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푸치니 : 나비부인 (2 FOR 1)
소르델로 (Enzo Sordello) 외 노래, 푸치니 (Giacomo Puccini) 작 / Decca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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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은 20여년전 고등학생 시절에 큰맘먹고 라이센스 LP전곡판으로 구매해서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뒤늦게 CD전곡판으로 다시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절판되었고 대사집이 빠진 염가판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에 표지가 새롭게 바뀐 염가판이 나왔기에, 미련을 접고 이걸로 구매했다.

난 1막 끝부분을 장식하는 테발디와 베르곤찌의 이중창을 너무나 사랑한다. 이미 질리도록 들은 이 음반을 또다시 찾은 이유도 다름아닌 이 부분 때문이다. 들을때 마다 눈물을 찔끔거리게 만드는 푸치니의 서정성은 내가 이탈리아인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게 만든다.

말이 필요없는 전설적인 거장 세라핀과, 또한 테발디만큼이나 좋아하는 피오렌자 코소토까지 가세한 이 음반은 그야말로 나에겐 행복한 진수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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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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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알란 폴섬의 '모레'를 접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한번 맛본 것 같다. 페이지터너로서의 출중함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연속으로 마치 영화와 같은 플롯을 교묘하게 설치해놓아, 첫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무시무시한 속도의 흡입력으로 도저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처녀작이라곤 도저히 믿기지않는 치밀함과 전문성, 그리고 신인답지않은 문장력이 시원시원하다. 딱 밤새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일단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FBI요원 맥마흔의 활약이 사실상 별로 없다. 초반 그럴듯한 등장에 비해 흐지부지한 역할만 하다가, 중간에 호기심을 자아내던 케네디 박사와의 로맨스도 얼렁뚱땅 넘어가버린다. 결국 실질적인 주인공은 오루크 하원의원이라는 얘긴데, 여기서 작가의 시각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오루크 부자는 분명 범법자임에도, 부패정치인을 제거한 것이 마치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살인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심심풀이 스릴러 소설이니 아무 생각없이 닥치고 읽으라면 별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악은 악으로 갚는다는 식의 설정자체가 못마땅해지면서 오루크 부자의 행위에 점점 동조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내심 마지막에는 그냥 이 사람들도 같이 다 죽는 걸로 끝났으면 싶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옥에티 하나. 정치인들이 연속으로 살해된 후 모든 상,하원의원들에게 경호원들이 붙었는데, 오루크 하원의원에게만 경호원이 붙질 않았다. 상황설정이 대단히 디테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는데, 아마도 작가가 깜빡했거나, 아니면 스토리 흐름상 고의로 빼먹었거나...

하지만 이러한 몇가지 불만사항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큼,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다. 책을 덮고나니 대형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를 손에 땀을 쥐며 보고 나온 듯한 포만감에 흡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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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카지노 로얄 - Casino Roy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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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티모시 달튼'이 퇴장하고 '피어스 브로스넌'이 새로운 본드로 결정되었을 때, 난 세계에서 그 소식을 가장 환영했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 당시 TV시리즈 '레밍턴 스틸'을 즐겨보면서 '저 친구 매력있네...괜찮네...'하면서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여지껏 헐리우드가 쌓아온 '제임스 본드'라는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래서 차기 본드역으로 선정된 '다니엘 크레이그'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이건 아니잖아... 드디어 007도 끝났군...내내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직접 보고난 후에야 헐리우드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또한번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회생불능일 것 같은 시리즈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되살려놓은 것이다. 지금까지 보았던 007 중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을 만큼 신선하고 짜릿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있었다. 혹자는 그러지 않는가, 어쨌든 결과가 중요할 뿐이라고... 결국 그는 결과물로 모든 논쟁을 잠재워 버렸다. 

본드가 상대방이 블러핑이라 믿고 올인했던 포커판에서 패배한 후, 아무도없는 테이블에서 고개를 떨구고있던 장면은 단연코 이 영화의 백미다. 정말이지 이전 007영화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지 않는가... 

피어스 브로스넌 때부터 'M'국장으로 등장했던 관록의 배우 '주디 덴치'가 여전히 나와주는 것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사족> 주제곡이 좀 약하다는 것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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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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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제목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씁쓸한 느낌은 지금도 여전하다.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부극이 바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르지오 레오네'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고...

제목을 왜 저렇게 달았지? 설마 무단도용은 아니겠지? 하는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 신선한 제목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1960년대에 발표되었던 영화를 그대로 흉내낸 것이란걸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역시나 씁쓸하다.

제목뿐만 아니라 스토리까지 흉내냈는가 했더니, 다행(?)히도 이 영화는 아무 내용이 없었다. 마지막 삼자대결을 비롯한 몇몇 장면들이 위에 언급한 영화들에서 따온 것이란 건 보자마자 알겠는데, 단지 그뿐이다. 고전영화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도 아니고, 레오네 감독에 대한 특별한 오마쥬도 아니고, 이건 뭐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삼자대결을 아주 새롭고 참신한 발상이라 평하기도 하던데,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이 영화는 오로지 멋진 화면을 위해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억지로 만들어내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바로 김지운 감독만의 스타일이다. 이것은 전작 '달콤한 인생'을 보면서 확신하게 된 점인데,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거꾸로 써나가는 타입이다. 영화관계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보통의 경우는 시나리오가 먼저 존재하고, 그것을 토대로 콘티를 짜고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 상식적인 순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의 경우엔 화면에 표현하고 싶은 멋진 시퀸스를 먼저 구상한다. 예를 들자면 이병헌이 기차 세우는 장면, 칼던져서 벌레 잡는 장면, 송강호의 잠수헬멧, 정우성의 샷건돌리기 같은거... 이런 단편적인 장면들을 머리에 먼저 그린 다음, 그러한 장면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기 위해 그제서야 시나리오를 만들어넣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렇기때문에 그의 영화에선 시나리오의 탄탄함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명색이 보물지도를 둘러싼 치열한 쟁탈전인데 극적 긴장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메카니즘에서 쌓아올린 당연한 결과이다.

이병헌은 제대로 된 나쁜놈을 만들어 보겠다고 의욕이 넘쳤는지 싸이코같은 인상만 쓰고 있는데, 오버스러워서 보기가 좀 민망하다.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로 자꾸 퇴보하는 느낌이다. 정우성은 어찌나 한결같은지 정말 할 말이 없다. 송강호와 같이 연기하면서 배운 것도 없었나? 그나마 송강호가 아니었으면 영화 말아먹을뻔 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들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저 천연덕스럽게 이용만 해먹었다는 점에서 살짝 기분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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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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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래 이런류(가벼운 트렌디 드라마같은)의 소설을 좋아하지도 않고, 내 돈 주고 사는 거라면 더더욱 싫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어느정도 알고있어야 된다는 자기최면으로 이번 구매목록에 억지로 챙겨넣었던 책이다. 가볍게 쉬어갈 요량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난데없이 축구얘기가 가득하다. 이게 대체 소설인가, 축구에세이인가?

처음 어느정도까지는 중간중간 끼어드는 축구얘기가 흥미롭기도 했으나, 초중반 이후에는 스토리의 흐름과는 그다지 상관도 없는 장황한 축구연대기로 인해 자꾸만 페이지를 빨리 넘기려는 현상이 일어났다. 내용 또한 점점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들어가는 듯 해서 결말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저 빨리 읽어치우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 읽고나니 별다른 감흥이 없다. 스토리 자체가 억지스러워 공감이 전혀 안되니 강건너 불구경한 느낌이다.

이 책이 현재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중고샵에도 무수하게 올라와 있는걸 보면, 그 소장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되고 있으니, 이 느낌은 다행히 나혼자만의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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