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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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법정스릴러'하면 가장 먼저 '존 그리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스콧 터로'의 '무죄추정(Presumed Innocent,1987)'을 이 분야의 최고로 꼽는다. (오래전 '의혹'이라는 제명으로도 출판된 적이 있으며,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로도 국내에 개봉되었다.)

'시인'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코넬리의 이 작품은 놀랍게도 '무죄추정'을 능가할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리샴이나 터로처럼 전직 법조계출신이라는 탄탄한 밑바탕이 없음에도, 마치 실제 법정에 와있는 듯한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가 그야말로 일품인데, 이것은 이 작가가 법정공방 및 법률에 관한 자료조사를 얼마나 공들여 철저히 했는가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마이클 코넬리는 확실히 여타 작가들과는 그 급이 다르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와 극적 긴장감이 넘치는 대사들, 그리고 적재적소에 센스있게 배치한 유머감각까지... 단 한줄도 대충 쓰여진 부분이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하다. 게다가 사회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의 제법 묵직한 주제의식까지 노련하게 녹여넣은 솜씨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한마디로 흠잡을 데가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디테일함에 경탄을 거듭하며, 오랜만에 페이지를 넘기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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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노웨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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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링컨라임 시리즈 3편인 '곤충소년'과 4편 '돌원숭이' 사이에 스탠드얼론으로 발표된 2001년작이다.

컴퓨터해커를 소재로 하고있지만, 이미 10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소개되다보니, 아무래도 하루가 다르게 빛의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온 컴퓨터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1년도 컴퓨터시장을 검색해보면 윈도우XP가 처음 발표된 해로 나온다. 우려와 달리 적어도 도스 등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별다른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스토리의 짜임새와 흡입력이 좋기 때문이다. 다만 컴퓨터조작만으로 교통을 마비시키고 국가기관의 시스템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식의 영화에서나 등장할법한 다소 황당한 몇몇 장면들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려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재로 신선함을 주는 작가의 역량은 언제나 그러하듯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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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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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만약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화자를 1인칭, 그것도 이웃집에 사는 소년의 시점으로 제한함으로써 글의 수위를 교묘하게 조절하고는 있다. 즉, 싸이코패스의 행동을 소년이 직접 목격하지 않는 이상, 독자들도 그 실체를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직간접적으로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간에 몇번씩 책을 놓거나 한동안 거친 호흡과 울렁증을 격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이 책은 그 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모두 십대초반의 아이들인 점이 더욱 엽기적인데,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도저히 믿기가 힘들다.

정말 막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내용에 비해, 저자의 글쏨씨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다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사족> 이 책을 읽고 한동안 형언할 수 없는 불쾌함, 우울함, 그리고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 따위에 시달렸다. 근래에 프랑스영화 '마터스(Martyrs)'를 보고나서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결코 떠올리고 싶지않은 끔찍한 기억까지 되살아나 더욱 고약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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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자들 메두사 컬렉션 2
제프리 디버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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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08년에 발표되었으니 국내에 번역소개된 제프리디버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작이다.  'The Bodies Left Behind'라는 원제명의 뜻은 '남겨진 시체들'이지만, 어감상 약간 변경시킨 듯한 '남겨진 자들'이라는 제목도 그리 나쁘지 않다.

제목이 왜 '남겨진 시체들'인지는 책을 읽다보면 중반쯤에 친절하게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그것은 완전범죄를 위해 킬러가 살인현장에 자신을 대신해 남겨두는 시체를 뜻하는데, 이 작품의 기본골격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제목 하나에 이미 내용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셈이다.

탁월한 이야기꾼답게 노련하게 살을 붙이고 곁가지를 치긴 했지만, 한가지의 아이디어만으로 플롯을 짜다보니 스토리는 단순하게 일직선으로 흘러간다. 아무래도 시리즈물로 지친 작가가 잠시 쉬어가는 듯 부담없이 쓴 작품이라는 인상이 짙게 느껴진다. 특히 두 주인공이 서로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서 페이크를 쓰는 장면들은 너무 계속해서 반복이 되다보니, 나중에는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있다. 마무리도 좀 싱거운 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극적인 상황들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생명력이 넘친다. 그 중에서도 경찰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매력이 돋보이는데, 디버의 캐릭터 구축력은 정말 탁월하다. 만약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꼭 '케이트 베킨세일'이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얼마전에 영화 '화이트아웃'을 본 탓인지, 이상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떠올랐다.)

<사족> 디버의 경우 '소녀의 무덤' 이후로 유소영씨의 번역이 아니면 신뢰를 하기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이 작품은 그럭저럭 무난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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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9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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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임권택 감독으로 위시되었던 한국영화는 2000년대에 들어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기점으로 영화의 만듦새가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왔다. 그것은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자연스런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헐리우드의 월등한 영화들을 보면서 높을대로 높아진 국내관객들의 눈높이에 부응하기위한 영화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추리소설계의 경우엔 7~80년대 김성종씨를 필두로 상당한 활약을 펼치던 시기도 있었으나, 그 이후론 정말 참담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토머스 해리스' 같은 걸출한 해외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독자들의 안목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지만, 그것을 충촉시켜줄 만큼의 실력을 가진 국내작가가 없다보니 이 분야의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에 내어준 꼴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사장되다시피 했던 추리문학계에 드디어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 최혁곤이란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나니,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하다. 솔직히 유치한 수준에 불과했던 이전세대 작가들의 글과는 확연히 틀리다. 그동안 국내 추리소설가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면 바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학성의 결여였다. 순수문학쪽보다는 오히려 무협지쪽에 가까운 질낮은 문장력은 이 장르 자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저급하고 거친 표현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작가의 글에는 순수문학에 필적하는 문장력의 기본기가 분명히 살아있다. 물론 작품속 여러 상황들이 확실한 고증이나 자료조사에 의거했다기보다, 오히려 여러 영화나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듯 다소 사실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예를들어 킬러가 처음으로 살인훈련 겸 복수하는 씬에서, 위기의 순간에 스승이 단검을 던져 적을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던진 단검이 이마에 박히고, 그걸 뽑자 피가 분수처럼 솓구쳤다고 나온다. 시체를 해부할 때조차 전기톱으로 절개해야만 하는 딱딱한 두개골에 과연 손으로 던진 단검이 박힐 수가 있을까? 게다가 두개골 안에는 뇌가 들어있을터인데 과연 피가 뿜어져나올까? (작가가 직접 실험해봤다면 할 말은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때론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디테일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완성도로 뽑아낸 작가의 역량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작가의 소개란을 보니 나와 같은 나이다. 나역시 한 때 추리작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앞으로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사족> 최근 영화계의 소재고갈과 맞물려 추리스릴러계의 인재들이 절실히 요구되고있다. 비싼 판권료를 지불해가며 철지난 일본의 추리물들을 뒤늦게 영화화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는데, 좀더 많은 실력자들이 자극받아 이 분야의 개척에 도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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