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망치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을만났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첫 느낌은 반가움보다 공포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영혼을 찍는 초고화질 카메라라도 가진 것처럼 내 마음 구석구석을 엿보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일단 경계하게 된다. 그 사람은 내 상처를 치유하고, 내 안의 가장 밝은 빛을 끌어낼 가능성을 지닌 사람인데도,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저항(Widerstand)‘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진정한 치료의 방향인지 환자 스스로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 치료의 방향에 역행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담 치료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환자들이치료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퇴행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치료 시간에 지각을 하거나,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든가, 의사가 중요한 질문을 해도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한다든가, 일부러 의사를 시험하듯 거짓말을 꾸며대기도 한다. 무엇이 내 ‘무의식과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필요한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과의 진정한 대면을 회피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만남, 그것은 위대한 타인과의 만남이아니라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나 자신과의 만남이다.
나르치스가 골드문트에게 ‘너와 나의 운명은 전혀 다르다‘
고 선언하는 순간도 그렇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와 자신이 결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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