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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김중혁. 그는 매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첫 작품 [펭귄뉴스]를 보았을 때는 신선한 재기발랄함에 놀랐었고 매우 젊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출간된 [악기들의 도서관]과 [좀비들]을 읽으며 그의 작가적 역량에 놀랐고 정말 발전가능성이 큰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출간된 [1층 지하1층]은 또 한번 놀래키며 김중혁 작가에 대해 큰 비중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그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처럼 그는 이번엔 공상과학 소설을 만들어 내었다.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을, 어떤 하나의 도시를, 어떤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버린 것과 같다.
[1층 지하1층] 책 속에는 c1+y=:[8]:, 냇가로 나와, 바질,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1F/B1, 유리의 도시, 크랴샤 의 단편소설이 실려있고 그중 c1+y=:[8]:, 1F/B1, 유리의 도시, 크랴샤 단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록된 단편들이 모두 실재라고 느껴질 정도로 굉장히 사실적이고 또 현실적이었다. 그럴법한 이야기, 지금 현대에 딱 맞는 이야기들이었다.
c1+y=:[8]:,
낙서를 쫓던 남자는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찬사를 하더니, 보드빈터를 발견하게 된다.
낙서에 대해 말할 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나는 낙서를 연구하면서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낙서에는 보통 두가지 이상의 의마가 담겨 있다.
낙서의 높이 관찰, 낙서의 높이에 따라 낙서 작성자의 연령대 가늠할 수 있다.
가장 원초적이고 거친 낙서들은 높은 곳에 있다.
스케이트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낙서 때문.
낙서를 쫓는 도시 연구가. 그가 만들어내는 기발한 도시를 상상하게 된다. 미로와 대로의 구분이 모호하고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또 다른 풍경이 이어지는..
1F/B1
2007년 일어난 암흑 속의 전투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구현성이라는 사람은 네오타운의 건물관리자들을 위해 출간한 책이 있었다.
[지하에서 옥상까지] 이 책은 모든 건물관리자들의 필독서가 된다. 특히 형광등을 갈아끼우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걸 알면서도 우리는 손을 뻗을 수 밖에 없다. 깜빡이는 형광등을 보면서,
녀석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저렇게 깜빡이며 달아올랐을까 생각하면서, 얼마나 뜨거울까
상상하면서, 우리는 손을 뻗을 수 밖에 없다. 세입자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의 손바닥이 두꺼운 줄 안다. 우리는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서 빨리 형광등을 갈아끼우고 이곳을 나가는 것이다.
건물이 불이 꺼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윤정우는 지하를 내려가다 1F/B1이라는 표지판을 보고서 이런 생각을 한다. FBI라고. FBI가 한 짓이 아닐까 하고. 매우 기발한 생각이다.
사건을 마무리하고 범인을 잡은 이후 윤정우는 이런 글을 남긴다.
표지판은 층과 층 사이에 있다. 일층과 이층사이, 이층과 삼층사이. 그 표지판을 볼 때마다 우리의 처지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볼때마다 우리의 처지가 딱 저렇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층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끼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가 없다면 사람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발견해내지못한 사이 사이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하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마치 마법처럼. 유리의 도시 단편에서 보여주듯 마치 아무 소리없이, 아무 기척없이 떨어져 내리는 유리에 충격을 받는 것처럼.
일층과 지하일층, 1F/B1 이 /에 주목하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의 기발함과 신선함에 너무나 놀랍다. 앞으로도 그가 보여줄 새로운 세계가, 매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