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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유독 상복이 없는 작가? 도서 소개 중에 눈에 들어온 소개글이었다.
상복은 없지만 서점 대상 후보는 물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데라치 하루나이다.
처음 만나보는 작가이지만 왠지 관심이 가게 된 데라치 하루나의 <강기슭에 선 사람은>을 소개해 본다.
여름의 끝자락의 어느 날, 함께 지내던 니나가 사라진다.
잠들기 전에 했던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려본다.
"당신은 나란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어?"
니나에 대해 무엇 하나 알지 못했다. 어느 것도..
카페 클로셰트의 점장 하라다 기요세.
출근 전부터 하루가 엉망인 끔찍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연인이었던 마쓰키 게이타가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요세는 병원으로 향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육교에서 친구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움을 하던 중에 계단으로 굴러떨어진 후 병원으로 실려온 것이었다.
소중한 친구였던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초에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몇 달 전에 뭔가를 숨기는 것이 원인이 되어 다투게 된 후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되면서 게이타와 헤어졌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마쓰키의 어머니에게서는 원래부터 난폭한 아이였다는 말과 그동안 자신이 알고 지냈던 마쓰키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에 어리둥절하게 된다.
기요세가 기억하고 있는 마쓰키는 다정하고 솔직하고 정의로웠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마쓰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마쓰키가 숨기는 사실을 알아내고 싶은 마음과 이대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양립했다.
다른 사람이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을 멋대로 들여다보는 짓은 잘못된 행동이다. 그 정도 상식은 있다.
하지만 지금 보지 않는다면 내일부터 계속 "그건 대체 뭐였을까?"하고 끙끙 고민하며 살게 될 것이다.
망설임 끝에 침대 밑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안심할 수 있다.
p.61
앞으로 내게 맡겨달라.
그만 속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말았지만 앞으로 새롭게 알아가게 될 그가 기요세가 알던 마쓰키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해도 그의 손을 잡아주고, 계속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뚜렷하게 그런 생각이 들어 바로 후회했다. 말로 표현한 순간부터 무언가가 시작되니까.
아직은 모른다. 덧씌우듯 강하게 생각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성금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p.77~78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그 사람의 미래가 밝기를 바라는 마음.
특별한 단어는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 분명 애정이 전해지는 말이었다. 나도, 내 소중한 사람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내일이, 좋은 날이 되기를.
p.122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아이의 실내화가 뚝뚝 떨어진 눈물로 젖어 있던 광경만은 생각이 난다.
함께 놀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을 말리려고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태도도,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되살아났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녀의 존재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도 커다란 죄처럼 느껴졌다. '무지'라는 죄.
p.153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도 그게 정말 옳은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어.
뭐랄까, 노력은 분명 미덕이지만, 노력만이 정답일까? 근시인 사람은 안경을 쓰잖아.
아무도 노력해서 시력을 높이라고 하지 않아. 다리를 다치면 목발을 쓰지. 하지만 다들 잇짱에게는 '노력'을 요구해.
p.301~302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정상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었는지를 보여주는 <강기슭에 선 사람은>은
예리하지만 다정한 시선으로 타인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고 있다.
무엇을 호소해도 부정당하고 자신들의 기준에 맞혀 나쁘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
당연한 것은 없다. 보통과 정상이라는 것은 제멋대로 만들어진 사상누각일 뿐이다.
저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틀리고 저마다 다른 사정과 배경을 안고 있기에 어느 정도가 보통이고 정상이라고도 할 수도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