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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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랑스 소설이다. 그리고 2011년에 발표된 최근작이다. 생소한 작가임에도 국내에 번역 소개되자마자 한동안 종합 베스트셀러 수위에 올라 구매욕구를 자극했던 책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엑스텐션'이나 '마터스' 등, 2000년대 이후 프랑스 공포영화들이 얼마나 강렬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도입부는 그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며, 작가만의 특이한 전개와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각의 챕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다음 장면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신선한 발상의 스토리전개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알렉스의 행동을 대부분 현재형 시제로 묘사하고 있는 점은 급박한 상황들이 훨씬 실감나면서도 또한 몽환적으로 다가오는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시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해서 거슬리기도 했는데, 중반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아무래도 작가가 원래 의도한 방식이라 믿기로 했다.)

하지만 소설이 거의 알렉스라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끝까지 그녀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다는 점은 석연치가 않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형사의 입을 통해 그녀의 기구한 삶에 대해 겨우 유추를 할 수 있는 정도라, 감정이입이 힘들고 때늦은 감이 있다. 프랑스 영화나 소설들에서 그동안 심심치않게 보아왔던 특유의 허무함이랄까...

몇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스토리구성의 틀을 깨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간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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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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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를 비롯하여 장르소설계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북유럽이란 화두가 흥미롭다. 나는 나이 40이 넘도록 불행히도 유럽여행은 커녕 해외여행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 책과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계명소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스칸디나비아반도, 즉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을 지칭하는 북유럽하면 바이킹, 산타클로스, 아바(ABBA), 핀란디아, 피요르드, 혹은 베르겐의 아름다운 항구 등이 떠오를 정도의 간접적인 지식은 그럭저럭 보유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다지 친숙하게 와닿지않는 북유럽이다보니, 책의 광고에서 내세우고있는 여러 수상경력이나 작가의 인기도, 또는 판매량이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확인할 방법이 쉽지 않다. 결국 직접 읽고 판단할 수 밖에... 

노르웨이 작가가 쓴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진짜 북유럽 스릴러다. 낯선 지명과 인명들이 비로소 생소한 나라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적당한 무게감과 색다른 소재, 개성있는 캐릭터와 유치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대사들도 만족스럽다.

다만 스토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피지에 얽힌 범인의 목적과 방법에 관해서는 설명이 좀 부족하다. 범죄스릴러에 있어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 못지않게 범인에 관한 캐릭터 묘사는 대단히 중요하고 치밀해야 한다. 범인이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는 면에서 충분한 납득이 있어야만 소설 속의 상황에 몰입이 가능한 것이기에, 충동살인같은 목적이나 의도가 필요없는 단순한 싸이코패스라 하더라도 범죄자의 심리에 관한 설득력은 반드시 뒷바침되어야만 한다. 소설속에서도 연쇄살인범이 극히 드물다고 수차례 언급되듯, 북유럽은 복지혜택이나 교육, 국민소득 등,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범죄발생률 또한 지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나라를 무대로 하다보니 사실 작위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어느 정도는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언제나 차가운 겨울이 상상되는 북유럽의 서늘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작품은 앞으로 자주 접하게 될 다른 북유럽 스릴러들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역할로 나쁘지않은 선택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노르웨이와 미국의 두 형사가 공조수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교감을 이루다가,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은 잔인한 범죄보다 오히려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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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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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장르소설계의 트렌드라면 단연코 북유럽 스릴러일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독일작가가 쓴 작품이므로 엄밀히 말해 북유럽권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언어권이란 점에서는 같은 범주에 넣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철지난 그래픽노블까지 닥치는대로 영화화할 정도로 소재고갈에 헤매는 헐리우드가 북유럽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과 맞물려 이제는 거의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흐름을 놓치지않는 우리나라 출판계의 발빠른 대응은 독자로서 어쨌거나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작가나 작품들이 모두 낯설다보니 옥석을 가리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영화화의 여부나 출판사의 소개란과 광고문구에 의지해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은 이렇다할 별다른 이슈를 등에 업지 않았음에도 정말 오랜기간 꾸준하게 베스트셀러 수위에 올라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마치 패스트푸드 시대에 한적한 곳에서 슬로우푸드를 먹는 느낌을 준다. 이웃의 밥숫가락 갯수까지 알 정도로 작고 폐쇄적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마을사람들의 의문스런 담합...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설정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고전들, 혹은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작가의 필력은 예상외로 뛰어나다. 안정감과 노련함을 두루 갖추고있어 몰입감이 나쁘지않다. 그런데...  그다지 임팩트있는 사건이나 상황도 없고, 기발한 반전도 없다. 책을 덮고나서도 난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제목과 예쁜 표지디자인 때문에? 이 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일은 힘들겠지만, 출판사나 작가 입장에서는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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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존 카첸바크 지음, 나선숙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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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10계명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이것은 '애거서 크리스티' 등이 한창 활약하던 시절의 오래전 얘기라, 지금처럼 다양하고 스피디한 작품들과는 별 상관없는 케케묵은 조항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10계명의 대부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재미있는데, 그 중에서도 범인은 반드시 초반부에 나와야만 한다는 조항은 특별히 눈여겨볼 만 하다. 추리소설이 작가와 독자간의 페어플레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만큼, 막판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범인이란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제프리 디버'나 '마이클 코넬리', 또는 '댄 브라운' 같은 최근 작가들의 작품도 각자 스타일은 달라도 이 부분 만큼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물론 이 점 때문에 오히려 초반부터 범인을 손쉽게 예측하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하면서, 작가들은 덕분에 반전에 반전을 꾀하는 등 점점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존 카첸바크'라는 작가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한다. 2002년도에 발표되었으니, 10년전 작품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한 정신분석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작가가 무슨 꿍꿍이로 이런 스토리를 끌고가는건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영문도 모른채 누군가에게 갑자기 죽음을 강요받는다는 설정 자체는 흥미로운데, 주인공이 그 원인과 상대를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자꾸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그런 느낌...

중반부 이후 펼쳐지는 주인공의 변신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준비된 노림수에 해당한다. 노련한 분석가로서의 역습은 제목이 시사하는 모든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나이나 이전 삶을 고려하면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생뚱맞은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는 핵심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을 제외하면 고작 서너명(그 서너명조차도 존재감이 엑스트라 수준으로 미미하다)밖에 되지않는다는 점이 작가의 무리수를 뒷바침하고 있다. 이런 소수의 인물들로 나올 수 있는 변수가 거의 없다보니, 작가가 과연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지을지 걱정마저 들 지경이었다.

결국 우려했던만큼 범인이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의 강도는 약했지만, 비교적 긴 분량임에도 독자의 시선을 계속 붙들어매는 작가의 뚝심있는 필력은 평범함을 넘어선다. 10계명의 조항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호감을 준다. 아마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한 권 정도는 더 찾아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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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트 블랑슈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제프리 디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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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연히 읽어보았던 한 권의 책은, 책표지나 심지어 정확한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세부적인 내용이 떠오를 만큼 그 느낌이 생생하다. 세명의 장님들이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으로 암살을 행하는 충격적인 도입부를 비롯하여 해변가, 섬, 아름다운 여인, 거대한 문어와의 사투, 그리고 불을 뿜는 용의 실체가 밝혀지기까지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액션씬들의 연속... 그 당시 '애거서 크리스티'나 'S.S. 반다인' 등의 추리물에 익숙해있던 내겐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책이 007시리즈의 첫번째 영화 '살인번호(Dr. NO)'의 원작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실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링컨 라임'시리즈로 이미 커다란 영역을 확보하고있는 제프리 디버가 난데없이 007을 들고왔다. 그가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와 어떤 인연이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저작권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었을터인데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임스 본드를 택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카르트 블랑슈... 전권을 부여받은 백지위임장을 뜻하는 제목의 이 작품은 이안 플레밍의 원작보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영화의 분위기와 가깝다. 곳곳에서 그가 가진 007시리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특히 '유어 아이즈 온리'와 같은 대사는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라 보아도 좋을 것 같은 재치가 엿보인다.

이안 플레밍의 007시리즈는 '영국'이라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영화에서도 이것을 중요하게 고수해 왔으며, (비록 95년 피어스 브로스넌과 BMW의 등장으로 그 정통성이 깨어지게 되었지만) 제임스 본드는 언제나 영국출신의 배우여야 하며 본드카 역시 영국산 애스턴 마틴이나 로터스사의 모델로 할 것 등을 원칙으로 여겨왔다. 본드걸과 본드카, 그리고 세계정복 수준의 배포 큰 스케일을 소유한 악당 등이 필수요소인 007시리즈는 적어도 서너곳 이상의 세계무대를 오가는 모험과 멋진 슈트, 비밀무기, 또는 젓지않고 흔든 마티니 한 잔 따위의 추가요소들이 거의 인장처럼 작용을 한다.

제프리 디버도 이러한 시리즈의 고유한 요소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살짝 비틀거나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형시켜 적용하려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디버의 이 작품에는 옷과 술, 음식, 자동차 등 수많은 소품들의 메이커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벤틀리를 본드카로 채택한 것은 개인적인 취양인듯 하다. 디버가 미국작가임을 고려하면 영국이라는 배경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는 이 작품을 쓰기위해 그야말로 엄청난 자료조사가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가 있다.

하지만 작가의 시리즈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과는 별개로, 이 작품의 완성도는 살짝 아쉬움을 남긴다. 디버의 작품들을 비교적 많이 접해서인지 그가 구사하는 플롯과 패턴들에 익숙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남겨진 자들'에서도 보여졌던 반복되는 페이크씬은 여기서도 줄기차게 등장한다. 상대 무리들이 미행하던 본드를 교묘하게 따돌리는 장면이 나오면, 곧바로 다음씬에서 따돌렸던 사람이 본드가 아니고 이것을 미리 예측한 본드가 다른 사람을 시켜서 속인 것이라는 식이다. 속고 속이는 예측불허의 두뇌게임임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런 패턴이 너무나 계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것은 주인공에게 위기상황이 와도 또 페이크겠지 하게되는 긴장감 상실을 가져오고 만다. 물론 이 작품은 이안 플레밍의 007이 아닌 제프리 디버의 007인 관계로 디버스럽다고 미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그의 소설에서 빈번하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페이크씬들은 뻔히 다음 장면이 예측되다보니 식상한 느낌마저 안겨주는게 사실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까지 거쳐오면서 007시리즈의 색깔은 참 많이도 바뀌었다. 숀 코네리나 로저 무어의 본드시절은 적어도 낭만이란 것이 있었는데...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그 시절의 여유와 유머감각은 사라지고 거친액션만 남은 지금은 한없이 옛 시절을 그립게 만든다.

<사족>
1. 그가 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영화화를 심각하게 염두해 두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인지도를 고려하면 영화제작사 측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거나 이미 했으리라 생각된다.

2.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협력자 '르네 마티스'와 미국 CIA의 '펠릭스 라이터'라는 캐릭터는 모두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데뷔작 '카지노 로얄'에도 나오는 인물이어서 흥미롭다. 이들이 이안 플레밍의 소설에도 등장했던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영화 '카지노 로얄'에 등장했던 르네 마티스와 펠릭스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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