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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여자들의 삶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앨리스 먼로의 양장 리커버판 소녀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만나보는 그녀의 작품은 <소녀와 여자들의 삶>입니다.
<소녀와 여자들의 삶>는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도서이기도 합니다.
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만을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번 작품은 도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녀와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단편이 아닌~!! 장편소설입니다.(그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장편소설이라고는 하나 각 장의 내용의 연관성이 없다 보니 단편소설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건 제 기분탓이겠죠.^^
각 장의 연관성이 없다고는 하나 소설의 전체적인 틀은 주인공 델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지는 델의 성장 기록이자 델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수성과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십대의 소년 델이 1930년대부터 델이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아갈 때까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올드하게 느껴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지만 고전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매력을 알아가야 되겠죠.
앨리스 먼로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섬세하고 아주 디테일하게 그려내면서도 독자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그녀의 스킬에 감탄이 절로 우와~하지만 고전은 고전이지요.
저도 고전에 도전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소녀와 여자들의 삶>의 주요 배경은 주인공 델이 살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주빌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델과 평범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여준다.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며 주인공 델의 삶의 여정은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흔들리는 불안전한 주변 환경 속에서 자아를 찾게 되고 본능과 이성 사이를 고민하면서 첫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만들어 나갑니다.
p.64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 사이에는 더없이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고, 누가 그 선을 넘거나 넘을 거라는 암시만 해도 그들은 놀랍고 유감스럽다는 듯 깔보고 경박한 웃음을 터뜨렸다.
p.72
대고모들의 세상은 일과 유쾌함, 편안함과 질서, 복잡하고 형식적인 예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의 집에서는 완전히 새오룬 언어를 배워야 했다.
p.118
나는 맹꽁이자물쇠로 잠근 상자에 넣어져 그들의 집을 떠나는 그 원고를 바라보던 그들을 생각하며 슬픈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마 그 감정은 약한 자책일 뿐, 그 이면에는 잔인하고 흠결 없는 만족감이 버티고 있었다.
p.196
나는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나한테 큰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그저 하느님이었다. 예수님이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하느님에게 이르는 대로라면 나는 그길을 고수할 것이다.
p.454
어떤 목록도 내가 원한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하나도 빼놓지 않은 모든 것, 말과 생각의 모든 층위, 나무껍질이나 벽에 내려친 모든 번개, 모든 냄새, 길바닥의 움푹 팬 모든 곳, 모든 아픔, 모든 균열, 모든 망상을 가만히 한곳에- 찬란하고 영원하게- 모아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이렇게 섬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의 묘사가 그림같이 그려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여운을 남기는 앨리스 먼로의 <소녀와 여자들의 삶>에게 위안과 용기를 얻고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