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평점 :
# 60년대의 살가웠던 풍경을 보고,
따뜻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따스한 이야기를 만나다.
세상은 진화한다. 기계와 문명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했던 많은 수작업들은 기계가 대신해 주며 인간에게 편함을 선사했다. 편리하고 풍족한 생활, 더 많이 갖고 더 편해지고 오래 사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예전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마 경제발전과 성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하면서 조금씩 잊고 있었던 따스한 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생활은 더 나아지고 더 따스하고 좋은 재질의 옷을 입지만, 허전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1958년을 배경으로 한 도쿄의 작은 마을, 도쿄타워가 공사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족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4월부터 3월까지 한 달에 하나씩 펼쳐지는 이야기는 1958년의 도쿄의 모습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옛 사람들의 생활을 함께 엿볼 수 있게 한다. '홍콩 할매'로 생각되어지던 괴담 못지 않은 외계인이 전 세계를 위협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핀페이와 그것을 알게 된 부모의
마음, 또한 혼내려는 부모의 마음에 감동을 선사하는 아이들의 마음씨는 아이의 맑은 마음을 당해낼 수 있는 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한다.
흔하게 일어나지만 어른들은 감동할 줄을 잘 모른다. 작은 소재속에 담긴 잔잔한 감동의 힘을 아는 아이와 같은 마음의 작가만이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와 같은 순수하고 따스한 손길로 바라보는 12편의 이야기를 읽었다. 비 내린 후의 하늘처럼, 맑아진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려면...
매일 보지만 익숙해서 감동하지 못하는 가족에게, 작은 편지와 따스한 마음은 새로운 모습을 엿보게 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큰 선물 하나를 건네는 것 보다, 작지만 정성이 담긴 마음을 꾸준히 표현하고 곁에 있어주는게 그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하고, 그와의 관계가 발전되는 것이라 믿는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게 빠져드는 추리소설이나, 거침없는 표현과 매력으로 독자의 선택권을 마비시키는 작품도 멋지지만, 하나씩 읽어가면서 쌓이는 작은 감동이 책을 덮는 순간 가득 담긴 물잔에 다시 물을 따라서 넘치듯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3번가의 석양>은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좋은 직원을 빼내기 위해 노력하는 '노나카 사장'과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에 반한 무명 작가인 '차노가와 류노스케'가 받은 감동 이야기는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하나 밖에 없는 우산'을 잃어버리고 펑펑 울고 괴로워한 카즈히로의 아련한 우산 이야기와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고, 피가 다른 가족이 하나되는 동심끼리의 따뜻한 만남은 7월에 모습을 비춘다.
가난한 형편에 자식을 큰아버지댁에 보내야 하는 엄마의 아련한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보였던 8월, 오해와 기억상실, 그것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9월, 아버지와 어머니가 병원이 실수로 바뀐 의료사고가 따뜻한 러브 스토리로 바뀐 10월, 12월에 소개된 날치기와 어렸을 적 애완동물의 추억으로 맺어지는 젊은 커플 이야기, 각 자 다른 사람들이 인연의 고리로 맺어지는 새로운 가정 만들기의 2월까지, 시나브로 읽다보면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착해지고 순수해지는 마음이랄까.. 책을 읽고 난 후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은 맘씨 좋은 털보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다.
#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소설의 감동과 함께, 29회 아카데미상 12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담겨있지 않으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로 읽었던 풍경과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은 다르다. 탄탄한 원작의 맛을 잘 살렸다면 빼어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진다. DVD 대여점에 가서 빌려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