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외로운 전화를 걸고 있는 그녀의 은밀한 시선을
엿보다가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응시하며 강박충동에 사로잡혀 환상
도로를 횡단한다.
2.
지구의 극지, 툰트라에서 꿈도 없이 내리는 폭설이거나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열대성 저기압의 고비 사막이거나
아니면 시베리아 벌판에서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한 찬바람이거나
3.
머나먼 쏭바 강*을 걷고 있는 이방인에게는
그녀의 펑퍼짐한 엉덩이는 적도의 열풍, 뼈마저 타오르는 적도의 열풍,
오늘도 뭇 사내의 눈길을 받으며 날마다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그녀의 환
상도로에서 잠시 쉬고 있다보면
아~ 배암이 생각난다 독사의 독기를 한껏 품고 있는 꿈틀 꿈틀 몸부림치
고 있는 그 배암이 생각난다
그 옛날 이브를 유혹했던 그 배암~
* 베트남의 정글을 가로지르는 강
<몽상의 시학>
이방인에게 환상도로는 무엇일까? 환상도로를 횡단하면서 이방인은 무슨 환상에 빠졌을까? 도로는 속도의 함수이다. 질주하는 도로는 속도에 뒤쳐진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방인은 도로의 속도를 위반하는 타자의 모습이 아닐까? 이방인은 도로를 응시하다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외로운 전화를 걸고 있는 그녀의 은밀한 시선을 엿본다.
하여 강박충동에 사로잡혀 환상도로를 횡단한다. 환상을 횡단하면서 문명의 타자가 된 이방인은 도로의 저편을 응시하다가 그녀의 은밀한 시선과 마주친다.
환상도로는 도로의 바깥, 문명의 외부를 의미하는 하나의 은유다. 그래서 꿈도 없이 내리는 폭설이거나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열대성 저기압이거나 시베리아 벌판에서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한 찬바람이거나, 어쨌든 환상도로는 시적 진술에서 문명의 외부, 질서가 지배적인 도로 문명의 바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외로운 전화를 걸고 있는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했으니..
환상도로에서 그녀의 시선을 몰래 엿보다가 시적 자아는 환상을 횡단하고 머나먼 쏭바강이 흐르는 문명의 바깥으로 외출을 한다. 정글 속에서 본 그녀의 은밀한 시선은 적도의 열풍, 뼈마저 타로르는 적도의 열풍이 되어 질주하는 환상도로의 속도는 의미가 증폭된다. 정념의 강밀도는 환상도로에서 가속화되는 것이다. 하여 정념이 사라지면 혹한이 불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적 자아는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하고 머나먼 쏭바강을 이방인이 되어 걷고 있는 것이다. 역설의 미학이라고 할까. 어쨌거나 환상도로는 환상적이다. 날마다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그녀의 정념으로 가득 찬 환상도로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독사의 독기를 한껏 품고 있는 꿑틀 꿈틀 몸부림 치고 있는 원죄 의식이 생각난다.
그 옛날 아담을 유혹한 이브를 유혹했던 그 배암이 생각난다. 혹한을 애인처럼 동반한 도로의 문명에서 타자가 된 이방인은 쏭바강이 흐르는 정글에서 환상도로의 원죄를 누설한다. 차들이 질주하는 환상도로에서 머너먼 쏭바강의 환상을 횡단하면서 은밀한 환상을 누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