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말을 걸다 - 밥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는 인생찬가
권순이 지음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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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삭아삭, 눈, 코, 입이 즐거운 음식과 이야기의 만남.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음식 하나는 존재할거라 생각한다. 내게는, 집에서 식구들이 먹지 않는 반찬들과 고추장,  밥이 부대끼면서 만들어지는 어머니표 볶음밥이 이제까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다. 29가지의 식재료와 관련된 이야기와 33가지 음식 요리법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자신의 삶의 철학과 에피소드와 잘 어울리는 음식, 이야기와 함께 음식을 들을 때마다, 입가에 침이 고인다. 매일 세 번의 식사를 권할만큼 먹는 일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식재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섯가지 감각기관도 즐거워졌다. 거기에 먼저 산 이의 작은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 에피소드와 함께 만나는 두 아이를 둔 아주머니의 즐거운 수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끓이는 음식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이 스며 있기에 먹는 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준다. 음식을 요리하며,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눈에 보일듯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과자와 차를 두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아주머니의 수다를 보는 듯하다. 봄날의 다가옴을 느끼며 애탕국을 준비하며, 타이밍이 어긋나버린 좋아했던 선배의 사랑이야기와 후배가 여자친구를 위해 끓여주었던 애탕국을 맛보고, 화가 날 때면 그 순간을 추억하며 속상한 마음을 녹인다는 이야기, 요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수다를 다 듣고 나면, 실제 요리한 사진과 함께 요리법이 등장한다. 맛깔나는 음식 사진과  직접 요리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법까지 읽고 나면 한 편의 수다는 끝이 난다.

  감자쌈을 준비하며, 날감자를 보며 야릇쌉쌀한 사랑이야기를 꺼내든다.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음식과 식재료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어색하지 않다. 어렸을 때 먹었던 쓰끼야끼를 생각하며, 어렸을 때와 다른 단어의 어감을 느끼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세월의 경계를 허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연륜깊은 이의 작은 깨달음을 들은 느낌이었다. 소소해서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잘 찾아내지 못하는 작은 일상의 발견들이 책을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

# 당장 할 요리가 마땅치 않다면, 소개된 요리를 만들어 보자.

  텔레비전의 광고화면에서 음식 광고를 본 기억이 떠오른다. 따스한 햇살이 창가에서 비치고, 참해 보이는 아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는 매우 음식하는 모습을 멋지게 그려내지만, 현실은 매 끼니마다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진 않겠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잘 짜여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소개된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 

   음식 준비에 고민하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개되어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 했다. 식재료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더욱 전문가 이기에, 책에 소개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나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요리의 준비과정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고, 어머니의 요리 선택의 고민을 덜어들릴 수 있어 좋았다.  다듬고, 씻고, 끓이고, 씻는 여러 과정을 통해 준비되는 음식 재료와 순서와 타이밍의 중요성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과정과 비슷해 보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기 위해, 배고픔을 막는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작은 정성이 담긴 음식을 통해 활력과 원기를 회복하기도 한다. 고급재료에 세련된 기술을 가진 주방장의 요리는 예쁘고 맛나다.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음식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건 음식을 준비하는 이의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매번 반복되기에 잘 느끼지 못하는 음식의 소중함에 대해, 어머니의 고충에 대해서도 생각할 볼 수 있어 좋았다.
 

# 요리의 기본은 정성.

   마음을 전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맛나는 음식도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가장 요리하기 쉬운 만둣국을 해 보았다. 요리법대로 육수를 넣어 하기에는 벅차서, 결국 어머니에게 묻다 보니, 함께 요리하는 모양이 되었지만, 함께 만들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내 손으로 한 음식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크게 바뀌는 요리는 없지만, 작은 칭찬이 요리하는 이를 행복하게 해 준다고 할까. 밥상에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다.

  사회 초년생이 될 때에 할 수 있는 요리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택했는데, 요리의 즐거움과 함께 인생의 작은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으로 요리책과 산문집이 함께 담겨있다는 점,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는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자는 추억할 거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작은 음식재료에 추억을 만들 수 있다면, 매일 매일 변하는 일상에도 작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려워서 음식을 하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해서 요리가 어렵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나만의 음식도 만들 수 있을거라 믿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는 점도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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