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부룬디 기호로로 - 10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부룬디는 개봉할 때 진한 원두향이 없어 살짝 실망했어요. 그래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맛에서 반전 매력 있네요. 파인애플,얼그레이 맛은 못 느꼈지만 저는 군고구마 같은 맛이 느껴져요. 처음 마실땐 탄 맛이 강하고 마실수록 신맛이 남는거 같은데 입맛에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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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9.

2021년 8월 26일.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 약속의 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글에서 정치 드라마 한편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딱 맞는 이야기 같다.  1장 까지 읽고 2장으로 막 넘어가는 참인데 붙은 포스트 잇이 제법된다. 





1장 에서는 유년기 시절을 거쳐 대학을 지나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 후보자로 선언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속에서 혼혈에 대한 정체성이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또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치에 입문하고 자신의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불신하는 상황을 겪으며 더더욱 사회에 어떤 힘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스프링필드에서의 정치였다. 대다수의 눈길을 피해 일련의 거래가 이루어졌고, 의원들은 여러 이익집단의 압력을 시장통 장사꾼처럼 열심히 저울질했으며, 그러는 동안에도 자기 텃밭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몇몇 첨예한 이념적 쟁점- 총기, 낙태, 세금-에는 눈을 부릅떳다.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차이를 사람들이 몰랐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선거 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스프링필드에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타협을 하거나 당론을 거스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지했다가는 핵심 지지층, 거물 후원자, 지도부 자리를 잃거나 심지어 낙선할 수도 있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시도했다. p59



'유권자들이 선거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라는 대목이 유독 따금 거리며 읽히기도 했다. 내년에 치를 대선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선거를 치뤄야 할 것인지 나는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대관절 누구??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라 손에 땀을 쥐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험난했던 과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 재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한 대목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아내 미셀을 만나 결혼을 하고 정치에 입문해 첫 아이를 갖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스프링 필드까지 출퇴근 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 이었다고 하는데 이 길을 8년 정도 혼자 운전을 했다고.  막 정치에 입문해 정신이 없을 때이기도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대부분 육아를 아내 혼자 감당하게 되면서 가정 생활에 삐걱대는 신호음이 울렸다고. 그때 자신이 정말 미숙한 부모였음을 시인하는 대목에서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받았다. 어떤 위로? 



시대를 넘고 세계를 넘어서 '육아'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구나. 어느 가정에서고 육아에 들어서면 삐걱삐걱 덜컹덜컹 거리는 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3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 개월수로 넘어오기 까지 정말 험난했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린 시절의 사진을 함께 보며 깔깔 거리며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제되지 않은 부분은 여러모로 당황스러운데 특히 책을 읽고 있을때 확 빼앗아 도망간다거나 드러누워서 휙휙 넘겨보면서 줄 생각을 안할때, 혹은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내겠다고 때를 쓸때가 그렇다. 이 책에도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겠다고 실랑이를 버리다 책이 찢어질 뻔 했으며 초록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려던 걸 간신히 막어설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행을 다니는 게 커다란 꿈이었는데.. 지금은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르고... 


알라딘에서 며칠 전 책을 구입하면서 드립백 커피도 주문해 보았다. 맛을 몰라서 하나씩 골고루 담아 보았는데 이렇게 골고루 담아진 스페셜 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는 들어본 적 있는데 니카라과나 부룬디는 처음 들어본거라 니
카라과 라구나 라는 커피 먼저 맛을 보았다. 포장지가 참 이쁘고 고급스럽다.



'오렌지의 산미, 흑설탕의 단맛, 농밀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라고 씌여져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컸다



개봉을 해서 컵에 걸치니 원두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커피숍에 들어온 기분이라 내심 기분이 났다. 뜨거운 물을 끓여 한소큼 부으니 달콤한 군고구마 굽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맡아봐도 군고구마 굽는 냄새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 모금 마셔봐도 군고구마 구운 냄새가 나는 아메리카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년째 캡슐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커피맛은 잘 모르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캡슐과는 확연한 맛의 차이가 있다. 마치 커피숍에서 내려 마시는 기분이 든다. 구입해 놓은 커피를 다 마시면 잊지 말고 구입해 두고 한번씩 커피숍이 그리울때 마셔야 겠다.





한 번의 생에서 사건과 우연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결정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이 느끼기에 옳은 편에 서서 혼돈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고 매 순간 품위와 용기를 발휘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 P98

이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할 만한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집중이었다. 나는 새출발을 했다. 2학년을 마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 편입했다. 뉴욕에서 지낸 3년간, 허물어져가는 연립주택들을 전전하며 나쁜 습관과 옛 친구들을 등진 채 수도승처럼 살았다. 읽고 쓰고 일기장을 채웠으며 대학생 파티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데운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나는 머릿속에 틀어박힌 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몰두 했다. 왜 어떤 운동은 성공하고 어떤 운동은 실패할까? 대의의 일부가 기성정치에 흡수되는 것은 성공의 징표일까. 대의를 도둑질당했다는 표시일까? 무엇이 타협이고 무엇이 변절이며, 둘의 차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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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8-2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이더군요. 오바마는 웃는 모습이 정말 순수하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ㅎ
6개의 드립백이 책 처럼 보이는데요. ㅎ
커피 향기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부자 2021-09-03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표지의 오바마가 다른 사람같이 느껴졌어요 ㅋㅋㅋ 이제보니 정말 드립백 커피 사진이 작은 미니북 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ㅎ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처음 케이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아이사랑 012 시리즈중 <동그란 게 맛있어요!>를 읽고 난 후다. 달콤해 보이는 동그란 도넛의 표지를 넘기면 동그란 모양의 색깔, 케이크,비스킷 쿠키, 김밥등 동그란 모양의 음식과 색깔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오른쪽에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를 보고 '이건 뭘까요?"라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 장 넘기면 동그란 모양의 초코 케이크가 나오는데 '동그란 게 맛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빨간색, 노란색,알록달록 색깔들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읽어주는 엄마는 꼴깔꼴깔 침넘기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곧바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빵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원하는 모양의 케이크를 고르게 한 후 집으로 돌아왔더랬다. '생일에만 먹을 수 있는 케이크지만 우리 한번 먹어볼까'라며 아이에게 책속에서 정말 달콤한 이야기를 우리가 읽었노라고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책에서 케이크만 나오면 좋아하는 아이는 케이크과 관련된 책들을 부담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버찌야, 생일 축하해><스팟이 케이크를 만들었어요><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등등 생일이나 케이크와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스팟이 아빠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가고 집으로 돌아와 식탁을 왕창 어질러 놓으며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을 보면 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즐겁다면? 자~ 우리 만들어 보자~~!!




특히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 책을 좋아했는데 이유는 구리와 구라가 빵을 만든 후 큰 달걀 껍질을 기차로 만들어 타고가는 엔딩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밥솥으로 40분 쪘더니 케이크가 완성 되었다. 생크림을 얹어야 진짜 케이크 기분이 났을테지만 그냥 간단하게 초만 꼽아서 놀이를 했다. 그런데 잠깐 방심한 사이 초를 두동강이 낸 아이. 정말 우사인볼트 보다 빠른 행동에 깜짝 놀랐다.




어쨌거나 아이의 3살에 맞게 노래도 불러주고 만들기 놀이를 종료했다. 이후 확장할 수 있는 주제는 많았다. 색깔과 모양찾기, 초 덕분에 수세기 놀이도 할 수 있지만 <구리와 구라 빵만들기> 덕분에 잔디밭에서 버섯 찾기 도토리 줍기, 솔방울, 나뭇잎, 꽃들 구경하기등 확장하며 놀이를 많이 했다.



아이랑 책을 읽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그럴 때 준비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속상할 수 있지만 아이 나름대로 그림책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생각하며 아이의 관심사로 따라가 주는 것이 최고의 놀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 아이는 '버섯'에 관심이 많아 잔디밭에서 버섯을 보물처럼 찾는 일을 즐기고 있다. 이제는 먹어도 되는 버섯과 먹으면 안되는 버섯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이럴때 자연관찰책이 도움이 된다. 60권에 2만원대. 중고책으로 들여놓은 자연관찰책도 요즘 톡톡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한때 자연관찰 책을 굳이 사야 할까 생각했는데 사두는 편이 좋다는 것에 한

표 던진다.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글자를 읽어주기 버겁다. 워낙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고 좋아하는 것만 보는 아이라서 글자를 읽어주다 보면 그냥 가버리기 일쑤이니까. 그림만 토대로 말을 만들어주고 익숙하고 좋아하게 된 책은 글을 조금씩 읽어주면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런데도 자연관찰 책을 산 이유는 실사 그림이 정말 풍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섯을 좋아하게 된 아이에게 버섯 자연관찰 책은 최고의 호기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사진(그림)만 보고도 아이와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책과 놀자의 핵심이 아닐까. 글밥이 많아서, 아이에게 어려울 것 같아서 미루는 것 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적재적소에 아이와 함께 꺼내 볼 수 있어야 오래도록 함께 그림책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요즘 많이 느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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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오마이스 영향으로 하루 종일 우리 집 보일러 연통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잘 잤다 + 밥도 먹었다 = 34개월 에너지 파워 충전.



이미 고점을 찍고도 넘쳐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어쩔 줄 몰라 애벌레처럼 몸을 베베꼬고 다니며 방안 가득 물건이란 물건은 넘어뜨리고 보는 이 녀석과 하루 종일 방에서 지내야 하다니! 깊은 한숨만 몰아쉬고 있어야 하는 슬픈 현실. 슬픈 현실?


아니지 나는 전혀 슬프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 너무 좋다. 왜냐면 아이와 할 일이 무궁무진하니까! 공짜 워터파크를 개장할 수 있으니까!!



▣ 준비물

아이 : 분무기. 우비.

엄마 : 젖어도 뱃살이 드러나지 않을 옷, 우산, 분무기

인내심 10리터

육아 난이도 : ★★★★



준비물을 잘 챙겨 놀이터로 향했다.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지만 천둥, 번개만 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페파피그 처럼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기, 분무기로 물총을 쏘며 잡기 놀이하기, 미끄럼틀 슬라이딩하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풀들 관찰하기, 모래밭에서 개미 찾아보기 등등 1시간가량 우리는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서 까끌까끌 거리고 분무기를 시소 태운다고 양쪽으로 올렸는데 균형이 안 맞아 자꾸 떨어져 짜증도 냈다. 미끄럼틀은 정말 미끄러웠는데 몸이 가벼운 아이는 평소보다 멀리 날아가 깜짝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깔깔거리며 돌아다니는 녀석. 워터파크가 별건가? 공짜로 돈 안 들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덤까지 챙겨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집 앞 놀이터와 비가 최고의 놀잇감이지.










1시간가량을 신나 게 놀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태산이다. 아이를 욕조에 집어넣고 물을 틀어 여기저기 붙은 모래를 털어준다. 아이 쫓아다니느라 젖은 내 티셔츠와 바지도 모래를 탈탈 털어내고 2차 물놀이를 시작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 아이가 좋아하는 거품 놀이, 물감으로 여기저기 색칠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젖은 옷을 손빨래하고 모래가 들어간 신발을 정리하는 등 분주해진다. 다시 1시간가량 놀이가 끝나면 아이의 간식을 준비해 서둘러 먹이고 나야 비로소 쉴 틈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육아 난이도는 4. 체력 소모도 많고 신경 쓸 일이 많다. 그렇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는 그 웃음소리가 많은 것들을 단련시켜 준다.



간식을 먹고 한숨 돌릴 때쯤

비와 관련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들고 한곳에 모아둔다. 그러면 엄마가 뭐하나 궁금해하던 아이가 쫓아와 책을 살펴보다가 원하는 책을 가지고 온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살펴보면서 오늘 일을  간간이 섞어 들려주면 가만히 듣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아이가 씩 웃는다. 놀았던 순간이 기억났나 보다고 생각해 본다.




나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강요하지 않는 편이다. 읽히고 싶은 그림책이 있으면 가만히 잘 노는 공간에 둔다. 그러면 어느샌가 호기심을 보인 아이가 읽어달라며 책을 들고 오면 호들갑스럽게 읽어주는 편이다. 우리 아이 성향이 워낙 활발하고(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원하는 그림만 보고 지나가버려서 억지로 보여줘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다. 아이가 책장에서 책을 다 뽑아 난장판을 만들어도 인내라는 쓰디쓴 약을 복용한 덕분인지 평소 잘 보지 않던 그림책을 들고와 읽어달라며 내 무릎에 척 앉는다. 그럴 땐 만사 제쳐두고 환영하는 식이다. 아이의 부쩍 늘어난 체중이 온몸으로 느껴질때면 깨닫는다. 아이들에게 기다림이 약이란 것을.



표지만 봐도 시원해지는 그림책 두 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번 구매 땐 잊지 말고 꼭 구입해야지.










집에 있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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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친구나 가족에게는 더더욱 할 수 없었다.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지금보다 더 별나 보이고 싶진 않았다. 내가 찾은 피난처는 책이었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독서 습관은 아주 어릴 적부터 배어 있었다. 내가 지루하다고 짜증 낼 때, 나를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을 때, 애 봐줄 사람이 없어 나를 데리고 일하러 가야 할 때 어머니는 으레 책을 내밀었다. 가서 책을 읽으렴. 다 읽고 나서 뭘 배웠는지 말해줘.

p27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일을 계속하며 내 동생 마야를 키우느라 나를 하와이에 보내 외조부모와 몇 년간 살 게 했다. 잔소리하는 어머니가 없어지자 예전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성적도 금방 표가 났다. 그러다 10학년 즈음에 변화가 찾아왔다. 우리 아파트 맞은편 센트럴 유니언 교회의 바자회에서 오래된 양장본이 담긴 통 앞에 서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떤 이유에선지 나는 관심이 가거나 막연히 친숙해 보이는 책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랠프 엘리슨과 랭스턴 휴스, 로버트 펜워런과 도스토옙스키, D.H, 로런스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책들이었다. 중고 골프채를 눈여겨보던 외할아버지는 책 담은 상자를 들고 가는 나를 보고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도서관 열 작정이냐?"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에게 조용히 하라며 문학에 대한 나의 느닷없는 관심을 대견해하면서도, 언제나 실용주의자였던 분답게 <죄와 벌>을 파고들기 전에 학교 숙제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는 이 책들을 모두 읽었다. 때로는 친구들과 농구하고 맥주를 마신 뒤 집에 돌아와 밤늦게, 때로는 일요일 오후 보디서핑을 즐길 후 외할아버지의 낡아빠진 포드 그라나다에 홀로 앉아 좌석이 젖을까 허리에 수건을 두른 채 책을 읽었다. 바자회에서 산 책을 다 읽고는 다른 벼룩시장에 가서 더 읽을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 때 읽은 것들 대부분은 막연하게만 이해했다. 낯선 단어는 동그라미를 쳐뒀다가 사전에서 찾아봤지만, 발음은 깐깐히 따지지 않았다. 20대에 훌쩍 접어들고도 뜻은 아는데 발음하지 못하는 단어는 많았다. 나의 지식엔 체계가 없었다. 운율도 패턴도 없었다. 나는 집 차고에서 낡은 브라운관과 볼트와 남은 전선을 모으는 꼬마 기술자 같았다. 이걸로 뭘 할지는 몰랐지만, 내 소명의 성격을 알아내는 날엔 쓸모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P28




¶ 메모


2021년 8월 23일

책이 정말 무겁다. 두 손으로 들고 읽으면 얼마 못가 팔 통증으로 내려놓게 되고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읽으면 자세가 구부정해서 그것도 얼마 못간다. 그래서 독서대에 올려두고 읽는데 진도가 많이 나가지 못해서 책이 쫙 펴지지 않고 기우뚱하다. 이러나 저러나 불편한 무게 실로 오랜만에 온몸으로 채감하며 읽는 맛도 나쁘진 않지만 다음 개정판이 나오거든 무게를 줄이는 방향은 어떠실런지.


읽은 페이지까지 정리하자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년기 시절의 회고하는 이야기. 그 중에서 백안관 관저 안에 있는 로즈 가든에 관한 시선도 좋았는데 백안관 가든에서 일한지 40년이 되었다던 에드 토머스와 첫 만남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핏줄과 마디가 나무 뿌리처럼 굵은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토록 문학적인 사람이었단 말이야? 라는 감탄의 끝에 어린 시절 책을 참 열심히 읽었다는 회고에 의문을 풀게 되었다. 역시 '책'이었구나. 힘든 사람, 아픈 사람, 즐거운 사람, 기쁜 사람. 외로운 사람, 좌절한 사람 등등 어떤 사람에게나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바로 그것! 물론 본인이 원해야 얻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지만.


전직 대통령의 글이라 읽기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편안하게 읽고 있다. 아직 초입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또 열심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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