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실버북 SilverBook (실버북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유튜브 채널]</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8 Jul 2026 22:00:10 +0900</lastBuildDate><image><title>실버북</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7130210330273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실버북</description></image><item><author>실버북</author><category>한국소설</category><title>삔또가 확 상하네... - [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397403</link><pubDate>Fri, 17 Jul 2026 21: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3974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3974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off/k69213924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9247&TPaperId=173974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a><br/>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06월<br/></td></tr></table><br/>지난달 성해나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일단 별 고민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으나, 아니 벌써? 라는 약간 의아한 마음도 있었다. 작년 한해는 그야말로 '성해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혼모노'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니, 아무래도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고 신중하게 작품 구상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숨고르기할 시간이 필요했을 법도 한데, 곧바로 신작이 나왔다고 하니 공백기가 짧아도 너무 짧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br><br>어쨌든 진작 사놓고도 이미 읽고 있던 '오뒷세이아'를 먼저 끝내느라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번 신작이 과연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궁금해서 틈틈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확인하며 모니터링하기도 했는데, 지난달 중순에 출간되어 2주차 즈음에 종합 2위를 찍는가 하더니 의외로 빠르게 순위권에서 밀려나 한 달 정도 경과한 지금 시점에는 20위권에 겨우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성적도 아무나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작년 한해를 휩쓸었던 작가의 폭발적인 화제성에 비해서는 반응이 너무 미적지근한 편이라 이것 역시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nbsp;<br>하지만 내가 이 책을 직접 읽어보니 이 모든 현상에 대한 의문은 저절로 풀려버렸다.&nbsp;<br><br>본작 '인비인'은 엄밀히 말해 작가의 신작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성해나 작가가 이미 5년 전부터 각종 문학 잡지에 기고했던 여러 단편들을 모아서 새롭게 재편집한 기획물에 불과했다.<br><br>황당한 기분에 뒤늦게 인터넷 서점의 홍보문구를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니 '성해나 첫 기담집'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신작'이라는 워딩이 빠져있긴 했다.&nbsp;<br><br>솔직히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는 출판사의 속셈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실을 미리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내 불찰을 탓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래도 출판사의 얄팍한 상술에 그저 낚이고 놀아난 것만 같은 찝찝함과 함께 살짝 분한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애초에 나는 '혼모노'가 인상 깊었기 때문에 그녀의 신작도 기대를 했던 것이지 이전 작품들까지 굳이 찾아볼 마음이 있었던 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nbsp;<br>아무튼 이번 재편집 기획물 '인비인'은 총 9편의 단편들을 각각 3편씩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류하여 나름 느낌있게 구성을 했다. 과거는 친일파 조상들과 관련한 이야기, 현재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미래는 AI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기담집이라는 컨셉답게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펼쳐진다.&nbsp;<br><br>내가 파악한 성해나 작가의 특징들은 앞서 '혼모노'에서 충분히 설명한 바 있는데, (별점에 신중한 내가 무려 별 5개를 줬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특장점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걸 보면서 내 안목이 그래도 쓸만한 수준은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 작가의 내공이 생각보다 훨씬 더 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nbsp;https://blog.aladin.co.kr/771302103/16595999<br>일삭, 객년, 뇌사, 발심, 외기, 시혜 같은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 농익고 현란한 어휘들을 비롯하여,&nbsp;<br><br>소재와 주제에 관련한 해박한 지식과 자료조사의 치밀함에 한번 잡으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맛깔난 글솜씨는 이미 아는 맛임에도 여전히 감탄을 자아낸다.&nbsp;<br>작품 배경에 어울리게 '곤란해질 뿐이다' 같은 일본식 표현법을 섞어 넣는 센스라든지&nbsp;<br><br>'삔또가 상한다'나 '존나게' 같은 비속어를 거침없는 쓰는 패기는 물론,&nbsp;<br><br>하고많은 차 이름 중에 '슈마'를 선택하는 특이한 취향까지 모든 면에서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nbsp;<br><br>특히 영화 '역마차'에서 존 웨인의 스턴트맨이었던 야키마 카누트를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비범한 아이디어 같은 걸 보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다.<br><br>다만 이번 편집판에서 각각의 단편들 뒤에 작가의 해설을 붙여놓은 것은 개인적으로 약간 사족 같은 느낌이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 어차피 단편이라는 형식은 미완의 성격이 강해 독자들 각자의 해석으로 여백과 여운을 채워가는 맛을 무시할 수 없는데, 작가가 일일이 어떤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버리니 뭔가 흥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출판사에서 기존 단편들을 그저 재탕만 한 것은 아니라는 듯 어떻게든 뭔가 다른 시도를 덧붙였다는 생색을 내고 싶었던 모양인데, 하여튼 여러모로 나도 삔또가 좀 상해버렸다.<br><br>지금 이 책이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걸 보니 나만 멍청할 뿐이지 대다수의 한국 독자들은 확실히 모든 걸 간파하는 똑똑한 컨슈머임이 분명한 것 같다.<br>본의 아니게 작가의 전작들을 읽게 된 셈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그녀의 실력을 충분히 재확인한 시간이기도 해서 결코 무의미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진짜 신작이 나올 때를 천천히 기다려 보련다. 이왕이면 이제 단편은 충분히 보았으니 다음번엔 장편소설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br>[유튜브]&nbsp;https://www.youtube.com/watch?v=0r5tO6cVajI&amp;t=42s[블로그]&nbsp;https://blog.naver.com/joonjoo2/224349689387]]></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81/25/cover150/k69213924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812549</link></image></item><item><author>실버북</author><category>인문학/기타</category><title>천병희 번역을 접해봤다는 만족감 - [오뒷세이아 - (영화 &amp;lt;오디세이&amp;gt; 원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397067</link><pubDate>Fri, 17 Jul 2026 16: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3970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290159&TPaperId=173970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68/68/coveroff/s2620363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290159&TPaperId=173970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뒷세이아 - (영화 &lt;오디세이&gt; 원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a><br/>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09월<br/></td></tr></table><br/>코흘리개 시절 즐겨 읽었던 세계명작 동화나 전집류에는 '이솝 이야기'도 있었지만 '호머 이야기'도 있어서 '호머'라는 이름은 어릴 때부터 늘 친숙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호머'는 서서히 '호메로스'라는 표기법으로 정착이 되어갔는데, 아무래도 거기에는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본 등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고 그와 더불어 '호머 이야기'는 더이상 아이들의 동화가 아닌 수준 높은 어른들의 문학이라는 인식도 심어지는 토대가 마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br>80년대 초 '일리아스'의 희랍어 첫 원전 번역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호메로스는 곧 천병희'라는 공식이 성립될 만큼, 고대 그리스 문학에 있어 천병희 선생의 업적은 가히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가깝다.&nbsp;<br><br>번역가 천병희는 1939년생으로 2022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대 독문과 출신의 독문학자이면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섭렵한 이후, 국내에 수많은 그리스 고전과 희곡들을 번역 소개하는데 매진하며 평생을 바쳤는데 그가 작업한 번역서들은 목록만 대충 훑어봐도 절로 경외심이 생길 정도다.&nbsp;<br>천병희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그동안 각각 3차례와 2차례의 개정판을 거치며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워낙 공고한 위치를 지켜왔기 때문에, 여기에는 그 누구라도 감히 새로운 번역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br>하지만 놀랍게도 최근 몇년 사이에 몇몇 출판사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전공한 번역가들을 내세워 차별성을 강조한 새로운 원전 번역판들을 속속 출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자 입장에선 드디어 천병희 원툴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즐거운 고민과 함께 당연히 반길 만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론 우리나라에 이런 비주류 고대 언어를 연구하는 실력자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한국인들의 학구열과 전문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놀라기도 했다.<br><br>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병희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과 상징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카뮈의 작품들을 읽는데 있어 김화영의 번역을 건너뛸 수 없듯이 호메로스는 일단 천병희 번역을 먼저 거쳐가는게 도리이자 의무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나 역시 별 고민 없이 누구나 선택하는 바로 그 번역본으로 구매를 했다.<br><br>'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호메로스가 남긴 유일한 두 작품이기도 하고 트로이 전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보통은 세트로 소장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의 일화를 다룬 두 작품 사이에 전체적인 맥락상 생략된 부분이 많고 독립적인 느낌도 강하기 때문에 '오뒷세이아'를 읽기 위해 반드시 '일리아스'를 먼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br>그래도 나는 트로이 전쟁과 관련한 전체적인 인물관계도를 대충 파악하는 용도로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만 먼저 읽어두면 훨씬 편해질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이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는 토마스 불핀치와 이디스 해밀턴의 책을 별도 구입해 트로이 전쟁과 오뒷세우스의 모험 편만 따로 비교 참조하는 식의 사전 예습을 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하면 고 이윤기 선생의 작품이 인기가 높지만 여기에는 아쉽게도 트로이 전쟁 편이 빠져있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했다)&nbsp;<br><br>호메로스는 기원전 8세기경에 태어난 걸로 추정되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란 것인데, 책 뒷부분 천병희 번역가의 해설을 보면 고대 문헌의 발굴과 관련한 세계 여러 학자들의 노고를 유추할 수가 있어서 3천년 전의 기록물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는가, 또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역사인가 허구인가... 라는 각종 의문과는 별개로 전세계가 이미 공인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편안히 읽고 즐기면 될 것 같다.<br><br>다만 호메로스는 시인이고 따라서 이 작품이 서사시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예상치 못한 진입장벽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소설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시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괴상한 형태의 서술문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양새라 그저 영웅들의 재미난 모험담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br>다행히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전에 '니벨룽겐의 노래'라는 작품을 통해 서사시 장르를 한번 접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런 문장들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nbsp;<br><br>1976년도에 '지그프리드'라는 영화가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된 적이 있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1966년에 만들어진 독일 영화였고 딱히 유명한 작품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 누가 어떻게 수입을 결정한 것인지 사연이 궁금하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그 영화를 어릴 적 어머니 손 붙잡고 극장에서 봤었고 어린 마음에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지금도 몇몇 장면은 당시의 느낌이 생생히 떠오를 정도다.<br><br>거대한 용을 죽인 지그프리드 왕자가 불사신의 피부를 얻기 위해 핏물에 몸을 담그는데 그 순간 우연히 낙엽 한 장이 날아와 등짝에 붙는 바람에 그 부위만 치명적인 약점으로 남는 장면, 나중에 어떤 여자가 옷에 바느질로 약점이 위치한 부분에 몰래 십자 표시를 하는 장면, 빌런이었던 애꾸눈 하겐에 의해 표시된 부분이 창에 관통당하면서 지그프리드가 죽는 장면... 등은 내 기억의 한 구석에 영원히 각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br>세월이 흘러 대학생 시절 어릴적 추억의 그 '지그프리트'라는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바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라는 곡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런 인연을 거쳐 드디어 원작에 해당하는 '니벨룽겐의 노래'라는 책을 찾아내게 된 것이다. 처음엔 전혀 예상치 못한 낯선 형태의 서사시라 상당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러 추억들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 재미있으면서도 특별한 독서의 경험을 했던 것 같다.&nbsp;&nbsp;<br><br>공교롭게도 불사신의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그프리드의 어깨 아랫부분과 아킬레우스의 발목이라는... 특정 부위에 부주의로 인해 생성되는 치명적인 약점과 그로 인한 운명적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서사는 서로 다른 신화임에도 너무나 닮아있어서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넘어가기엔 흥미로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그리스 신화든 북유럽 신화든 세계의 각종 신화들은 부분적으로 비슷비슷한 서사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br><br>한편 호메로스의 낯선 서사시 형태의 문장들에 차츰 익숙해질 즈음에는 수없이 많은 신과 영웅들의 헷갈리는 이름들과 족보라는 또다른 진입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책에는 생소한 이름이 나올 때마다 주석을 달아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만 사실 주석에 나오는 족보 설명이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나중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름들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다.&nbsp;<br>사실 이 작품은 책을 다 읽고나면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있어 꼭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실제로 몇 안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오뒷세우스의 아내인 페넬로페와 아들인 텔레마코스는 가족이니 일단 예외로 하고, 나머지는 오뒷세우스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들어주고 고향으로 인도하는 역할의 알키노오스 왕과 고향에서 오뒷세우스의 복수를 면밀히 도와주는 역할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이 2명의 이름만 기억하면 작품의 장대한 여정을 따라가는데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br><br>그 외에는 알키노오스 왕의 딸인 나우시카아 공주, 오뒷세우스를 흠모하여 무려 8년 동안 붙잡아두고 동거 생활을 했던 요정 칼륍소,그리고 페넬로페의 구혼자들 중 메인 빌런에 해당하는 안티노오스, 이 3명 정도가 비중이 높은 이름들이라 할 수 있겠다.<br><br>그 밖에 신들의 경우는 제우스, 포세이돈, 헤르메스 등, 수많은 이름들이 언급되지만 실제로 작품 내내 오뒷세우스의 조력자이자 동반자로 등장하는 아테나 여신 외에는 딱히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달리 신경 쓸 필요가 없다.<br>다만 이 작품은 호메로스 서사시의 특성상 영웅과 신들의 이름 앞에 매번 캐릭터를 상징하는 수식어구들이 꼬박꼬박 반복해서 붙어 있는데,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라든지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가끔씩 이름을 생략하고 '아르고스의 살해자'라는 식으로 수식어구로만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 때는 그 수식어구가 가리키는 인물이 '헤르메스'라는 점을 바로 알아들어야 독서의 흐름을 유지할 수가 있다.&nbsp;<br><br>이렇게 반복되는 수식어구들을 접하다보니 문득 희대의 사기꾼... 어쩌고 하며 집요하게 칼자국이라는 캐릭터를 묘사하던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부분은 어쩌면 호메로스에 대한 오마주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nbsp;<br>여담이지만 오뒷세우스 귀향길의 마지막 기착지이자 안티노오스 왕과 나우시카아 공주가 사는 '파이아케스족의 나라'라는 말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작업실인 '파이아키아'를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우시카아 공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바로 그 주인공 나우시카 캐릭터의 원형을 이루는 인물이기도 하다.&nbsp;&nbsp;<br><br>나는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으면서 천병희 선생의 번역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신경을 쓰기도 했는데, 특별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작품 전체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쉬운 단어와 어휘로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려 3천년 전의 고대 서사시라면 아무래도 그 시대에 어울릴 법한 고색창연한 언어로 쓰여지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격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 쉬운 언어와 단순한 구성의 문장들이라 어린 아이가 읽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뛰어난 가독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번역에 방점을 찍고자 했던 고 천병희 선생의 개인적인 철학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겠다.<br><br>내용적인 면에서는 가족을 만나기 위한 오뒷세우스의 험난한 모험담이 분명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게 펼쳐지긴 하지만 의외로 마음을 울릴 만한 어떤 특별한 포인트는 없었던 것 같다. 막상 따지고보면 오뒷세우스가 한 일이라곤 아테나의 예언과 지침에 따라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임무를 잘 수행한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뒷세우스의 여정은 그저 아테나가 그를 집에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든 걸 주도하면서 이루어졌을 뿐, 그에 대한 그녀의 개인적 호감이나 의지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오뒷세우스는 칼륍소와 함께 남은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br>그리고 고작 인간들이 공물을 올리느냐 마느냐 따위의 사소한 이유 때문에 제우스나 포세이돈 같은 위엄 가득한 신들이 소심하게 삐져서 괴롭히기도 했다가 또 금새 풀어졌다가 하는 모습을 보면 신과 인간들의 관계가 참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nbsp;<br>후반부 집안에서 구혼자들을 상대로 펼쳐지는 오뒷세우스의 무시무시한 살육씬은 생각보다 잔인하고 고어해서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는데, 내 취향이 확실히 이런 쪽이어서 그런지 장대한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클라이막스로 나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nbsp;<br><br>본작 '오뒷세이아'는 내용의 완성도나 재미를 떠나 호메로스의 작품을 천병희 번역의 원전으로 읽어봤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아울러 그리스 신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br>헐리우드 영화 제작사 중에 'TSG 엔터테인먼트'에서 사용하는 인트로는 활로 12개의 도끼자루 구멍을 통과시키는 오뒷세우스의 모습이다.<br><br>다음 달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개봉한다. 영화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호메로스의 원전 번역판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nbsp;<br><br>[유튜브]&nbsp;https://www.youtube.com/watch?v=xENMm5GLJGo&amp;t=631s[블로그]&nbsp;https://blog.naver.com/joonjoo2/224344980460]]></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8/68/cover150/s2620363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86827</link></image></item><item><author>실버북</author><category>외국소설</category><title>무시무시하다... - [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298962</link><pubDate>Tue, 26 May 2026 2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2989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16272&TPaperId=172989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826/11/coveroff/890121627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16272&TPaperId=172989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a><br/>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04월<br/></td></tr></table><br/>오에 겐자부로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일본인으로서는 두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시적 표현력으로 현대인의 아픔을 과감한 형태로 그려내어 현실과 신화가 응축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라는 헌사와 함께 그해의 선정 이유를 밝히고 있다.<br><br>1935년생으로 3년 전인 2023년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겐자부로는 장편소설은 물론 중, 단편 및 각종 평론, 수필 등... 작품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 우리나라에도 명성에 걸맞게 대부분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와있는 상태다.<br><br>그동안 겐자부로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본 적 없다는 사실이 좀 부끄럽기도 한데, 어쨌든 늦었지만 이번에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 중의 하나인 '만엔 원년의 풋볼'을 읽어보기로 했다.&nbsp;&nbsp;<br><br>이 작품은 장편소설로서 원제 역시 '萬延元年のフットボ-ル'이며 놀랍게도 작가 나이 32살에 쓴 1967년작이다. '만엔'은 일본 연호 중의 하나이고 '만엔 원년'은 1860년을 뜻한다. 1860년의 일본은 마지막 막부인 에도 시대가 저물어가던 시기로 개항의 압박을 거쳐 서양의 문물이 밀려오면서 격동과 혼란을 겪던 시기이기도 하다.&nbsp;&nbsp;<br><br>제목만 보면 마치 막부 시절을 다룬 시대극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실제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당시 작가가 글을 썼던 시기과 비슷한 1960년대 초반이며 만엔 원년과는 정확히 100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있다. 1960년대의 일본 역시 2차대전 패배 이후 미국의 통제 속에 100년 전 조상들이 겪었던 격동과 혼란을 또다시 답습하던 시기라, 아마도 작가는 본인 스스로를 투영한 작중 주인공 세대와 만엔 원년 시절의 증조 할아버지 세대를 대비시키며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매몰되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nbsp;<br>실제로 본문 속에서 만엔 원년의 '농민 봉기'와 1960년의 '안보 투쟁'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이 시대를 초월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언급되는데, 각각의 사건에 얽힌 가족사를 바라보는 두 주인공 형제의 시각이 마치 '라쇼몽'의 그것처럼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그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인간 본성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br><br>따라서 이 두 사건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해 사전지식이나 이해도가 높았더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br>하지만 그런 핑계가 무색하게도 내게는 전반적으로 내용이 좀 난해한 편이었고,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와닿지 않아서 책을 다 읽고나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낭패감도 있었다.<br>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첫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가의 글은 문장 하나하나가 미학적으로 완벽함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축조된 예술품을 보는 듯해서 내용과 상관없이 그냥 문장을 읽어나가는 모든 순간들이 경이롭고 짜릿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nbsp;<br><br>이 첫문장만으로도 겐자부로의 스타일은 대충 다 파악이 된다고 볼 수 있겠는데, 흔히 나 같은 구세대들이 막연하게 글을 잘 쓴다는 것에 대한 기준을 정할 때 무조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놓을... 어쩌면 궁극의 경지라 부를 수 있는... 바로 그런 종류의 필력을 보여주고 있다.<br>사설이 길면 질색하고 영상 조차도 1분 미만의 쇼츠만 찾는 요즘 시대에는 이런 만연체 스타일을 구사하는 작가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나는 여전히 이렇게 긴 문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수의 글을 만나게 되면 스토리의 재미와는 별개로 글 자체를 읽는 즐거움에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br><br>역시 초반에 나오는 문장으로 그냥 개를 안아 올렸다는 별 것 아닌 행동을 어둠을 안아 올리자 어둠 속에 개가 채워져 있다고 표현한 부분처럼 겐자부로의 글에는 순간순간 흘러가는 행동과 생각들을 묘사함에 있어 단 한군데도 대충 넘어가는 법 없이 철저한 계산과 고뇌를 거쳐 빚어낸 흔적들이 역력하다.<br>새벽에 친구의 자살 사건을 떠올리며 정화조 구덩이에 들어가 넋나간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심경을 정밀하게 그리면서 캐릭터 소개까지 겸하고 있는 이 도입부 제1장은 나에게 있어 오에 겐자부로와의 첫대면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그 임팩트가 실로 대단했다. 레이어가 두세겹 입혀진 긴 문장 속에 은유와 직유를 물흐르듯 섞어넣는 테크닉은 물론 의미가 또렷하게 전달되는 적확한 어휘의 선택 등... 읽는 내내 줄곧 '무시무시하다'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면서 언어와 글로 이루어진 어떤 거대한 기운에 압도당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br><br>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지만 이렇게 글을 잘쓰는 작가를 만나게 되면 설령 내용이 어렵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글 자체를 읽는 즐거움이 그 모든 것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나 자신을 계속 설득하게 되는 것 같다.<br>물론 이 작품은 후반부에 충격적이면서도 거북한 내용의 반전도 있고 해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본문 속에서 만엔 원년의 봉기를 상징한다고 해서 넣었을 책표지의 대나무 그림마저도 나중에는 오히려 죽창이 떠올라 섬뜩해질 정도인데, 책을 다 읽고나면 요즘 서른살과 60년대의 서른살이 과연 같은 서른살이 맞는가 싶기도 하고... 겐자부로는 그 나이에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던 건가 싶기도 하다.<br><br>한편 이 작품의 지리적 배경은 시코쿠 지역이고 고치가 자주 언급되는 걸로 봐서 정확하진 않지만 고치 북쪽에 있는 어느 산골짜기 마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도 시코쿠와 고치가 배경이라 특별히 기억하고 있는데 나중에 정말로 고치는 꼭 한번 가보고 싶다.<br>https://blog.naver.com/joonjoo2/222926761125<br><br>끝으로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훌륭한 번역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였다고 말하고 싶고, 덕분에 오에 겐자부로라는 대문호를 제대로 영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br>[유튜브]&nbsp;https://www.youtube.com/watch?v=zp0b6MoS6Qc&amp;t=5s[블로그]&nbsp;https://blog.naver.com/joonjoo2/224297325419<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0826/11/cover150/89012162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8261188</link></image></item><item><author>실버북</author><category>추리/스릴러소설</category><title>로버트 랭던과 함께 떠나는 프라하 여행 - [비밀 속의 비밀 1~2 세트 - 전2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283873</link><pubDate>Mon, 18 May 2026 14: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1302103/172838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034280&TPaperId=172838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6/30/coveroff/k95203428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034280&TPaperId=172838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밀 속의 비밀 1~2 세트 - 전2권</a><br/>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2월<br/></td></tr></table><br/>댄 브라운의 신작 '비밀 속의 비밀 (The Secret of Secrets)'은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고된 바와 같이 작년 9월 9일 미국 현지에서 공개되어 2주차부터 시작해 7주 연속 아마존 차트 소설 부문 종합 1위를 찍은 걸로 나오는데, 사실 이 정도면 지금의 댄 브라운으로서는 충분히 선방이고 나름 체면치레는 한 것으로 보인다.<br><br>반면에 우리나라에선 이 책이 공개된 지 3달 가까이 지난 11월 말이 되어서야 뒤늦게 별다른 홍보도 없이 조용히 번역되어 나왔다. 추리 스릴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발매 소식을 몰랐을 정도니 좀 충격인긴 하다. 더 충격인 건 출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지도 못 했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댄 브라운의 위상이 이 정도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무상하긴 하다.<br><br>미국이란 나라가 레전드 스타들에 대한 리스펙이라든지 예우하는 문화가 발달되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나라는 변화에 민감한 민족이라 그런지 빨리 적응하고 빨리 잊고... 하여튼 그런 면이 좀 있는 것 같다.&nbsp;&nbsp;<br><br>어쨌든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댄 브라운의 이번 신작은 체코 '프라하'가 배경이다. 지난번 '오리진'을 읽었을 때 미스터리는 살짝 뒷전으로 밀리고 오히려 스페인 명소를 소개하는 데에 열을 올리는 식의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어서 작가의 방향성이랄까 집필 스타일이 예전에 비해 뭔가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의심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읽고나니 그 방향성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nbsp;<br>https://blog.naver.com/joonjoo2/224000392042<br><br>이 책은 정말로 한 권의 프라하 관광안내서에 가깝고 미스터리 요소는 거의 양념으로 끼얹어진 수준이다. 애초에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비롯한 스토리의 흐름 자체가 프라하의 각종 명소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짜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br><br>아예 처음부터 프라하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홍보비를 받고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실제로 책 뒷부분 감사의 말을 담은 작가 후기에 프라하시 관광본부가 떡하니 있는 걸 보고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작가의 명성이나 영향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안그래도 365일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프라하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상반된 생각과 충돌하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지긴 한다.<br><br>댄 브라운의 스타일을 하루이틀 겪은 바도 아니고 어느덧 로버트 랭던과 함께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컨셉으로 굳어진 상황인 건 알지만 이번 작품은 특유의 서스펜스나 스릴감마저 대폭 줄어든 느낌이라,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유럽 명소와 유명 미술품들을 덤으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br>심지어 이번 작품의 주된 소재로 선택된 인간의 뇌와 의식에 관한 첨단과학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인지는 모르겠으나, 따지고 보면 굳이 프라하에서 사건이 벌어져야 할 이유나 당위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주제와 배경 장소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천사와 악마'에서의 이탈리아나 '다빈치 코드'에서의 프랑스처럼 소재와 무대가 찰떡같이 어우러졌던 전성기 대표작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br><br>이 작품은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한 랭던이 단 하루 동안 프라하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험 활극을 그리고 있다.<br><br>새벽 조깅 코스에 굳이 카를교를 건너는 동선을 넣어서 카를교에 대한 잡다한 유래와 상식을 설파하는 것을 시작으로 프라하성은 물론, 스타로마크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도 깨알같이 등장하고,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알뜰하게 묘사되는 조핀 궁전과 댄싱 하우스...&nbsp;<br><br>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로 등장하는 크루시픽스 바스티온, 추격 액션 장면에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어넣은 페트르진 전망대, 거울 미로와 페트르진 푸니쿨라...<br><br>클레멘티눔과 악마의 성경이라 불리는 코덱스 기가스, 프라하의 미국 대사 관저인 페체크 빌라, 구 유대인 공동묘지, 후반부 주요 배경인 폴리만카 공원과 R2-D2 닮았다는 환기구 등...<br><br>예상했던 그대로 프라하의 핵심 명소들이 총망라되어 나온다. 이 정도면 그냥 프라하 여행은 직접 안 가봐도 충분할 것 같다. (어차피 갈 기회도 없겠지만...)<br>다만 프라하에도 분명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을 터인데 폴 에번스의 조각품 '호기심 캐비닛' 정도가 비중있게 등장할 뿐, 이전 작품들에 비해 미술품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점은 좀 의외였다.<br><br>사실 이번 작품은 초반부터 그 똑똑한 랭던이 마치 이성을 잃은 듯이 세계적인 도시의 특급 호텔에 화재경보를 울리며 난장판을 만든다는 상황 자체가 납득하기 힘들 뿐더러 나에겐 너무 억지스럽게 느껴져서 이후 진행되는 스토리 역시 그다지 자연스럽게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br><br>그리고 스토리의 기본 플롯 조차도 주인공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어떤 문서가 거대 조직에 위협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영문도 모른 채 쫓기게 된다는 식의... 지난번 '콘돌의 6일' 리뷰 때도 언급했듯이 존 그리샴의 '펠리컨 브리프' 같은 히트작에서 이미 충분히 우려먹었던 너무나 익숙한 설정이라, 아무래도 댄 브라운이 이번에는 솔직히 날로 먹으려는 속셈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좀 쉽고 편하게 글을 쓰고 싶었던 것처럼 느껴지긴 한다.<br>https://blog.naver.com/joonjoo2/224032833913<br>한편 작가 자신이 워낙 유명인사여서 그런지 책을 읽다보면 엄청난 인맥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전작 '오리진'에서 너무 대놓고 테슬라를 홍보하는 장면이 있어 아마도 일론 머스크와 개인적 친분이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한 바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그의 이름과 뉴럴링크가 언급되는 걸 보면 사실일 수도 있겠다.<br><br>그리고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읽고 리뷰하면서 친숙해진 이름인 마이클 폴란도 작중에서 랭던의 동료로 나오는 걸 보면 실제로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싶다.&nbsp;<br>https://blog.naver.com/joonjoo2/223645953716<br>이런 인맥이 사실이든 아니든 댄 브라운은 이 작품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최신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꽤 흥미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에는 '인공 뉴런' 같은 단어를 처음 들어봤을 정도로 문외한이지만 이 책을 통해 뇌과학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발전하고 있는지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아서 소설적 재미와는 별개로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nbsp;<br><br>본작 '비밀 속의 비밀'은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고급스런 디자인의 박스와 함께 지금껏 국내에 출간된 댄 브라운의 작품들이 늘 그러했듯 번역도 흠잡을 데 없이 유려하고 가독성이 좋다.<br><br>결론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그렇지만 프라하를 좋아하거나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정도로 마무리하고 싶다.<br>[유튜브]&nbsp;https://www.youtube.com/watch?v=Ye-Vqn0Ym7Q&amp;t=4s[블로그]&nbsp;https://blog.naver.com/joonjoo2/224288521053]]></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6/30/cover150/k95203428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06307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