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막을 횡단하면서 생각한다. 사막에서 무엇을 낚을 것인가. 사막에서 낚을 것이라곤 사막박에 없다. 낚싯대, 줄, 바늘, 찌, 미끼는 필요 없다. 사막에서의 낚시는 그렇다. 아무 것도 없이 사막을 낚는 사람이 사막의 낚시꾼이다.


2

어떤 사막의 낚시꾼은

허공 한 마리를 끌고 집으로 간다


3

비늘도 없고 풍덩! 소리도 없다

텅 빈 바다처럼

아무 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다

하늘의 정적

땅의 정적

소름끼치는 정적속에서

마침내 귀가 운다

내 귓속의 바다에서 물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4

어떤 사막의 낚시꾼은

사막으로 노를 저으며 온다

무슨 환어들을 잡는지는

술 취한 그에게 물어 보시라




출처 : 고비,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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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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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상처라면

첩첩산중이 나의 집이요


내가 너의 영광이라면 

거리가 나의집이요


내가 너의 사랑이라면

머무는 곳이 모두 

나의 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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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철장 그물 속의 새처럼 살아야 하는

가여운 내 영혼에 낯선 거리의 사람들이

엿보는 저녁 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하이얀 전등이 지친 몸으로 잠시 쉬고 있는

거리의 어느 쓸쓸한 귀퉁이에서

꿈속의 여왕, 아내의 미소를 보았다

흐릿한 시야를 사라지는 나비의 꿈..


아~ 꿈속이었을까

세월은 흘러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길 떠난 나그네처럼 살았으니

 

 

새는 자유를 얻어 바람같이 허공을 나를 때

내 영혼의 아내, 꿈속의 여왕은

시들지 않는 꽃으로 내 곁에 맴도니

아~ 나는 늙으나 그대는 아직 청춘이구나.



<몽상의 시학>


언제나 철장 그물 속에 사는 가여운 내영혼이라고 화자는 고백하고 있다. 시적진술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자신이 어떤 형벌에 갇혀 사는 수인임을 진술하고 있다. 과연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나그네처럼 떠돌았을까? 아마도 화자는 천하를 훔치려다 발각되어 고향을 떠나 천하를 주유하는 나그네의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 


시적 화자로 나오는 나그네는 세상속으로 잠행하다가 하이얀 전등이 지친 몸으로 잠시 쉬고 있는 거리의 어느 쓸쓸한 귀퉁이에서 꿈속의 여왕, 아내의 미소를 본다. 나비가 나를 꿈꾸는지 내가 나비를 꿈꾸는지, 장자의 호접몽에 나오는 신화적 사유가 시적장치로써 돋보인다.


꿈속에서 세월은 흘러 시인은 낙양의 외로운 새가 되어 방랑하는 음유시인이 되었으나 나그네와 함께 동행하는 꿈속의 여왕은 시들지 않는 꽃으로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나그네의 꿈속의 아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탄식한다. 세월은 흘러 자신은 늙어 백발이 되었으나 자신의 아내는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맴돌면서 애틋한 정분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만난 아내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 하는 나그네의 꿈은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어딘지 모르게 슬픈 정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들판의 곡식이 익을 때면 천하를 떠도는 나그네의 묵직한 발걸음과 고단함이 베어 있는 낙양의 외로운 새는 석양의 하늘아래에서 거리를 떠도는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서 아직도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맴도는 꿈속의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나그네의 사랑과 애환을 엿볼 수 있는 시적 감동이 돋보이는 시이다.



 꿈과 잡담 ---> https://frycar01.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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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오디세이 한자 오디세이 1
정춘수 지음 / 부키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2000자에 달하는 한자를 어원 중심으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쓴 책이다. 한자의 형성 원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으며 한자의 의미가 발생한 기원까지 수록해 놓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한자가 형성되기까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까지도 자세히 소개시켜주고 있다.


이 책은 한자 자체에 대한 정보 제공의 차원을 넘어 한자와 관련된 신화와 전설, 역사와 문화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한자가 발생한 기원부터 유래까지 알 수 있어 학술적 가치도 매우 높다.


이 책을 읽으면 사전적 기능부터 한자가 탄생한 배경까지 알 수 있도록 머리속에 속속 들어오는 한자와 관련된 풍부한 자료와 사례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또한 상형문자로써의 한자가 어떻게 인문학의 발전에 기여하는지, 뜻 글자의 깊고 오묘한 철학적 사유까지 읽을 수 있도록 단어 하나 하나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한자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까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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