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장님은 뒷모습도 멋있네···."
도담은 떠나는 그를 바라보며 미련 가득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귀가 좋은 주원은 그녀의 칭찬을 놓치지 않고 들었다.
그는 그제야 눈썹을 구기며, 어제에 이어 또 한 번 결심을 다졌다. 무슨 수를 써서든, 저망나니 같은 신입사원과는 절대 엮이지 말야겠다고.
p.36
"기주원, 한 번만 차현도가 되어줘라."
맡고 싶지 않은 사건.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 가당치 않은 협업.
그 모든 걸림돌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름에 주원은 꼼짝할 수 없었다. 꼭 사지에 날카로운 쐐기라도 박힌 것처럼.
p.41
"또 놀러 왔으면 좋겠다. 오늘 재미있었는데···."
재이는 아쉬움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또다시 술잔을 들었다. 사실 딱히 그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 함께 있어주기만 한다면 어떤 누구라도 괜찮았다. 어제는 운이 좋아서 옆집 여자를 집 안으로 ㄲ르어들였지만, 오늘은 또 누구와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모르겠네. 어찌 됐든 혼자 있는 건 싫은데···.
p.162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참 재미있는 여자. 그런 그녀를 제쳐두고 앞서 걷고 있는 저 남자는 남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랑해 주는 척이라도 하지. 나는 그런 거 잘 해줄 텐데···."
재이는 단지 안으로 사라지는 주원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만성적인 고독이 서려있는 , 씁쓸한 혼잣말이었다.
p.204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있어."
꼭 신이 난 어린아이 같았다. 그 순수한 미소를 지켜보는 도담은 저도 모르게 따라 웃을 뻔했지만, 이내 그의 정체를 자각하고는 표정을 굳혔다.
아무리 편하고 친근하게 순수해 보여도 그는 결국 내가 쫓아야 할 브로커. 저게 연기라면 정말 소름 돋는 일이겠지만, 어지간하면 저 미소만큼은 진짜 그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예쁘게 웃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p.245
담백한 말투로 진지하게 새어 나온 고해성사. 이건 팀장이 팀원에게 업무적으로 잘 해보자는 의미에서 건테는 격려가 틀림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도담의 심장은 극성스럽게 반응한다. 자꾸만 가슴이 뛰고, 얼굴이 열으로 달아오르고,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 같다. 마치 진짜 남편에게 애정 어린 고백이라도 들은 것처럼.
p.288
"그래도 진짜로 불쌍했던 적은 없어. 나는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결혼하고, 그 사람의 아이를 가져서 진심으로 행복했으니까."(중략)
"난 그 사람과의 추억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서든 금방 행복해질 수 있어.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거고."
나은이 주원에게러 손을 뻗었다. 차가운 주원의 손을 감싸는 그녀의 온기는 얼굴에 번진 미소만큼이나 따듯했다.
"그러니까···."
"주원 씨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꼭."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