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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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미스의 데뷔작이자 베스트셀러인 '심플 플랜'은 영화로 이미 오래전에 보았던 작품이다. 워낙 오래전이다보니 세부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책으로 다시보아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책이 월등히 재미있다.

역시 이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좋다.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는 소설은 오랜만에 접하는데, 감정이입이 확실하게 작용해서 몰입감이 대단하다. 소재 자체가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흥미로운 내용이라 더욱 그러한 듯 싶다. 

소설속 등장인물들 중 그 누구도 악인은 없다. 그저 평범한 서민 혹은 약간의 인생낙오자들일 뿐이다. 그들이 뜻하지않았던 돈을 만나게되면서 서서히 변하는 과정은, 혹시 나였더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공감대로 인해 더욱 섬뜩해진다. 후반부로 가면 거의 통제불능상태의 기차를 타고있는 듯한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절망감에 몸서리쳐질 정도다.

이 책은 돈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자신들의 그릇이 따로 있는건가... 분에 넘치는 행운이란 역시 존재하지 않는건가...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너무 없어도 괴롭지만, 너무 많아도 괴로운 존재...

<사족> 책이 출간된 후 약 5년뒤에 개봉된 영화는 '이블 데드'시리즈로 촉망받던 샘 레이미 감독이 맡았고, 빌 팩스톤, 빌리 밥 쏜튼, 브리짓 폰다 등이 출연하고 있다. 샘 레이미는 당시 '원초적 본능'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샤론 스톤을 기용한 야심작 '퀵 앤 데드'가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거두는 바람에, 이 영화가 그의 감독생활에서 중요한 고비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있다. 지금이야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최고의 흥행감독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 영화에서 뜻밖에도 주인공의 형 역할을 맡고있는 배우는 한 때 안젤리나 졸리의 남편이었던 성격파배우 '빌리 밥 쏜튼'이다. 책에서의 인물묘사대로라면 그는 형의 친구 루 역으로 딱인데... 영화에서는 형과 형의 친구 이미지가 완전 반대로 캐스팅 되어있으며, 후반부 내용도 많이 각색을 해서 책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배우의 지명도에 따른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도 인연이 깊은 '빌 팩스톤'은 정말 주인공의 이미지와 더할 나위없이 잘 맞는 배우인 것 같다. 그의 아내로 나오는 '브리짓 폰다'는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가문을 등에 업고도 그다지 큰 활약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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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메두사 컬렉션 13
그렉 아일즈 지음, 강대은 옮김 / 시작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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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아일즈의 소설 '24시간'은 2000년도 작품이다. 벌써 10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 뒤늦게 발간되다보니, 작품 자체가 가지고있는 매력이 많이 반감되어 버렸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2002년도에 발표된 '트랩트(Trapped)'라는 영화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케빈 베이컨의 영화는 웬만하면 챙겨보는 나 역시 이 영화를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을 경우, 책읽기의 곤혹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과를 이미 알고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책을 읽는 내내 영화배우들의 얼굴이 자꾸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경우 영화보다 원작소설이 훨씬 재미가 있으며, 이 작품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작가는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이것 하나밖에 없는 것 같은데, 필력이 상당히 좋다. 불필요한 묘사없이 구성이 잘 조절되어있고,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대사들이나 유머코드도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간다. 광고 그대로다. 다만 악당이 좀더 강하게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사족> 영화는 수잔 서랜든 주연의 '하얀궁전', 앤디 가르시아와 맥 라이언 주연의 '남자가 사랑할 때' 등 주로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한 '루이스 만도키' 감독에 샤를리즈 테론, 케빈 베이컨, 그리고 당시 '아이 앰 샘'으로 아역스타가 된 다코타 패닝이 출연하고 있다. 원작에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큰 반면, 영화에서는 역시 배우들의 지명도에 따라 아내와 악당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비교적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액션물의 경험이 적은 감독이 맡아서인지 영화는 아무래도 서스펜스가 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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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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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기를 끌면 자연스레 영화화 되는 사례가 흔해지다보니, 인기작가의 경우 아예 영화를 목적으로 책을 발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들의 침묵'으로 책과 영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토머스 해리스가 그 속편인 '한니발'을 집필할 당시, 출간도 되기전에 영화사들이 앞다투어 판권 경쟁을 벌인 에피소드는 이런 현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한니발 라이징'은 한술 더떠서 영화와 책이 동시에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영화를 목적으로 작가가 시나리오와 책을 동시에 집필했다는 증거다. 영화와 다양한 매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흐름상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소설 자체의 작품성은 오히려 그 질이 떨어지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콧 스미스(Scott Smith)는 오래전 '심플플랜'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고, 지금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인기를 끌었다. 그 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가 이 작품 '폐허'가 발표되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제목의 영화(루인스,The Ruins)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되었다. 궁금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이 영화의 시나리오 역시 스콧 스미스였다. 따라서 결론은 분명해진다.

내용은 딱 B급 공포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지를 여행하는 젊은이들이 괴생명체(여기서는 식물)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다는 설정의 괴식물에 대해서는 그 정체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없고, 주인공들의 탈출을 한사코 막아서는 원주민들에 대한 설명 또한 없다. 그저 밑도끝도 없는 공포를 맞이한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묘사만 있을 뿐이다. 정말 단 몇줄로 요약할 수 있는 아무 내용없는 이야기를 이 만큼의 분량으로 뽑아내는 작가의 필력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족> 영화는 역시 저예산 공포물답게 배우들도 무명이고, 세트장 역시 조촐한 수준이다. 책에서는 그 무대가 꽤나 넓은 지역이었는데, 영화에서는 피라미드 비슷한 유적지 단 한 곳으로 좁혀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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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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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흡사 한 편의 훌륭한 논문과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다. 강대국들이 개발도상국과 약소국들에 대해 요구하는 자유무역은 세계화의 흐름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에도 불구하고 분명 가진자(사마리아인)들의 이기적인 정책에 지나지 않으니, 힘없는 나라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게 수정보완된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라는 것...

위와 같은 내용을 뒷바침하기위해 저자는 방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한 자유무역의 실패사례와 보호무역의 성공사례를 차례로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책은 비슷한 내용들을 계속적으로 반복하고있으며, 독자는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럽게 세뇌당하게 된다. (물론 나쁜 뜻의 세뇌는 아니다.)

저자는 막연한 주장이나 어중간한 논리를 펴지않고,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자료와 정확하게 검증된 데이터만 끈기있게 제시할 뿐이다. 나머지는 결국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세계를 상대로한 정치와 무역은 결코 일반인들이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저자인 장하준 교수가 설사 우리나라의 경제결정권을 가진 장관이 된다해도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상적인 정책을 펴기란 사실상 힘들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조건 강대국들을 색안경끼고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속내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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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3CD] - DG Originals
Eberhard Waechter 외 노래, Reinhardt Wagner 외 지휘 / DG / 196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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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전설을 다룬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일화도 알게된다. 비록 어릴적 만화영화나 청소년용 문고본 등이 기억의 전부이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때문에 같이 죽기위해 마신 약이 결국 사랑의 약으로 밝혀진다는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스토리는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소위 바그네리안으로 불리는 골수팬들이 따로 있을 만큼, 사실상 일반인들이 즐기기가 힘든 장르이다. 흔히 이탈리아로 대표되는 오페라와 달리 '악극'이란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독일어 특유의 딱딱한 발음도 그렇거니와 서곡 등의 몇몇 유명 관현악곡을 제외하면 곡 전반에 걸쳐 대중적인 멜로디라인이 거의 없는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오페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아리아의 경우엔 널리 연주되는 곡이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푸치니의 서정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나 역시 바그너의 작품은 너무 어렵고 무거워서 그나마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는 음반이 이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1966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실황음반으로 저 유명한 볼프강 빈트가센, 브리기트 닐손 등 당대 최고의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총출동하고 있어, 이 한 작품만으로도 바그너의 진면목을 충분히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솔직히 가사도 모르고 무대상황도 모르는 상태에서 곡의 분위기와 느낌만 가지고 4시간이나 되는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한다는 것은 문외한으로서 너무나 힘든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그너의 서사적인 큰 스케일과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무게감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매력이었다.  

실황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음질은 상당히 좋은 편인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관중들의 박수소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음반의 런닝타임에 맞추려고 그 부분을 잘라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역사에 남을만큼 화려한 출연진으로 비추어볼 때, 관중들의 호응도 정말 대단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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