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관에서 글쓰기 - 영화로 배우는 글쓰기 완전정복
이권우 외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7월
평점 :
# 즐겁게 영화를 보고, 꼼꼼히 생각을 하며, 글쓰기를 완성해 보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좋아하는 글귀 중 하나이다. 책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는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는, 좋은 영화는 인간의 삶을 바꾸기도 한 글귀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진한 감동을 주어 눈가에 비를 내리게 하는 영화도 있고, 줄거리 없이, 그냥 웃음만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진행하는 영화도 있다. 다채로운 무지개의 색깔만큼 영화의 색도 다양하다. 영화를 보고, 감독이 주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어가며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귀여워 웃었던 애니메이션에서 웃음 가득한 액션영화에도 감독의 의도는 깊이 숨겨져 있다. 복어처럼 보이는 영화를 정성들여 잘 분해해서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면, 창의적인 글쓰기가 된다고 주장하는 영화기자와, 7년간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강의한 독서평론가가 만나 영화평이기도 하고, 글쓰기 교재이기도 한 책을 펴냈다. 영화와 글쓰기,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공통점이 꽤 많았다는 걸 알게된다.
# 딱딱한 글쓰기가 아닌, 좀더 유연한 글쓰기 교재.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내가 채색하고 윤색한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면, 조금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괴물>에 대한 영화평을 읽으며, 한강에 나타난 돌연변이 괴물을, 왜 소시민들이 없애야 했는지, 정부의 늑장대처와 한강과 괴물의 숨은 의미를 차근차근 생각하고난 후, 글쓰기 방법론을 만나게 되면, 우리 안의 무의식의 괴물에 쉽게 다가설 수 있게한다. 글은 형체도 움직임도 볼 수 없지만, 영화는 영상을 매개로 하기에,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쉽게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의미까지 알게되면, 하나의 철학이 담겨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글쓰기 역시 자신만의 생각을 타인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는 행위라는 점에서 둘은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쿵푸허슬, 웰컴 투 동막골 등의 재미나고 감동적인 영화도 있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인크레더블, 카 와 같이 어린아이들도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때론 깊이있게, 때론 색다르게, 하지만 일관된 4단계의 형식으로 영화를 보는 관점을 키우고, 그 영화의 주제와 닿아있는 글쓰기 방법론을 배우다 보면, 글쓰기라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 꾸준히 생각의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생각의 헝겊을 잘 이어 붙이는 보자기 만들기라는 점을 알게 된다. 쓸모없게된 자투리의 천도 배열과 균형을 잘 맞추면 아름다운 물건으로, 다용도의 용도의 물건으로 변신하게 된다. 좋은 옷을 처음부터 잘 만들려고 하면 잘 되지 않지만, 천을 쪼개는 연습, 하나씩 배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자기만의 감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꾸준히 성찰적 에세이와 서평을 쓰는 연습, 독서와 '왜'라는 물음표를 계속 다는 연습을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 영화, 표면 아래의 의미까지 깊이 이해해 보다.
영화평에서는 4단계로 나누어져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스토리라인으로 전체적 흐름을 잡고, 주제 콕콕 따지기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이있게 생각해 본 후, 생각 팍팍 키우기에서 주제 뒤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의 폭을 넓히게 해 준다. 때론 유연하게 생각하기를 통해 감독의 메세지와 반대 방향에 있는 의견제시도 할 수 있게 된다. 옳은 정답이 아닌,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찾는 4단계의 접근방법은, 작가가 글쓰기를 하는 순서와 잘 연결되어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찾고, 그에 해당하는 근거와 그에 반대되는 내용을 제시해서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는 행위의 완성이 영화평이라고 할까. 영화들 속에서 글쓰기의 방법을 배우고, 글쓰기의 방법을 종합해서 완성된 센스넘치는 영화평을 볼 수 있게 된다.
# 어려운 글쓰기가 아닌,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글쓰기 방법론.
저자의 오랜시간 학생들과 부딫친 경험의 노하우가 잘 드러난 책이다.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충분히 토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상대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제시하면서 생활하지 못하는 학창시절의 습관들은 대학교에서 레포트를 쓸 때, 인용과 짜맞추기, 아부로 이어지는 악습과 글쓰기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학습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것을 알게되었다. 자신이 평소 하던 활동에 좀 더 설명을 붙여 A4 한장의 5문단의 글쓰기를 능력을 키우면, 더 넓은 많은 글의 양도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결국 5문단의 글을, 결론과 서론을 빼면 세문단의 주제어를 생각해내는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글쓰기에 힘겨워한다.
고기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게임도 많이 경험해 본 애들이 잘하듯이, 글쓰기 역시 많이 써봐야 늘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좋은 글을 읽는 독서의 행위가 수반되지 않으면, 곧 그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글쓰기를 학습하는 일은 자신의 내면의 샘에 두레박을 잘 던지는 요령을 배워 물을 빨리 길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 우물에 충분한 독서를 통해 깊은 물을 채우고 튼튼한 파이프를 세우는 일이 더욱 시급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간에 글쓰기를 늘릴 수 있는 비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쉽게 주제를 이해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이 잘 제시된 책이다. 많은 글쓰기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는 여기에서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과 <진짜 사고력>, <진짜 문장력>에서 이야기하는 부분과 겹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글쓰기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쓰는 요령을 알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3권의 책도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조금 진득하게 글쓰기를 하려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하루 두 시간, 2년동안 300권이 넘는 글의 흔적을 남기고, 그 세배가 넘는 책을 읽었다. 여전히 세련된 글쓰기에 멀어있지만, 2년전 처음 쓴 책에 대한 흔적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진 내 자신을 느낄 수 있다. 큰 기대없이 꾸준히 읽고 쓰면 그 결과가 언젠가 돌아올거라 믿는다.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닌다면, 나보다 10년은 빨리 시작하는 셈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주일에 한권씩 읽기 시작해도 지금의 나보다 백권이상은 읽는 셈이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특별히 자신이 무언가 할 방향을 찾기 못한 학생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쇼프로그램, 배우 등등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쓰는 일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마음이 가는 것들에 대해 쓰기 시작하다보면 결국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알게 될 실마리를 잡을 거라 믿는다. 나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큰 가능성을 가진 그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