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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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장르문학계에 꽤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현상의 공통분모는 바로 '영국'과 '여성작가'... 또 한가지 억지로 더 끼워넣자면 '아마존' 정도...? 글로벌시대답게 이제는 책홍보란에 아마존 몇주간 베스트셀러 운운하는 문구를 보게되는 일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사실 정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없는 관계상 어느정도의 과장은 충분히 각오해야 할 부분이겠지만... 어쨌든 흥미롭다.

 

영국...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그 근원지는 해리포터의 신화를 창조한 '조앤 K. 롤링'이 아닐까싶다. 영국의 평범한 주부에서 책 한권으로 기적을 일궈낸 여자... 이 사건은 아마도 수많은 영국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 저마다 제2의 롤링을 꿈꾸는 기현상을 초래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한때 지나갈 유행일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에 와선 여러가지 결실을 맺게된 모양새로 보이니 말이다.

 

당장 기억나는 책만해도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어두운 기억속으로', 'E. 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리즈, 그리고 현재 국내 베스트셀러 수위에 올라와있는 '클레어 맥킨토시'의 '너를 놓아줄게', 사만다 헤이즈'의 '언틸 유아 마인' 등이 모두 영국 여성작가들의 작품이다. 이 책 '걸 온 더 트레인' 역시 마찬가지다.

 

여성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확실히 여자만의 섬세한 감성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된다. 그러다보니 뭔가 임팩트있는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장면이 없다는 아쉬움을 항상 동반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드러나있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과연 이정도의 소설이 이렇게나 큰 성공을 거두고있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하는...

 

각 등장인물들은 모두 1인칭 서술기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것은 작가가 선택한 굉장히 영리하면서도 효과적인 기법이다. 1인칭은 마치 독자가 화자에 빙의된 듯한 느낌을 주기위해 선택하는 방식이다. 작가의 필력은 나쁘지않다. 충분한 자료조사와 경험이 뒷바침되었음이 분명한 화자의 실감나는 심리상태 묘사는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알콜중독자나 강박증환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문제는 그것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긴장을 유발하는 사건이나 상황도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주정뱅이의 헛소리를 듣고있어야만 하는 느낌이랄까...

 

사적인 감정에 반해 결과적으로 이 책의 광고문구는 그렇게 과장이 심한 것 같진 않다. 현재 헐리우드에서 '에밀리 블런트'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걸 보면, 실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있는 작품으로 보는게 맞을 것이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보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세상에는 아직 내가 쉽게 판단하기 힘든 이상기류들이 존재함을 또한번 실감한다.

 

<사족> 영화는 과연 재미있을까?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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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TV를 통해 영화를 즐겨보았다.

 

어린 나이에도 외국의 수많은 배우와 감독의 이름을 줄줄 읊고다닐 정도였으니,
안정효의 소설에 나오는 헐리우드키드 만큼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광적인 사람도 있음을 일깨워주었던 책

 

'존 웨인'의 서부극를 위시하여 당시 자주 볼 수 있었던
리처드 위드마크, 딘 마틴, 버트 랭카스터, 로버트 밋첨,
수전 헤이워드, 잉그리드 버그만, 리즈 테일러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배우들이 나왔던 수많은 영화들을
그 어린 나이에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구분했다.

 

가끔 주위 어른들이 영화얘기할 때면,
끼어들어 아는체 하고싶어 안달났던 기억들...

 

주로 TV를 통해 더빙된 영화를 보다보니,
그 당시에는 배우들이 정말로 한국말을 하는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다. 

 

언제나 넉넉한 웃음을 잃지않았던 서부극의 대명사 존 웨인

 

유독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기억이 많았던 어린시절...

'태권V'를 비롯한 만화영화들, 존 보이트의 '챔프',
'슈퍼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국민학교 들어갈 때 쯤이었나,
어머니 손붙잡고 극장에 가서 '죠스'를 보았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딴딴~딴딴~'하던 저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주제음악이
한동안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던 추억들...

 

성룡의 '사형도수'를 보고난 뒤에는
코브라 권법을 흉내내며 동네 아이들과 장난치던 추억들...

 

그가 지금 이렇게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은 그당시엔 상상도 못했다

 

당시 TBC(지금의 KBS2)의 '토요명화', MBC의 '주말의명화',
그리고 KBS의 '명화극장'은
나의 주말 밤을 설레게했던 장본인들이었다.

 

명화극장이야 일요일이니 문제가 없었지만,
토요일은 두 방송사의 시간대가 겹쳐 곤란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토요일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신문의 편성표에서
그날 방영될 두 영화의 제목과 배우, 감독을 체크하고
그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TBC 쪽이 성우들도 좋았고 훨씬 재미있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간혹 두군데 모두 놓치기 싫은 영화를 방영할 때에는,
채널을 돌려가며 두 영화를 몇분씩 번갈아가면서 보다가
결국 죽도밥도 안되었던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일요일을 책임지던 KBS의 명화극장...
여기에는 항상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뿔테안경과 터틀넥의
영화평론가 정영일씨의 오프닝이 있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놓치면 후회합니다...'

 

좋은 영화를 방영할 때면 어김없이 날려주시던 저 멘트...
그를 보며 영화평론가를 꿈꾸기도 했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고서 남몰래 가슴아파했던 기억도
이젠 까마득한 추억의 파편이 되어버렸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라 불렸던 정영일

 

그리고...

 

그렇게 좋아했던 배우들 역시 지금은 거의 다 고인이 되었다.
TV에서 더빙영화가 사라진 지도 이미 오래전이다.

 

누군가와 흘러간 추억의 영화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려보고 싶어도,
그러기엔 이미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가끔씩은...

 

그때 그 시절이 정말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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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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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우리나라가 굳이 단기를 사용하지않고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있는 서기를 따르는 것에 비해, 일본은 아직도 천황의 나라임을 강요하는 듯한 독특한 연호를 고집하고 있다. 히로히토 시절의 쇼와를 거쳐 오늘날 아키히토의 헤이세이 시대를 살고있는 일본을 보노라면 새삼 가까이하기 힘든 나라임을 되새기게 한다.

 

이 작품의 제목 '64'는 바로 쇼와64년을 의미하는데, 서기로는 1989년이다. 왜 하필이면 쇼와64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쇼와64년이 쇼와의 마지막해이자, 헤이세이의 원년이기도 한 그들만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있기 때문인 것 같다.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그 오래전 '에드가 앨런 포'를 동경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에도가와 란포'로 바꾸어버린 작가가 있을 정도로, 일본추리소설의 역사는 깊고도 방대하다. 작가들이 많은 만큼 소재와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에는 어쩔 수 없이 '일본'이라는 고유한 색깔이 묻어있다는 공통점 또한 존재한다. 그 시절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분위기와 과하다싶을 정도로 개개인의 심리묘사에 집착하는 서술방식 등, 한눈에 일본소설임을 느끼게하는 인장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물론 인명과 지명을 제외하면 일본색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서구적 스타일의 작품들도 적지않다. 십수년전에 읽었던 신주쿠상어(상어를 뜻하는 사메さめ가 연음처리되어 일본어로는 '신주쿠자메'로 발음한다) 시리즈는 일본추리물에 대한 선입관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다. 거의 헐리우드 액션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플롯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시 국내 추리소설들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본작 64는 그야말로 철저하게 일본적이다. 3인칭 시점을 쓰고있지만 사실상 1인칭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오직 주인공 미카미 형사의 시점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 했던가... 주인공의 모든 행동과 자질구레한 생각 하나하나까지 징그러우리만큼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독자의 상상에 맡겨도 될 부분도 일일이 언급하고 또 반복까지 하는 모습에 중간중간 질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필요이상으로 분량이 많아진 듯 하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지루함을 넘어설 정도로 잘 읽힌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과 뚝심이 남다르다는 반증이리라...

 

미카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자들과 진심으로 교감을 이루는 후반부의 극적인 클라이막스는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추리소설이라는 탈을 쓰고는 있지만, 결국 용서와 화합,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휴먼드라마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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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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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요 네스뵈

 

안녕하세요?

 

최근 당신의 작품들이 늦게나마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인 이 곳 한국에 속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도 '스노우맨'을 통해 당신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당신의 열렬한 팬이 되었답니다.

 

뒤늦게 소개되다보니 안타깝게도 출간되는 작품의 순서가 좀 뒤죽박죽이네요. 가장 최근에 나온 이 '레드브레스트'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라면서요? 그래서 대머리인줄 알았던 홀레 형사의 머리가 원래 금발이었다는 것도 새삼스레 알게되는군요.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내심 높은 기대감으로 살짝 흥분했었다는 점을 미리 밝히고 싶어요. 그만큼 당신은 제게 믿음을 안겨주는 작가랍니다.

 

우리아...
저는 이 책을 거의 다 읽을 즈음에야 비로소 우리아가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보같이... 구약성서에 나오는 우리아와 밧세바의 이야기 말이죠. 고등학생때까지만 하더라도 명색이 교회를 다녔던 사람인데...

 

제 어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칠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니는 지금도 열렬한 교인이시거든요.
'저, 어머니... 혹시 다윗왕이... 그...'
라고 제가 운을 떼자마자 어머니가 뭐라고 대답하셨는지 아세요?
'우리아?'

 

네, 정말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모자간에 무슨 텔레파시라도 있는건지... 그래서 저는 다윗왕은 그것때문에 어떤 벌을 받았는지 물어보았고, 어머니는 다윗이 진심으로 회개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자식들 때문에 그 후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는 사연도 들려주시더군요. 물론 솔로몬이라는 훌륭한 아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에는 우리아와 밧세바의 스토리를 2대에 걸쳐 기가막히게 녹여넣었더군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의 기본 골격으로 구상한 것이 맞습니까? 제가 정확히 본 건가요?

 

저는 전후세대라 2차대전 당시 북유럽의 상황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곧바로 와닿지않는 부분들이 좀 있었어요. 독일,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대해서...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하도록 해놓았더군요. 확인해보니 당신과 저는 정확히 10살 차이네요. (당신을 형이라 부르면 안되겠죠?) 그러니까 당신도 전후세대인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 아마도 아버지 세대의 경험담에서 전시상황의 묘사를 구체화시킨 것이겠죠?

 

비록 이런 조그마한 나라에 살고있는 한낱 존재감없는 독자일 뿐이지만, 저는 책이나 영화, 음악 등의 분야라면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당신도 음악과 영화, 미술 등 예술방면에 조예가 깊은 걸로 보입니다. 책만 읽어봐도 대충 감이 와요. 알죠? 고수는 고수가 알아본다는 거... 이 책에서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가 잠깐 나오더군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어쨌거나 저는 추리소설이나 범죄스릴러라면 정말로 많이 읽었습니다. 중학생때 이미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작품을 섭렵하고 반다인으로 넘어갔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이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본 건 당신의 작품이 처음입니다. 바로 중반쯤에 나오는 '일곱날'이라는 파트...

 

아...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저는 그 일곱날의 페이지를 넘기며 어떻게 인간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는지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가 끊겼다는 응답메세지를 끝으로 저는 한동안 책을 놓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가슴 속의 정체모를 뜨거운 기운과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말이죠... 저도 한때 추리작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신의 글을 보니 진작에 포기하길 잘했다 싶더군요. 만약 제가 프로작가였다면 이 작품을 읽고 아마도 절망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아마데우스를 바라보는 살리에리처럼...

 

당신의 작품들은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겠죠? 부푼 기대감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지만, 혹시나 약간의 실망을 하게되더라도 전 당신을 용서할 겁니다. 이 작품으로 당신은 이미 제게 넘치는 보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먼훗날 베르겐의 아름다운 항구에서 당신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는 제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해봅니다...

 

Sincerely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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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출신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 

'켄 폴레트(Ken Follet)'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며,

최고의 작품 '바늘구멍'...



그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건 '물위의 하룻밤(Night Over Water)'이었다.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광고문구만 보고 구입했던 책인데,

상당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말 밤을 꼬박 새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의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일부러 찾게된 다음 책은 '사나운 새벽(The Pillars of the Earth)'이었다.

(현재 '대지의 기둥'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어있다.)

번안된 제목만 봐선 레지스탕스가 등장하는 첩보물같은 느낌인데, 

예상과 달리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장대한 서사극이었다.

소재에 관한 그의 방대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며, 

도합 4권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이 증명하듯,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그의 최전성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 발표한 역작이 아닐까 싶다.

(그의 최근작 'World Without End'는 바로 사나운 새벽의 속편이라고 한다.)

이 책은 직접 구입하지는 않았고,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김성종 추리문학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여담이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추리소설가 김성종씨가 

사재를 털어 건립한 추리문학관이 개관했을 때,

가장 관심갖고 기뻐한 사람 중에 하나였음도 밝히고 싶다.

부산사람 99%가 모르고, 달맞이고개에 사는 사람 역시 90%도 모르는 추리문학관...

 

초창기에 정말 출근도장 찍다시피 했더랬다.

시간많은 대학시절이었으니 가능했겠지만, 

커피한잔 주문하고 희귀한 추리소설들 느긋하게 찾아읽는 재미란 

매니아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손님이라곤 거의 나혼자뿐인 경우가 많아서 괜히 눈치를 보며 읽었던 기억도 난다.

 

언젠가 MBC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히트칠 때였다.

어느날 오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을 즈음,

갑자기 드라마 주인공이었던 채시라씨와 박상원씨가 김성종 작가에게 인사차 오기도 했었다.

 

그 추억많던 추리문학관도 자금난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 중고등학생들의 독서실로 변질되어버리는 바람에,

서서히 발길을 끊고 말았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일이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추리문학관


이 작품 바늘구멍은 1978년작인데,

아마도 1971년 '프레데릭 포사이드(Frederick Forsyth)'가 발표한

'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ckal)'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자칼의 날은 첩보스릴러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전설적인 작품으로,

이후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잭 히긴스'의 75년작 '독수리는 내리다(The Eagle has Landed)',

그리고 '토머스 해리스'의 같은해 데뷔작 '블랙 선데이(Black Sunday)' 역시

그 그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첩보스릴러의 대부 프레데릭 포사이드


비록 독창적인 플롯은 아닐지라도, 

바늘구멍은 켄 폴레트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매력넘치는 소설이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성격파배우 '도널드 서덜랜드(Donald Sutherland)'가 주연을 맡아 

흥행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고있다.


1981년작 바늘구멍(Eye of the Needle)


캐나다 출신의 명배우 도날드 서덜랜드는 개성넘치는 외모와 연기로 유명하며,

80세를 바라보는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외모를 보면 바로 짐작하겠지만,

미국 FOX사의 인기드라마 24시의 주인공 

잭 바우어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도널드 서덜랜드와 키퍼 서덜랜드


바늘구멍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기억나는게 있다면 오래전 TV 미니시리즈로 방영했던 

'레베카의 열쇠(The Key to Rebecca)'이다.

당시 국내 제목은 '카이로 울프'였던가 해서 좀 달랐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데이빗 소울(David Soul)'이 주연을 맡아서 더욱 인상깊었던 영화다.

암살무기로 쓰였던 끝이 2개로 갈라진 특이한 형태의 나이프도 기억에 남는다.


데이빗 소울은 그 시절 국내최고의 인기드라마였던 

'스타스키와 허치(Starsky and Hutch)'에서 허치 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들의 목소리더빙을 맡았던 성우 배한성, 양지운의 환상콤비는 

국내 더빙역사상 전무후무한 레전드급이라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데이빗 소울


냉전시대 이후에 출생한 젊은세대들에게는 

케케묵은 2차대전 배경의 그렇고그런 스파이물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한 명작은 언제까지나 명작으로 남는다.

 

솔직히 요즘 해외 유명 추리스릴러물이라고 출간되는 소설들의 대부분은

10년도 더 지난 왕년의 잊혀진 작품들 슬며시 새로 번역해서 재출간 한다는거 

눈여겨보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1950~60년대에 발표되었던 일본추리소설들이 

지금 새삼스럽게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요즘 작가들이 소재의 고갈과 아이디어의 빈곤에 정체되어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이러다가 몇년 후엔 '쥬라기 공원'도 초특급 테크노 바이오 스릴러 어쩌고 하면서, 

최신 작품인양 재등장 할지도 모르겠다.


켄 폴레트


켄 폴레트는 영국 웨일즈 출신으로 1949년생이다.

아직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니 만큼,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발표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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