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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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중에서도 이번엔 스웨덴이다. 아바(ABBA)의 나라 스웨덴...

이 책을 쓴 작가는 2명인데 각각 기자와 전과자 출신이라는 프로필이 눈길을 끈다. 데뷔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면전환이나 대사, 심리묘사 등의 처리가 비교적 매끄럽고 가독성이 좋다. 소설작법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집필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이력상 사회문제에 집중하는 르포형식으로 흘러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드라마가 약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못해 평면적인 캐릭터로 남아버렸다. 초반에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던 교도관은 실컷 궁금증만 자아내다 중반 이후 흐지부지하게 퇴장하는 등, 별 의미없이 소모되는 캐릭터도 많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에서 묘사하는 노르웨이의 성에 대한 개방성과 문란함은 복지국가의 이면을 보는 듯 했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자 이웃나라인 스웨덴이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북유럽 사람들의 성향이나 문화에 대해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는 반증이리라...

<사족> 하얀 눈과 차가운 겨울의 북유럽만 연상하다보니,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무더운 여름은 적잖이 낯설다. 실제로 스웨덴의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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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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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와의 세번째 만남...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이자 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책이지만, 뒤늦게 그의 팬이 되면서 부랴부랴 찾아읽게 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니라 거의 전전전결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숨쉴틈없이 몰아치는 스토리라인를 보여주고있다. 개성있는 캐릭터와 군더더기없이 잘 짜여진 대사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다보니, 마지막장에 이르러선 분량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허탈감을 느낄 정도였다.

자로 잰듯한 계산에 의해 치밀하게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마치 스위스 정밀시계의 부품조립도를 보는 듯하다. 분명 다른 작가들과 차별되는 그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비계가 완전히 제거된 살코기만 먹는 것 같은 퍽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게서 여백의 미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사족> 이 소설의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루벤스의 작품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은 실제로 미술관에서 도난사건도 있었던 모양이다. 구글검색으로는 비슷한 그림이 2점 정도 나오는데,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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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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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이 작가의 글에는 확실히 여타 작가들과 차별되는 독특함이 있다. 역시나 전체적인 구성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방식이  참신하다. 이 작품도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챕터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듯한 여주인공을 설명하는 1부에선 예의 현재형 시제로 혼란스러움이 눈에 잡힐 듯하게 다가온다. 이런 서술법은 작가의 의도된 선택임이 이제 확실해 보인다. 한치 앞이 보이지않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1부가 끝나고 2부로 접어들면, 분위기가 180도로 반전되며 이 작품의 숨겨둔 노림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새롭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얼마 전에 읽었던 '어두운 기억 속으로'라는 책이 떠오른다. 사람이 사람을 얼만큼 정신적으로 파멸시킬 수 있는가...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그 끔찍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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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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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작가의 프로필을 재확인했다. 정말 여성작가가 쓴 글이 맞는지...

영화든 소설이든 디테일이라는게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나는 예전에 검도를 수련했기 때문에, 액션사극에서 배우들이 칼자루를 쥐는 모습만 봐도 엉터리인지 아닌지 즉각 알아본다. 감독과 배우, 또는 작가가 사소한 부분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넘긴다고 해도 경험자와 전문가는 알아본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법정스릴러라면 변호사와 검사간의 법정공방이 얼마나 사실적인지는 현직 종사자들만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은 이런 것들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이 작품에는 스쿠버다이빙이 꽤 비중있는 소재로 등장한다. 나는 젊은 시절 스쿠버다이빙을 정말 오랜시간 경험했고,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작가가 어설프게 얼버무렸다간 딱 걸리는 장면인 것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거슬리는 부분을 찾기가 힘들었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실제로 다이빙을 체험해봤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다. 여성작가가 쓴 글인지를 재차 확인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놀랍다. 남성적인 힘과 여성의 섬세함이 모두 녹아있는 담대한 필력, 독창적인 소재와 캐릭터, 그리고 드라마틱한 대사와 디테일까지... 그 와중에 각 캐릭터의 설득력있는 트라우마 구축도 꼼꼼하게 챙겨넣었다. 액자구성에 플래시백 등, 다소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어 초반부는 집중이 힘들어도, 중반부가 넘어가면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흡인력으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장르소설 분야에서 국내 작가들의 활약이 서서히 눈에 띄기 시작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작가들...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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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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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는 아마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제외하면 단일작가의 작품수로는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작가가 될 것이다. 그저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사실 난 그의 열혈팬이 아니다. 라임 시리즈 1,2편인 '본 컬렉터'와 '코핀 댄서' 이후로는 한번도 흡족한 작품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의 완성도를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기대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디버의 작품들은 크게 라임 시리즈를 필두로 한 시리즈물과 스탠드얼론(독립형 작품)으로 나누어지는데, 그의 경우는 전자에 비해 후자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시리즈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의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아무래도 그는 시리즈물에 더 많은 애착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본작 '엣지'는 스탠드얼론이다. 역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집어든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디버의 작품으로 믿기 힘들 정도의 졸작 수준이다. 유명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 책의 경우는 솔직히 집필의 의도가 의심될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도 평면적이며, 대사 또한 사설이 많고 별다른 위트감이 묻어있지 않다.

중반부 이후에는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속독으로 대충 읽고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전에 읽었던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를 그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과 비교하면, 막말로 초보작가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다. '남겨진 자들' 이후 계속적으로 지적해온 식상한 페이크씬 역시 어김없이 등장한다. 언제나 평균이상은 한다는 믿음을 가졌던 디버와의 인연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질 듯 하다.

<사족> 사전에도 없는 은어나 신조어를 번역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번역가를 생각하면 별로 트집잡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고심의 결과물이었을 '칠꾼'이니 '캘꾼'이니 하는 희한한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망스럽다. 차라리 '집행자'와 '심문자' 정도로 편하게 번역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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