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곳곳에 털뭉텅이가 날아다닌다. 비염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고양이 알러지도 있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유독 환절기가 되면 고통의 나날을 보낸다. 고양이 알러지는 없다가 생겼다. 면역력 저하로 없다가 생길 수도 있다더라. 그렇다고 키우던 고양이들을 버릴 수 없어 내 건강을 버리는 중이다. 자다 가끔 헐떡일 때가 있다. 쇳소리를 내며 헐떡인다. 숨이 모자라 곧 기도가 막혀 죽을 것만 같다. 천식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네뷸라이저를 구비해둬야 하나 고민 중이다. 가을은 매년 올 텐데. 짧지만 여름이 가면 반드시 지나가는 계절일 텐데.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코트를 몇 개월 입으면 금방 내년이 될 터다. 나는 한 살 나이를 더 먹을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던가. 이룬 것이 없다. 원대한 목적도 없이 살았는데 뭐가 그리 이루기 어려웠을까. 사는 게 바빴다. 사느라 정신 없었다. 살아있다는 것만이 이룬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루었다 자위하며 살 것이다. 나쁘지 않다. 나는 지금껏 너무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을 비난하며 사느라 허비했으니까, 별 볼일 없어도 잘했다 칭찬하며 나를 달랠 것이다. 이룬 것이 없다. 괜찮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내년의 목표는 전셋집. 그 하나만을 이룬다면 2022년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실패하지 않게 해주세요. 게으르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모순적이지만 꾸준하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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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하게 젖어드는 발가락이 시렵지 않은 계절이다. 하늘은 멸망을 기다리는 듯 어둡고 빗줄기는 차갑다. 어느 지천을 떠도는 도깨비가 이리도 구슬피 우는지. 불멸의 삶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가 보다. 어떤 날은 도깨비 신부라도 되고 싶은 기분이다. 미천한 신이시여, 내 삶은 이토록 어리석고 뜻이 없으니 제발 나를 데려가 신부로 삼아주시오. 나의 필멸을 나누어 당신에게 드릴 테니. ..... 드라마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날에는 도깨비의 퉁퉁 불어터진 눈두덩이를 걱정한다. 유독 늘어지는 때이다. 누군가 나를 주욱 비틀어 짜면 물이 쪼르르 나올 것처럼. 물 먹은 솜은 햇볕에 말리면 가벼워지기라도 하지. 나는 언제쯤 가벼워지려나. 푸욱 젖어 가라앉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맑은 날 산책만으로 뽀송뽀송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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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라 지칭하는 누군가는 과거의 나일 수도, 미래의 나일 수도,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내가 나일 거란 확신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가상의 누군가일 수도, 진짜 나일 수도 있어요. 어이가 없거나 허탈할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내가 써내려갈 편지들은 익명을 닮아 있을 거예요. 사노 요코가 미스터 최에게 진솔하게 털어놓는 글들이 부러웠거든요. 하지만 나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불특정한 당신에게 글을 쓰는 겁니다. 내가 누구인지 숨기고 당신이 누구인지 헷갈리도록 해서 말이죠. 첫 편지입니다. 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솔직해져야 해요. 감춰두고 나만 아는 것들도 좋지만, 어떤 말들은 뱉어야만 하더라고요. 솔직하지 못해 후회하던 날들이 있었잖아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날들이 많잖아요. 이렇게라도 적지 않으면 나조차도 알지 못할 것 같아 기록합니다. 우리는 거짓된 세상에서 거짓말을 하며 살죠. 똑같은 사람들이 되어 가는 거예요. 어리석게. 어리석은 물고기들처럼. 하는 거라곤 빠끔빠끔 입이나 벌리며 뭍을 겁내고 물속에 살지도 않는 플랑크톤을 잡아 먹는 상상을 하면서. 하늘을 볼 수 없는 존재들이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나는 가끔 우리가 공산품이 되어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물 안에 살면서도 세상이라 믿고 협소한 시야를 넓히려 하지 않아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살겠지만요. 편협한 사고 방식을 정답이라 여기며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버둥거리는 이들도 있어요.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죠. 반듯한 인간의 형태를, 잘 자란 성인의 형태를 띠고 싶지 않아요. 그럴 자신도 없지만요. 그래도 어른인 척 할 수는 있어야 하니까. 아이들에게 어른처럼 굴 줄은 알아야 하니까. 달이 깊습니다. 붉은 달은 언제 뜰까요? 딸기 같은 달이 떠오르는 날에 내 생각을 해주세요. 어느덧 새벽입니다. 이만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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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일을 하느라 책을 한 권 펼치면 한 달 안에 완독을 할까말까 한다. 지금도 지난 달부터 붙들고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는 왜 내 글을 뽑아준 건지. 기준이 낮다 하더라도 우선 감사하다. 오랜만에 책을 구매하려고 책을 넣고, 결제를 하기 위해 적립금을 확인했다가 당선 소식을 알게 되었다. 30,000원이나 생겼다. 인간이 참 어리석은 게, 5만원 어치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뒀다면 2만원으로 책을 살 수 있겠구나 하면 되는데 3만원 어치 책을 더 고르기 위해 고민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매번 책에 먼지 쌓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내 욕심이 지적허영심인지 알 수 없지만 곁에 두면 언젠가 읽는다. 흥미가 떨어진 책들도 언젠가 궁금해지는 날들이 올 것이다. 이를 테면 '사피엔스', '총균쇠' 같은. 똑똑해지고 싶어서, 그야말로 지적허영심의 끝을 달릴 때 구매를 했으나 반 절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책장에 꽂았다. 언젠가 읽을 것이다. 문명의 실체가 궁금해지는 날이 살면서 한 번은 오겠지. 어찌됐든, 독서와 서평에 있어 근사한 계기가 생겨서 기쁘다. 홀로 오르막을 오르는 길은 버겁지만 누군가 한 번이라도 등을 밀어준다면 걸음은 가벼워지는 것처럼. 알라딘이 내게 그런 역할을 해준 것이다. 사실 아직도 리뷰, 페이퍼, 리스트의 용도와 사용 방법을 잘 모르겠다. 그냥 쓴다. 쓰고 싶은 것들을 쓰는 거다. 기록을 하기 위해. 잊기 싫어서. 미처 흡수하지 못한 문장들을 잊기 싫어 적어두는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글을 적을 수 있을까. 처음으로 욕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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