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각기 가고 싶은 장소가 다르고, 혼자 가는 걸 선호한다.
그런 친구들에게 귀중한 휴가에 돈까지 쓰게 하면서 마미의 취향에 맞쳐달라고 말할 수 없다.
부탁하면 같이 가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싫다. 그래서 대답했다.
"미안. 나 혼자 갈께"
p.26
꽃을 갖고 싶으면 꽃을 살 거고, 커피가 생각날 때는 커피를 마실 거야.
대단한 꿈은 성취하기 힘드니까, 작은 소망들을 나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주기로···.
p.34
"소중하게 대해주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죠."
놀랐다. 그 말을 ㄷ드고서야 깨달았다. 하나에는 자신을 소중하게, 정중하게 대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고작 3박 4일이라도 좋으니, 그때만이라도 누군가가 자신을 정중하게 대해주기를.
그것이 돈의 대가이고, 시간이 지나면 마법이 풀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하나에는 분명하게 입 밖으로 꺼냈다.
"그래. 나는 소중하게 대접받고 싶었어."
p.62
몸도 마음도 작은 상처들이 늘고 있다. 복구하는 것은 어렵고 점점 헌 것이 되어간다. 어디에도 가져가지 않았으면 이 캐리어도 깨끗한 채로 남아있었겠지.
"그러면 캐리어로서 의미가 없잖아."
혼자 큰 소리로 말했다. 이 캐리어와 같은 거야. 앞으로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고, 바퀴가 떨어지거나 뚜경이 안 닫히게 될지도 모른다.
새하얀 공단 안감도 누렇게 변하고 찢기기도 할 테지.
그러나, 그럼에도 캐리어는 여행을 할 때 제 가치를 발휘한다.
p.114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할까. 이상한 느낌이 들면, 더는 얽히지 않으려고 서둘러 피할까.
하지만 그렇게 사는 건 세상을 좁혀버리고, 좋은 사람 만날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배탈이 날 것을 두려워 말고, 복통이 사라질 때까지 고통스러워하다 잊어버리는 게 나을까.
다행히 죽이려고 하는 상대는 아직 없었다. 변해야지···. 그치?
p.201
인생은 손바닥 같다. 무언가를 쥐기 위해서는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을 버려야만 한다. 불현듯 생각이 스쳤다.
자신은 무엇도 버리고 싶지 않아서 변하지 않은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