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집
무라카미 고지. 그는 두 살 연상의 아내와 두 아이를 둔 49세 소설가이다. 아내의 불륜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잠시 나와서 살기로 한다.
잠시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도 되는 권리를 찾으며 바닷가의 단독 주택에서 살기로 한다. 집을 나왔음에도 아내에게서 연락은 없고 오히려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한다. 언제나 우월한 위치에 있던 그녀였기에 평소처럼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살기에 버겁게 큰 단독 주택. 고지는 글을 쓰기는커녕 정원 정리와 집 수선하기에 정신이 없다. 집을 떠난 지 이주가 지났는데도 아내는 감감무소식에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사는 저택 이층에서 아이가 뛰는 기척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지내는 저택에 살던 예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파도가 끊임없이 몰려 들어 모래사장을 씻어낸다. 그 과정이 마치 인생처럼 보였다. 단조롭다가 때로는 거칠어지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게 매일매일 이어진다. 아마 자신은 다시 예전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 분노를 뒤로 미루고, 시간의 경과에 몸을 맡긴다. 그 우유부단함이 자신의 약점이다. 안다. 알고 있지만 성격은 고쳐지지 않는다.
p.65~66
파이트 클럽
미야케 구니히코. 가전제품 제조회사에 근무, 전업주부인 아내와 두 자녀를 키우는 46세 회사원인 그에게 조기 퇴직 권고 통지가 날라온다.
아직도 갚아야 할 집 대출금과 자동차 할부금이 있는 구니히코는 버티다가 신설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곳은 모두 다가 쫓겨난 사람들이 모인 부서였다.
신설 부서 위기관리부의 일은 주로 경비업무였고 전문 인력이 아니다 보니 경비원들의 보조업무를 하는 곳이었다.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지만 버틸 수밖에 없는 가장이었다. 위기관리부의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그랬다. 회사를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에 불합리한 처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치되어 있는 컨테이너 안에서 운동기구를 발견하게 되고 저질체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 우연히 지나던 촉탁 직원, 과거에 복싱을 했었다는 그에게 모두가 방과후 활동처럼 복싱을 배우며 삶의 활력을 불어넣게 되는데....
이제 위기관리부 직원들의 복싱에 화기애애함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살벌함이 앞서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아마 해방감이리라. 어쩐지 잔뜩 흥분으로 달뜬 기분이었다.
p.107
점쟁이
아사노 마이코. 프로 야구 선수인 남자친구 유키와 4년째 연애 중이다. 처음엔 빛을 보지 못하던 유키가 점점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마이코는 그의 성공이 기뻤고 얼른 연봉이 올라서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키의 성적이 활약하면 할수록 마이코는 불안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타가 되어버린 그의 곁에 있는 여자들의 유혹, 스폰서의 유혹에 빠져 혹시나 자신을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불안한 마음에 유키를 마냥 응원할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소개받은 점집에 찾아가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예쁘장한 외모 덕분에 남자들의 칭송만 받아왔다. 선택하는 건 언제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고 나서 자신과 비슷한 부류가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 속에 내던져지면 싫든 좋든 간에 등급이 정해지게 된다.
…중략…
내 행복은 대체 어디 있는 걸가…….
p.169
코로나와 잠수복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 지시를 받은 회사원 와타나베 야스히코. 집에서 업무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섯 살 아들 우미히코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심해지던 어느 날 우미히코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외출하면 안 된다는 전화를 강력하게 하게 되는데 그 전화로 인해 집단 감염을 피하게 된다. 그 이후에 신기한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되고 우키히코에게 신기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이터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야스히코에게 다가온 코로나까지 감지하게 된다. 우미히코와 임신한 아내가 전염이 되지 않기 위해 방호복을 구해보지만 구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잠수복을 입고 생활을 하게 되는데....
배 속에 아이가 다 알려줬어. 아빠는 괜찮다고.
…중략…
잘 설명은 못하겠는데, 그렇게 느꼈어. 위험한지 안전한지 배 속의 아이가 전부 알려주니까. 그래서 난 매일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지.
부부는 몇 초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서로 미소를 나누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아내의 말을 믿어야 하나.
p.240
판다를 타고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장 고바야시 나오키. 자신을 위해 드림카를 선물하기로 한다.
드림카라 해서 새차가 아닌 1980에 데뷔한 왕년의 인기 모델 피아트 판다이다. 중고차 판다를 사기 위해 나가타로 향하고 드디어 차를 받게 된다.
맛집을 소개받고 차에 입력된 장소로 향하는 나오키, 도착해 보니 엉뚱한 곳이었다. 원하던 메뉴는 아니었지만 만족스러웠던 식사였기에 마음의 여유를 부려본다.
집으로 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작동해 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기만 한다. 가는 곳마다 차의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낯선 땅에서 신기한 체험을 하면서 나오키 자신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꼈다.
…중략…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미타를 잠시나마 추억할 수 있게 해준다면 자신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홀로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도 제법 괜찮은 시간이었다. 가끔은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