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링컨 라임 시리즈 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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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작품은 언제나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기때문에, 그 신뢰도가 대단히 높은 작가이다. 몇 페이지만 읽어봐도 A급작가다운 노련한 필력이 곧바로 느껴지고 그와 동시에 즐거운 기분으로 몰입이 된다. 지금까지 출간된 링컨 라임 시리즈를 꾸준히 맡아온 유소영씨의 깔끔한 번역 또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측면과 함께 믿음직스럽다. 독자로서는 더 바랄게 없다.

이 시리즈는 내용의 재미면으로만 본다면 2편 '코핀댄서'의 압도적인 그것을 기점으로 그 후속작들은 솔직히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하고있다. 시리즈의 기본골격인 증거물들의 치밀한분석과 의외의 범인등장이라는 작가의 패턴에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7번째인 이 작품에서는 작가가 그 익숙함을 보완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다. 스토리를 두세번 꼬아놓음으로써 일반적인 예측을 빗나가도록 의도한 것은 어찌보면 작위적이라 좀 과한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동작학전문가 '캐스린 댄스'라는 새로운 캐릭터는 작품의 신선함을 높여주는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그녀의 등장으로 인물들간의 '대화'가 한층 더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을 한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시리즈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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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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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킹콩'이나 '죠스'같은 영화의 성공 이후, 변종 괴생명체 또는 돌연변이 짐승을 다룬 일명 '크리쳐물'은 헐리우드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 힘든 식상한 구성과 진부한 클리셰의 남발로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그저그런 3류공포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간혹 뛰어난 감독들의 연출에 힘입어 탄생한 '쥬라기공원'이나 '에일리언' 같은 작품은 극히 드문 경우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장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도전한 듯한데, 아쉽게도 3류크리쳐물의 수준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졸작이라 평할 수 밖에 없다. 작품의 내용을 떠나서 일단 문장력 자체가 도저히 프로작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캐릭터의 구축도 부실한데다 대사도 재미없으며, 분위기나 액션시퀀스의 묘사도 이 방면에 경험이 전혀 없음을 드러낸다. 영화의 교차편집을 흉내낸 듯한 어설픈 장면전환은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글쓰기에 관한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뷔작부터 범상치않은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저자는 그전에 신문이나 잡지의 기자경력이라든지 분명 글쓰기에 관한 나름대로의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있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특출난 천재가 아닌 이상 프로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소설작법에 관한 기본적인 공부가 분명 선행되어야만 한다. 적어도 불특정다수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글이 읽히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이 소설은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에서 최소한의 기교라든지 고심한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괴물가오리의 이빨을 발견하면 주인공들은 곧바로 이빨전문가와 연락이 되고, 그 전문가는 순식간에 대단히 위험한 포식자 운운하며 보지도 못한 괴물의 구체적인 특징을 주억거린다. 그리고 또다시 사체에서 뇌를 채집하면, 금새 뇌전문가가 등장해서는 단 몇시간만에 엄청난 지능과 총알 몇방으론 어림도 없을 괴물의 가공할 맷집에 대해 줄줄 읊어댄다. 모든 상황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짜맞추기위해 억지로 끌어와서 붙이는 형국이다.

이 책은 저자도 문제가 많지만, 번역 또한 그에 못지않게 조악하다. 번역은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되는데, 보아하니 부녀지간 아니면 사제지간인 듯 싶다. 생물학교수란 분이 전문용어에 대한 감수를 맡았을 테고, 실제 번역은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딸 또는 제자가 비교적 손쉬운 작품이라는 판단아래 연습삼아 했을거라는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아마추어 작가에 아마추어 번역이 만났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밑천이 훤히 드러나는 글솜씨를 가지고 책을 펴낸 저자와 역자의 용기가 가상할 따름이다. 이러니 요즘은 개나소나 소설쓰고 번역하는 세상이라고 하나보다.

<사족> 요즘 소설책은 두께로 가격을 매기는지, 페이퍼백 재질의 싸구려 재생종이를 써서 무지막지하게 두껍기만 한 이 책의 정가는 무려 17,800원이다. 어이없는 출판사에, 어이없는 작가에, 어이없는 번역...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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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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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추리소설'이란 장르에 대해 깊은 애정과 함께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저급한 3류소설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자랑스레 내놓을만한 추리작가가 전무한 반면, 일본에서 수많은 추리작가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며 주류스타작가로 대접받는 것은 이러한 상반된 문화에서 탄생한 당연한 결과이다. 관중들이 열렬히 응원을 하면 할수록 선수들은 자극받아 더좋은 플레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오늘날 일본의 A급추리작가들은 그 수준이 영미권의 유명작가들에 결코 뒤지지않으며, 모두 상향평준화되어 있는듯한 느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일본추리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본다. 2년전에 책을 사놓고도 그 엄청난 두께때문에 쉽게 손이 안가다가, 밀린 숙제를 하듯 1주일만에 완독을 했다.

명성이 높은 만큼 충분히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필력이 좋다. 일본 작가들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설득력있는 트라우마 구축과 스토리의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노련함이 물씬 풍긴다. 도합 1600페이지에 이르는 장대한 분량을 별다른 지루함없이 이끌어가는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기나긴 이야기의 마무리도 극적 긴장감이 훌륭하고, 더불어 이 작품의 제목이 왜 '모방범'인가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납득하게 된다. 

<사족>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에서 잭 니콜슨이 보여주었던 소름끼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 씬이 연상되어 더욱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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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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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출간되었다는 이 작가의 데뷔작이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번역되어 나왔다. 장르소설에 관한 이런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에 대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라도 발간해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당연하게도 리 차일드는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초반 몇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물건이다'라는 느낌과 함께 흠뻑 빠져버렸다. 속도감 넘치는 그의 글은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면을 고루 갖추고 있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극적이고 힘있는 대사들은 영어로 된 원문이 궁금할 정도로 생동감있고 맛깔스럽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입체적이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대단히 좋다.

박진감 넘치는 멋진 액션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이 쾌감이 분명 나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 믿으며, 액션매니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사족> 살짝 아쉬운 부분은 있으나, 주석까지 달아가며 이해도를 높인 정성가득한 번역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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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희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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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작가는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너무 많고,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 자체가 없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볼링 포 콜럼바인'과 '화씨 9/11' 등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음모론에 관한 자료조사를 나름 정성들여 한 듯 하나, 이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는 작가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니 죽도밥도 아닌 희한한 소설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추리,스릴러물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지루한 소설은 처음 접해본다. 중반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대충 읽고 페이지를 넘기는 '속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돈이 아까워 끝까지 읽었다.

이 작가가 실제로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악의 3부작과 이 책까지 읽어본 결과로는 천재작가 운운하는 화려한 소갯말은 출판사의 허위과장광고에 지나지 않음을 확신한다. 제목과 광고에 낚여 두꺼운 책을 4권이나 읽느라 허비한 시간과 돈이 아까울 뿐이다.

앞으로 이 사람의 책에 관심두는 일 또한 두번다시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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