술에 관한 위험한 두뇌게임
큐르트 에우스트 지음, 손화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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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소재로 많이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프리메이슨'이 아닐까 한다. 그들만이 지키는 엄숙한 의식과 비밀. 단체의 일원이 된다면, 영원한 충절과 신의를 지켜야 하는.... 비밀을 누설하거나, 배신을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될 것이다. 뉴턴이 이런 비밀스러운 단체인 '보이지 않는 비밀' 단체의 일원이었다면.....
  17세기의 천재적인 수학자이며, 과학자인 뉴턴,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일화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떨어지는 사과'일 것이다. 그리고는 물리 교과서의 첫 장을 장식하는 '뉴턴의 운동법칙'. 이렇듯, 뉴턴의 과학적 발견과 업적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 뉴턴이 연금술에 심취되어 있었으며, 프'보이지 않는 단체'의 일원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자살을 위장한 살인이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뉴턴의 비밀'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다.

역사학 박사학위를 가진 '마이 부릿포센'은 출판사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턴 프로젝트'를 맡아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을 알게 되고, 어느 화창한 봄날,파리의 카페에서 19명의 목격자가 있는 가운데 자살을 하게 된다. 그가 남긴 유서에 쓰인 단서들을 찾아서 그녀의 전 남편은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단서는 '감수(빼는 숫자) 그리고, 하트(heart)라는 단어가 5번씩이나 들어갔다는 것.
간단하지 않은 추적은 그야말로 '마이'가 자신의 죽음을 밝혀주기를 원하는 잇달은 단서들의 발견으로 전남편 '에벤 빅'의 천재적 해결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에벤 빅'이 수학자이기에 특히, 숫자와 연관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뉴턴 역시 과학자이기에 과학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오다 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좀 독특한 내용들과 접하게 된다.  또한, 소설은 소설의 내용과 액자 형식의 '마이가 뉴턴 프로젝트로 작성해 놓았던 '뉴턴의 비밀', 그리고 '마이'의 일기의 세가지 형식이 함께 어우러져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두뇌싸움을 방불케 하는 추리력,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단서를 풀기 위한 숫자와 문자들을 둘러싼 풀이 과정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읽을수록 책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생각에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에빈 빅'의 어린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그 기억들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기에,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것이 사랑하는 '마이'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아프게 다가온다.
사랑하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위장된 자살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이'의 행동도 또한, 아프게 다가온다.
책 속에 나오는 다음의 대사들,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빛과 어둠, 그리고 선과 악을 영원히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 우주에는 단 한 가지의 물질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하나의 영혼, 하나의 신 (p369)
'빛과 어둠, 그리고 선과 악을 영원히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악 그리고 선, 악.....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종이 한 장의 양면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p372)
그러나 악은 영원히 악일뿐. 영원히.... (p372)
선과 악이 이렇게 설명하기 힘들듯이, 천재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도 그 이면에는 비밀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추리소설의 묘미가 결말부분의 반전이듯이, '뉴턴의 비밀' 역시 한 번쯤은 추측의 화살을 던져 보기도 했지만, 별 의심없이 지나갔던 의외의 인물이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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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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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글부터 부담스러운 글귀로 시작된다.
'인지과학, 분자 생물학, 진화론, 플라톤 철학을 한 권에 담아내 소설' - 열거된 단어들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미미하기에 처음부터 잔뜩 긴장하고 읽어야 했던 소설이었다.
  또한,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인 '버나드 베켓' 역시 처음 접해 보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 성향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미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하고,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이다.
  작가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세계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쓴다. 환경오염, 자원고갈, 지구멸망, 우주전쟁, 로봇의 세계제패.....
'2058 제네시스'는 이런 상상속의 미래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도 끔찍한 상상의 세계인 것이다.
소설속의 상상의 나라는 2058년. 이미 2031~2032년에 전쟁과 전염병때문에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게 된다. 그것을 피해서 외딴섬에 해양방벽을 세우고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공화국이 세워진다. 공화국의 건국자는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염병에 대한 위협은 공동의 적이었기에 공화국의 유지가 쉬웠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긴장감은 둔해지고 공포 분위기도 사라지게 된다. 해양방벽을 지키던 아담이 어느날 배를 타고 떠내려오는 소녀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감금이 되고, 아담을 지키는 로봇 아트과의 이야기가 액자소설의 구조로 펼쳐진다.
이런 액자구조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인 아낙스가 공화국의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한 구술면접시험에서 3명의 시험관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그리고, 아낙스가 준비한 홀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낙스가 연구주제로 선정한 인물이 바로 아담이기에 그는 사례연구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4시간의 면접을 통해서... 그렇기에 이 소설의 목차 역시 특이하게 ㅣ교시, 첫번째 휴식시간, 2교시.... 로 표시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아낙스는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인데 그가 주창한 만물의 근원은 '혼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공화국의 건국자인 플라톤, 아낙스의 스승인 페리클레스, 연구대상인 아담, 그밖에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 과학자 등을 비롯한 잘 알려진 인물의 이름이 차용되는 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작품속에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야기의 얼개가 되는 인간 '아담'과 로봇 '아트'의 논쟁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감정이 없는... 그러나, 되풀이 되는 시도에 의해서 눈물도 흘릴 수 있고, 프로그래밍된 것만이 아닌 사람의 곁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면모를 갖출 수도 있는 그런 로봇의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든다.
과연,아담이 주장하는 것처럼 로봇은 '전기스위치를 복잡하게 연결한 깡통일 뿐일까?' 아니면 '관념이 만들어 낸 로봇은 로봇의 주장처럼 '사유하는 기계'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흙은 세포를 창조하고, 세포는 다세포와 뇌를 낳았으며, 뇌는 언어와 관념(idea)을 만들었고, 관념은 사유하는 기계인 로봇을 낳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가장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진화론도, 인지과학도, 플라톤 철학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철학적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인 '아담'과 로봇인 '아트'를 통해서....
그런데,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결말부분이다. '절대로 마지막 장면을 읽지 말기 바란다.'는 Michelle의 이야기처럼 반전의 묘미를 톡톡히 맛보게 해준다.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얻어 맞은 것같은 마지막 장면이 이 소설이 가진 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다른점'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이 사유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많은 생각들을 해보게 하는.... 그리고, 우리들의 2058년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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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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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하라 마리' 이제는 그 이름만으로도 친근하게 다가오며, 그의 글들을 떠올리면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는 지식의 샘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위트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미식 견문록'을 통해서 폭넓은 지식탐구와 날렵하면서도 섬세한 유머 감각을 느끼게 되었으며, 그의 유고작들을 엮었던 '문화편력기'는 '미식견문록'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국한된 것에 비해, '마리'특유의 통찰로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 탐구와 톡톡 튀는 반전의 재치로 독자들을 '요네하라 마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명 이야기'라니~~~~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들을 반전의 묘미로 '팡' 터지게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발명 마니아'에 실린 '마리'의 '궁극의 상상력'은 2004년경부터 '선데이 마이니치'에 연재되었던 글들이다. '미식 견문록'과 '문화 편력기'가 음식이나 문화 전반에 걸친 지식 탐구를 보여준다면, '발명 마니아'는 그보다 더 폭넓은 관심사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하루에 7권의 책을 읽고, 러사아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통역과 관련된 내용을 통역을 하기 전에 사전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책은 무엇이든지 섭렵한 그녀의 모든 지식이 축약되어서 나온 글들이고,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 '미식 견문록'과 '문화 편력기'를 읽을 때는 한밤중에 읽는 도중에 '마리'의 특징인 '허를 찌르는 반전'에 '깔깔~~' 웃거나, '하하~~'웃었는데, 이번의 '발명 마니아'는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하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아들이 초, 중학교에 다닐 적에 여름방학이면 골치거리가 '과학 탐구대회'에 출품할 발명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생각을 해도 떠오르지 않던 발명품들.....
그런 발명품을 '마리'는 100가지나 책 속에 소개하고 있다. 그 발명품들은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이 드는 황당무계한 것에서부터, 나도 언젠가는 그런 상품이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공감이 가는 발명품, 장난삼아 이런 것이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했던 것들, 그리고 너무도 그럴듯해서 지금이라도 실용성이 인정되어 상용화가 가능한 발명품까지.....
이렇게 기발하고 특이한 상상력이 동원된 발명품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발명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발명품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이 더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언니는 늘 세계 정세에 분노하고, 환경 파괴를 염려하며,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면서 진지하게 발명을 생각했습니다. 언니밖에 생각해 내지 못할, 언니밖에 못 쓸 글이 완성됐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린 아라이 야요도 실은 언니였습니다.(p507)- 이오우에 유리(요네하라 마리의 동생)의 말
'요네하라 마리'의 동생인 '이노우에 유리'의 말처럼 '요네하라 마리'의 관심사는 무궁무진해서 불쌍한 애완동물 돌보기에서부터, 세계정세, 환경오염, 지구 자원고갈과 온난화, 광우병위험보다 더 심각한 소를 비롯한 식용 동물에게 행하는 항생제 투여, 인공위성을 돈을 적게 들이고 쏘아 올리는 문제 등등~~~
특히, '궁극의 팍스 아메리카'에서는 그녀가 이 글들을 연재하던 시기에 세계적 관심을 가졌던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견해, 빈라덴, 북한의 동향, 한반도 정세 등의 국제 정세에 대한 내용들도 피력하고 있다. 
책 속의 재미있는 발명품들중에 '애완견 우산'과 짐을 많이 들었을 때의 '우산'
나도 애완견을 기르는데, 우리집 강아지는 밖에서만 용변을 본다. 장마철에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집에서는 응가를 하지 않으니, 비를 맞고 산책을 해야 하는 어려움. 그것을 해결할 발명품.

그리고, 도로에서 차가 막혔을 때에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했을 자동차의 변신. 바로 '궁극의 교통체증 탈출법'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런 발명품 하나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소개하는 '마리'의 '궁극의 상상력'이 더 돋보이는 것이다. 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지식의 창고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녀의 글들.... 그래서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글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그의 글을 대하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녀의 글이 밝고 위트가 넘쳐 흐르듯이 책에 그려진 삽화들. 'ARAI YAYO' 대충 대충 그린듯하지만, 그림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들을 아주 잘 표현한 책 속의 그림.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아닌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의 그림이라니....
"'마리' 여사.... 도대체 못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 보고 싶다.
그녀의 폭넓은 지식, 상식, 잡학....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이처럼 유쾌하고 기발한 이야기가 쓰여진 것이다.
  '마리'를 알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마리'가 원하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밝은 세상이었는지를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앞으로도 미처 읽지 못한 그녀의 책들을 시간나는대로 한 권, 한 권 찾아서 읽어야 겠다. 그리고, 아직 우리곁에 오지 않은 그녀의 책들이 또 출간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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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하루
이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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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자의 삶을 지배했던 세 가지 열정은 사랑에 대한 열망, 지식에의 탐구,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 역시 아직도 진실한 사랑을 꿈꾸고, 지식을 갈구해 책장을 넘기며, 타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해 가슴앓이한다. 여기 실린 아홉 편의 소설은 일천하나마 그 결과물이다. (p6~7,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네의 인생은 귀하고 소중하며, 누구네의 인생은 남루하고 비천한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는 세상의 중심에서 보란듯이 살아가고, 누군가는 세상의 귀퉁이에서 찌그러져서 아프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인 '이나미'는 '수상한 하루'에 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아니 고귀한 사람들이야 이런 사람들을 살아가면서 아마 만날 일조차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민갔다 외식사업의 꿈을 안고 돌아와서 사업자금마저 말아먹고 변두리 지하에서 횟집을 하는 잔뜩 거칠대로 거칠어진 남자. 인터넷카페에서 여의사인양 행세하는 마트 아르바이트 여자. 고학력이지만 백수로 옥탑방에서 미니거북과 동거하는 여자. 낄 때,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나대는 연립주택 반장 아줌마, 노조 활동으로 짤린 전직 여교사, 남편에게 소외된 여자....
이들이 평범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듯이, '수상한 하루'에 시린 단편들의 소재는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고 특이한 것이다.
  '집게와 말미잘'의 미국에서 부두 노동자였던 횟집 아저씨가 이웃 상인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쥐껍질을 벗겨서 문에 걸어 놓는 행동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여의사인양 신분을 속였던 여자를 저녁 파티(?)에 초대하고는 한 밤중에 횟칼을 가는 장면은 오싹함과 끔찍함을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단편들에 담겨있는 리얼한 묘사들은 작가의 체험이 없었다면 결코 상상력이나 매체를 통한 지식만으로는 쓸 수 없는 글들이 여기 저기에 등장한다.
'집게와 말미잘'에서의 티베트 조장의 리얼한 묘사. 그동안 여행 에세이를 통해서 접했던 내용들이지만, 소설속에서의 묘사는 아무런 숨김없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파묘'에서는 군복무 당시 유해발군단의 임무를 맡았던 주인공이 산소의 이장을 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때의 이장 과정에서의 파묘 모습, 수습,굿 등의 묘사.
'푸른 푸른'에서 군복무중 상사의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는 동생의 화장 모습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자크린느의 눈물'은 지하철 잡상인이 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에서 사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참사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하철 화재 사건에서 죽어가는 주인공이 그 현장을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망자가 되어서 자신의 사체를 찾지 못한 가족들을 바라보는 모습. 영혼의 무게는 7g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그 가벼운 영혼이 자신의 길을 찾아 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무거운 영혼', '날지 못하는 영혼'이 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도, 부정(不淨)한 것도 아니다. 삶의 종착역은 더 더욱 아니다. 한때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삶이전에 무엇이 있었고, 넋은,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p139)
또한, 소설속에는 우리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작가가 우리말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붓한 오솔길'  '따북따북 올라갔음' '허위단심 민친듯' '끄느름한 오늘' '쫑상거려 모은 천조각' 등등.....

'쑥할매'이야기는 노조 활동으로 해직당한 전직 교사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시절에 '따' 당하던 아픈 기억과 어머니에 대한 마음, 거리에서 쑥을 파는 할머니를 보고 떠오른 '할미꽃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옛추억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아마도 자각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독자들이라면 기억에 남는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수상한 하루'는 이렇듯 세상의 모퉁이에 있는 남루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9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런데, 각 이야기들에는 씨줄과 날줄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처음엔 잘 알지 못한다. 이 이야기와 이 이야기는 어떤 연관이 있지? 하는 생각에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부분들이 아닌,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는 부분까지 폭넓게 바라보고 사고하는 것이다. 소외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때론 남루하고 비천한 사람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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