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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열두 명의 현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 / 황소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2012'의 저자인 '윌리엄 글래드 스톤'은 예일대에서는 스페인 문학을, 하버드대에서는 문화 인류학을 전공하였다. 어릴적에 마야인들의 달력을 보고 놀라움을 가지기는 했지만, 별 생각없이 있다가 1987년 이에 관한 강연회를 듣고서 그때부터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래서 1989년부터 '2012' 소설의 구상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 소설이 꽤 오랜 시간을 걸쳐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야인의 달력에는 2012년 12월 21일이 마지막 날이기때문에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2012'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니고, 지구의 멸망에 관한 아이템만 같을뿐이다.
그렇다면, '마야력에 나오는 2012년 12월 21일은 지구 멸망의 날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마야인들은 이 날은 마야력의 마지막 날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기운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작가는 '2012'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을 읽기전에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어렴풋한 선입견을 가지고 읽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런 경우였는데, '2012'라는 단어만으로 지구종말론을 생각하게 되었다. 21세기에 접어들 당시에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같은 것을 연상했고, 또한 부제인 '열두 명의 현자'라는 타이틀과 코엘로의 '연금술사'에 비견되는 구도소설이라는 책정보로 주인공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 긴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12명의 성인들의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라는 어설픈 추측을 했던 것이다.
나와같은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아무런 선입견없이 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이 소설에 몰입되면서 재미있게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수 있을 정도로 책속에 빠져 들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맥스의 잉태순간부터(잉태순간을 빅뱅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세요)인 1949년 3월 12일 부터, 맥스의 탄생(?, 출생이 아닌 탄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책의 끝부분까지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마야력이 끝나는 미래의 날짜인 2012년 12월 21일까지의 맥스의 삶의 일대기와 같은 형식을 빌려서 연대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34장, 에필로그,후기)
여기에서 이 소설의 주제인 마야력이 처음 시사되는 것은 22장부터이다.
맥스는 부유한 가정의 허버트와 제인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지만, 처음 형을 만나는 순간부터 형의 폭력의 대상, 시기의 대상이 된다.
'맥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이 어디에 있든 그의 삶에서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있고, 자신이 완전히 평화로운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p19)
그러나,형 루이스는 폭력적이어서 ' 폭행이 늘어나자 맥스는 천적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이 일곱살에 버터 나이프로 자기 배를 찌르려 했다. 비록 비밀스러운 내면세계 속에서는 자기 존재의 잠재력을 보았고, 눈앞에펼쳐진 가능성에 가슴이 설레었지만 (중략) 맥스는 자신에게는 목표, 즉 진정한 사명이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을 지라도 그 모든 것에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가 있음을 깨달았다. 맥스는 칼을 내려 놓았다. (p20~21)
맥스는 6살에 겨우 말문이 터질 정도로 언어 구사 능력은 없었지만 그룹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할 정도의 자질과 수학등에 특출한 능력을 보인다.
학교 생활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그러던 중에 임사체험을 하게 된다.체험의 순간을 묘사한 글이다.
'그때 갑자기 밝은 빛을 꿰뚫고 아름다운 빛깔이 나란히 나타나더니 마치 각각의 다른 사물처럼 주위를 떠다니며 그를 감쌌다. 이윽고 그 색깔의 떨림이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문득 그 색깔들에 새겨진 사람의 이름이 보였다. 그는 그렇게 열두 개의 색상과 열두 개의 이름을 보았다. 하지만 그가 아는 이름은 없었다.
그러다 그 이름과 색상이 나타날 때처럼 순식간에 희미해지더니 순수한 흰 빛이 들어왔다. 그 변화의 순간, 맥스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존재들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절친한 친구 혹은 집에 막 돌아온 친척인 양 반갑게 맞이해주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존재들 같았다.
그것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여전히 행복하고, 부드럽지만 어떤 속박도 없이 활기차면서도 지극히 편안하게 기쁨으로 고동치는 순간이었다. 육체없이 자신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맥스는 죽었다.'(p36~37)
그이후 맥스는 학교도 예일대와 하버드대, 그리고 스페인 연수 등을 거치면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지만 그의 철학적 생각이 너무 획기적이랄까, 이를 이해못하는 교수들에 의해서 정신병원신세, 그리고, 졸업후의 생활도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아간다. 사랑, 그리고 헤어짐, 결혼 결심, 파혼,결혼, 이혼, 자신의 특출한 능력에 의한 사업 성공, 어떤 프로젝트의 성공, 또, 실패, 많은 재산, 그리고 파산에 가까운 가난 등......
이런 이야기들이 바탕에 깔려 있으면서, 마야력에 얽힌 '2012'에 접근해 가는 이야기의 틀이 주요 구성요소이다.
그렇다면, 맥스의 '임사체험'은 이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해 질 것이다. 임사체험을 통해서 12개의 이름과 12개의 색상을 보게 된다. 그 이름마다 그들만의 특별한 색상과 진동이 있다. 그것이 모두 결합되면서 완전한 색상을 가진 무지개와 진동의 교향곡이 된다. 마법의 멋진 광경처럼....
맥스가 첫번째 이름과 마주치는 것은 '고대의 미스터리를 찾아서 '의 스텝으로 페루를 갔을 때에 카메라맨과 함께 나타난 여성, 순간적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던 그녀...
"마법과 같은 밤이었어요,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그는 펜과 종이를 꺼내 마리아에게 연락 가능한 이름과 주소를 써달라고 했다.마리아는 그에게 자신의 정식 이름과 주소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마리아 마그달레나 마리레즈
222 칼레 데 라스 프로레즈
트루히요 9490 페루
순간 맥스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오래전 자신이 본,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바로 그 이름이 지금 그가 손에 쥔 한 장의 종이 위에 그의 시선을 뺏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마리아는 임사체험 (near death experience)때 맥스가 본 열두 개의 이름 중 첫 번째였다. (p118)
이런 장르의 소설은 읽으면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짐작해 보기도 하고, 어떤 순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이야기가 연결되기때문에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위해서 소설의 내용은 여기에서 줄인다.
맥스는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12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인가?
그 이름중에 '달리는 곰'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그를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이 12명이 모이는 것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을까?
이 인물중에 만나기는 했지만 도중에 죽는 사람이 있다.'B.N. 마하르스'인데, 이 사람은 델리의 오래된 천문대와 봄베이 외곽의 아잔타 동굴 등을 같이 여행하게 되는데, 이 유적들은 인도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많은 미스터리가 있는 장소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그를 만나려고 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수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기재되어 있다. 그중의 '21122012'의 의미를 맥스는 알아 낼 수 있을까?
알아낸다고 해도 'B.N. 마하르스'가 없다면 12명의 현자의 구성이 엇나가는 것은 아닐까?
이와같은 많은 의문들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해 정처없이 길을 떠나 도구의 길을 찾는' 이야기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연금술사'에 비견되는 구도소설이라는 책표지의 글때문에 12명의 현자를 찾아 길을 떠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어서)
맥스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랜 세월을 두고 우연히, 그리고 '현자'라고 보기에는 각양각색의 직업과 장소에서 살아가는 12명의 이름의 사람들을 접하는 과정과 그런 과정끝에 마야력의 마지막날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일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졌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깊고 차분한 목소리가 그들 주위로 울려 퍼졌다.
"여러분은 나를 예수나 무함마드, 크리슈나, 파드마삼바바, 부처와 같은 당신들의 신으로 보겠지만 전설은 나를 열세 번째 사도라고 하지요, 나는 순수한 에너지로 나타날 수도, 때로는 외계의 생명체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는 나를 당신들 사명의 실현으로, 그러니까 구세주나 메시아로 봅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 모든 믿음의 실현입니다. " (P313)
열세 번째 사도?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종교서가 아니고, 이 소설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와 관련이 있지만, 모든 신앙을 하나로 연결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이슬람, 유대, 카톨릭, 힌두, 불교, 그리고 무신론자를 포함한 주요 종교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책 뒷부분의 책정보 중에서)
또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바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얻기를 바란다. 보다 좋은 세상을 위한 희망, 개인과 모든 인류 존재가 힘찬 미래를 갖기 바란다. 마야인들에 따르면 달력이 끝나는 2012년은 삶에 대한 어떤 전망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책 뒷부분의 책 정보 중에서)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는 나로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면, 끝부분의 이야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썼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전설 속의 13번째 사도가 각자 찾아 오기를 바랐던 '그것'을 찾는 과정을 분량있게 다루어서 세계 각지의 풍물과 그 지방의 특색적인 이야기를 더했다면 두 권의 책으로 출간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2012'년을 '지구종말론'적으로 보지 않고, 희망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참 인상적이면서도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새로운 시대는 14만 4000년간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이 한 선택에 따라 끝없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자유 의지가 존재합니다. 이 시간, 이 장소에 당신을 있게 하는 것은 자유의지입니다.당신들 각자는 당신들과 살았고, 상호작용을 해왔던 다른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자신의 몫을 해냈습니다. 이 순간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귀결되리라는 것은 예정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이 행복의 시대를 지구로 불러온 것은 당신들의 사랑과 용기와 선택이었습니다." (P353)
이 책이 출간됨과 동시에 영화판권이 '피아노','펄프 픽션','잉글리쉬 페이션트'를 제작한 미라맥스에 팔려서 2011년 개봉을 위한 영화제작에 들어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