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시나리오 작가는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았다!


  훌륭한 각본이 있어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진다 생각한다. 좋은 각본은 구성이 튼튼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아있다. 하나의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설계도를 그리고,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처럼, 시나리오 작가역시 플롯을 구성하는 데 공을 많이 드린다. 설계도가 잘 갖추어진 작품은 절반은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시나리오간의 연관성을 잘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2000년 이전의 고대 현인에게 비법을 전수 받는 느낌이라 할까. 저자가 보기로 드는 잘 알려진 영화들로 인해, 그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 더욱 큰 힘이 된다. 구성이 탄탄한 영화의 비밀을 엿보고, 시학을 이해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분이다.


# 세 문장을 잘 만든다면, 이미 한 편의 영화의 얼개를 다 잡은 것이다.


  좋은 글을 쓰는 일은 구성을 잘 다지는 일이라는 걸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이란 책에서 알게 되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에서는 인물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 하나를 잘 잡으면 영화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시작부분에 주인공의 행동의 최초 동기가 소개되고, 중간부분에 인과관계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며 갈등이 드러나고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가 나타난다. 마지막에서는 갈등을 해소하고 삶에 대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떻게 변했다.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행동의 변화를 잡아내는 일이 이야기를 만드는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점은 행동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행동 자체가 인물을 드러내도록 하는 점이다. 작가의 작위성이 들어가지 않고, 인물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 하는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이 중요한 요점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시학의 내용에 부합되는 장면들을 <록키>, <아메리칸 뷰티>, <글레디에이터>, <대부> 등 21편의 영화들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무심코 영화를 보았었는데, 구성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탄탄한 구성이 잘 이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영화속 인물들의 행동에는 작가의 사상이 스며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스며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일부러 넣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의 행동에 스민 성격의 특징으로 인해, 하나의 행동들이 인과관계에 의해 자연스레 갈등으로 이어지고, 갈등의 해소를 통해 주인공들은 삶의 진실을 얻게 된다. 그런 삶의 진실은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있던 당시의 연극에 존재하는 합창단, 즉 코러스는 영화에서는 시지각을 이용한 플래시백과 다른 장치들을 통해, 현대적으로 적절하게 해석한 점도 보기 좋았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사영화들도 드라마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인물의 행동을 통해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인물의 섭취, 욕구, 감각, 운동, 사고 능력을 활용하는 점은 실제 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을 때 유용할거라 생각된다.
 

# 시나리오 작법의 입문서로 손색없는 책.

   좋은 글쓰기 책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통찰력이 필요하지만, 세 문장을 만드는 일부터 이야기의 구성이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맺음말에서는 시학의 원칙에 벗어나 자신만의 진정성으로 영화를 만들어낸 작품도 소개되어 있다. 기본기를 다진다면, 응용도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소설가나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에게 권하고 픈 책이다. 읽고나서 후회하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