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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ㅣ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의 작가로 어릴적에(9살~14살)에 프라하에서 살았으며, 약 20년간 러시아어 통역 일을 하였으며, 200 번 이상에 걸쳐서 러시아를 왕래했기에 일본인이면서도 동유럽과 러시아의 정서를 잘 아는 편이다.
그래서 러시아의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 그렇지만, 러시아사람들만이 아는 이방인의 경우에는 알 수 없는 우화때문에 배꼽을 잡고 웃어야 하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에서 맛없기로 유명한 '여행자 아침 식사'이다.
그외에도 작가는 음식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해 주는데, 프랑스말을 모르는 러시아인이 프랑스 레스트랑에서 옆의 프랑스인을 따라서 음식을 시키는 에피소드도 참 재미있다.
작가는 하루에 책 7권을 읽을 정도로 왕성한 독서욕을 가지고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선천적으로 왕성한 식욕도 가지고 있어서 별명이 쓰바키히메(냠냠공주)일 정도로 식탐도 많았다고 한다.
책의 부제가 '유쾌한 지식 여행자의 세계문화 기행'이라는 글과 너무도 딱 떨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음식에 관한 37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작가의 탐구적인 독서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프라하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맛 본 '터키꿀엿'과 한 숟가락 맛만 보았던 '할바'의 맛을 찾아서 그리고 그 뿌리를 찾아서 어른이 되어서까지 끊임없이 맛을 찾는 모습도 대단하지만,그와 유사한 맛을 가진 '터키꿀엿''할바''누가''규히엿''라쿠간''폴보로'가 그 원류가 서로 혈연관계일 것이라는 것을 백과사전을 비롯하여, 각종 문헌에 나온 자료들을 통해서 입증해 보기도 하고, 각각 그것을 만드는 방법도 찾아서 기록해 두는 것을 보니, '지식 여행자'라는 수식이 괜히 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맛을 찾으면서 겪는 과정에서 위트가 안 빠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이다.
전세계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감자, 토마토의 전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지식 여행자로서의 역할도 돋보인다.
감자가 러시아에 전래되었을 당시 그 생김새가 너무 못생겨서 먹기를 꺼렸고, '악마의 음식'이라는 소문까지 돌아서 표르트대제가 먼저 시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감자를 먹으면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또한, 감자의 맛이 싱거워서 그냥 먹기가 힘들어 소스, 버터 등을 곁들어야 했지만, 그 가격이 감자의 가격보다 비싸니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과정도 세세한 문헌을 찾아가면서 설명해 준다.
작가가 음식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 음식에 대해서 알고자 하면 문헌을 찾아 볼 만큼 찾아보고, 그 음식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으면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물어보고, 맛을 볼 수 있으면 그 맛을 비교하고 먹어보는 그런 스타일이다.
흔히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이 '미식견문록'이라는 제목에 이끌린다면, 세계적인 유명한 음식점이나 세계적인 음식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으나, 그런 코스별로 나오는 거창한 음식들이 아닌, 작가가 그동안의 생활에서 맛 볼 수 있었던 음식들, 그리고, 음식 재료 (감자, 달걀, 사과, 양젖, 토마토)등에 얽힌 에피소드이며 그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참고문헌(독자들이 듣도 읽지도 못했을 책들이 대부분일 것이다)의 구절 인용, 러시아 우화, 일본 우화, 속담까지 다양한 자료가 작가의 독특한 유머감각까지 동원된 재미있는 음식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 책의 글들의 특징은 어떤 이야기가 처음 시작될 때와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지는듯, 헛소문, 뜬소문, 뒷소문을 들려주다가, 결국에는 참고자료를 통한 깊이 지식을 알려준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전적 지식이 나오면 지루할 것같은데, 작가의 글이 워낙 재미있어서 지루한 감이 전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에 암으로 이 세상을 떠났으며, 요즘 일본에서는 '요네하라 마리'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은 처음 읽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호기심이 생겼기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계속적으로 읽으려고 한다.
또한,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이 선을 보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