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9.

2021년 8월 26일.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 약속의 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글에서 정치 드라마 한편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딱 맞는 이야기 같다.  1장 까지 읽고 2장으로 막 넘어가는 참인데 붙은 포스트 잇이 제법된다. 





1장 에서는 유년기 시절을 거쳐 대학을 지나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 후보자로 선언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속에서 혼혈에 대한 정체성이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또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치에 입문하고 자신의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불신하는 상황을 겪으며 더더욱 사회에 어떤 힘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스프링필드에서의 정치였다. 대다수의 눈길을 피해 일련의 거래가 이루어졌고, 의원들은 여러 이익집단의 압력을 시장통 장사꾼처럼 열심히 저울질했으며, 그러는 동안에도 자기 텃밭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몇몇 첨예한 이념적 쟁점- 총기, 낙태, 세금-에는 눈을 부릅떳다.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차이를 사람들이 몰랐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선거 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스프링필드에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타협을 하거나 당론을 거스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지했다가는 핵심 지지층, 거물 후원자, 지도부 자리를 잃거나 심지어 낙선할 수도 있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시도했다. p59



'유권자들이 선거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라는 대목이 유독 따금 거리며 읽히기도 했다. 내년에 치를 대선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선거를 치뤄야 할 것인지 나는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대관절 누구??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라 손에 땀을 쥐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험난했던 과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 재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한 대목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아내 미셀을 만나 결혼을 하고 정치에 입문해 첫 아이를 갖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스프링 필드까지 출퇴근 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 이었다고 하는데 이 길을 8년 정도 혼자 운전을 했다고.  막 정치에 입문해 정신이 없을 때이기도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대부분 육아를 아내 혼자 감당하게 되면서 가정 생활에 삐걱대는 신호음이 울렸다고. 그때 자신이 정말 미숙한 부모였음을 시인하는 대목에서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받았다. 어떤 위로? 



시대를 넘고 세계를 넘어서 '육아'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구나. 어느 가정에서고 육아에 들어서면 삐걱삐걱 덜컹덜컹 거리는 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3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 개월수로 넘어오기 까지 정말 험난했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린 시절의 사진을 함께 보며 깔깔 거리며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제되지 않은 부분은 여러모로 당황스러운데 특히 책을 읽고 있을때 확 빼앗아 도망간다거나 드러누워서 휙휙 넘겨보면서 줄 생각을 안할때, 혹은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내겠다고 때를 쓸때가 그렇다. 이 책에도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겠다고 실랑이를 버리다 책이 찢어질 뻔 했으며 초록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려던 걸 간신히 막어설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행을 다니는 게 커다란 꿈이었는데.. 지금은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르고... 


알라딘에서 며칠 전 책을 구입하면서 드립백 커피도 주문해 보았다. 맛을 몰라서 하나씩 골고루 담아 보았는데 이렇게 골고루 담아진 스페셜 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는 들어본 적 있는데 니카라과나 부룬디는 처음 들어본거라 니
카라과 라구나 라는 커피 먼저 맛을 보았다. 포장지가 참 이쁘고 고급스럽다.



'오렌지의 산미, 흑설탕의 단맛, 농밀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라고 씌여져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컸다



개봉을 해서 컵에 걸치니 원두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커피숍에 들어온 기분이라 내심 기분이 났다. 뜨거운 물을 끓여 한소큼 부으니 달콤한 군고구마 굽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맡아봐도 군고구마 굽는 냄새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 모금 마셔봐도 군고구마 구운 냄새가 나는 아메리카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년째 캡슐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커피맛은 잘 모르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캡슐과는 확연한 맛의 차이가 있다. 마치 커피숍에서 내려 마시는 기분이 든다. 구입해 놓은 커피를 다 마시면 잊지 말고 구입해 두고 한번씩 커피숍이 그리울때 마셔야 겠다.





한 번의 생에서 사건과 우연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결정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이 느끼기에 옳은 편에 서서 혼돈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고 매 순간 품위와 용기를 발휘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 P98

이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할 만한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집중이었다. 나는 새출발을 했다. 2학년을 마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 편입했다. 뉴욕에서 지낸 3년간, 허물어져가는 연립주택들을 전전하며 나쁜 습관과 옛 친구들을 등진 채 수도승처럼 살았다. 읽고 쓰고 일기장을 채웠으며 대학생 파티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데운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나는 머릿속에 틀어박힌 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몰두 했다. 왜 어떤 운동은 성공하고 어떤 운동은 실패할까? 대의의 일부가 기성정치에 흡수되는 것은 성공의 징표일까. 대의를 도둑질당했다는 표시일까? 무엇이 타협이고 무엇이 변절이며, 둘의 차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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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8-2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이더군요. 오바마는 웃는 모습이 정말 순수하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ㅎ
6개의 드립백이 책 처럼 보이는데요. ㅎ
커피 향기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부자 2021-09-03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표지의 오바마가 다른 사람같이 느껴졌어요 ㅋㅋㅋ 이제보니 정말 드립백 커피 사진이 작은 미니북 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ㅎ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21년 8월 19일.

독서일기 #8


육아를 시작하기 전 독서 스타일은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육아를 하고 늘 잠과 시간에 쫓기다보니 독서 시간은 줄어들고 줄어든 독서시간에 비해 읽고 싶은 책들은 늘 넘쳐났다. 하루는 읽고 있던 책이 있음에도 너무 궁금한 책을 펼쳐들었는데 그만 홀딱 빠져서 읽게 되었고 그 궁금증이 해소되어가던 찰라 또 다른 궁금한 책을 펼쳐들었다가 또 빠져들어서 읽게 되었다. 결국은 약 두 달에 걸쳐 찝적거리며 읽던 책들을 모두 읽었고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굳이 한 권의 책만 읽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자유로운 독서도 괜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문학과 육아와 투자서라는 하나의 연결점도 없는 주제들 사이에서 매일 관심사로  찝적대며 책을 읽고 있다. 아이가 커가면 내게 '여유'가 조금 생길 줄 알았는데 얼마나 헛된 희망이었는지 뼈져리게 느껴가는 나날들이다. 아이의 요구 사항은 더욱 거세고 거대해지며 아이의 체력은 슈퍼맨과 아이언맨 그 경계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궁금했던 책들을 이 책 저 책 조금씩 맛을 봤더니 그만 이렇게 쌓이게 되었다. 모두 즐겁기는 하다. 단 하나 이언 매큐언의 <스위트 투스>만 빼고.



요즘 정말이지 거대한 이야기, 스토리가 나를 집어 삼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육아와 떨어져 들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세계가 나의 책장, 내 책들 사이 어딘가에 존재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한때 라이트 노벨이라 불리우는 <알바뛰는 마왕님>이란 소설을 즐겁게 읽기도 했다.


<알바뛰는 마왕님>의 간략 스토리는 인간 세계에서 군림하던 마왕이 용사에게 쫓겨 게이트로 도망쳤는데 도망친 곳이 일본이라는 설정. 그런데 일본에 왔더니 마력을 쥐어짜야 겨우 나오는 수준이라 한마디로 무일푼에 집도 절도 없는 신세. 할 수 없이 여러가지 일을 하며 겨우 돈을 마련해 작은 집세를 얻고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식 직원이 되는 꿈을 품고서 열심히 알바를 뛴다는 스토리. 내용이 참신하고 재미도 있고 일본 거리와 문화를 잘 표현해서 내쳐 4권까지 재밌게 읽었는데 아마도 4권 말인가 5권쯤 부터 스토리가 점점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늘어지는 김에  잠시 쉬기로 하고  그 늘어지는 부분을 잡아줄 다음 책으로 이언 매큐언의 <스위트 투스>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세리나'에게 너무 실망한 나머지 매 장을 넘기면서 더 읽어야 하나 말아야하나 질척거리다가 결국 중간 부분에 덮고야 말았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이라면 <속죄>와 <칠드런 액트>를 읽었기에 그간 보여준 그의 저력을 의심하지 않았건만 세리나를 통해 드러나는 그의 변태적 욕망이 빤하고 저속해보여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거기다 더해 영국의 과거사에 한톨의 궁금증도 없었던 내게 탁상공론만 이어지는 늙다리 요원들의 토론은 어느 곳에서 웃어야 할지 알 수 없기도 했다. 읽으며 화가 부글부글 차올랐고 눈을 비벼가며 읽어보려고 노력했던 헛된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날려버릴 책 한 권을 책장에서 뽑아들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읽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약속의 땅>이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첫 느낌은 표지를 보고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것과 책의 두께 때문에 흉기로 느껴졌다.  책의 페이지가 무려 800쪽이 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자서전 2권이 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몇 페이지 못 읽었지만  백악관에서의 생활과 8년간 임기를 지내며 갖게 된 생각들 사상들 관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들어가는 글부터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나의 대통령 임기가 끝난 직후이자 미셸과 함께 마지막으로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옮긴이)을 타고 서부로 날아가 오래 미룬 휴가를 보낸 뒤였다.

p11 첫 문장.



나이 들며 참 고맙게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사면 한 사람의 인생관을 통째로 사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장에 꼽아두면 언제 어느 때나 만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읽었던 책으로 꼽자면  강방천 저자의 <관점>이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 그러했다. 버락 오바마의 저서 <약속의 땅>역시 그런 책으로 분류되길 소망한다.  800페이지 종주하는 그날까지 이 느낌 그대로 가져가기를.




'해바라기 씨앗 초콜릿'을 손으로 집어먹던 아이가 갑자기 책을 읽고 있던 내게 다가오더니 (막을 틈이 없었다)  손으로 덮석 책을 잡아 쥐고 빼앗으려 해서 책에 초콜릿 자국이 남아버렸다.



말해두지만 나는 정말 책을 깨끗하게 읽는 걸 좋아한다. 책에 대한 결벽증 내지 강박증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책에 여기저기 흔적이 남게 되고 때론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아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읽는 것은  꿈도 못꾼다.  이런 사정으로  훌쩍 늘어난 책 구입  덕분에 책장에  책이 넘쳐나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골칫거리가 되어가고 있지만 육아가 끝나는(그런 날이 오려나?) 그날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임을 기록해두는 바이다. 땅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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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말이 늦어요 - 집에서 직접 하는 엄마표 현실 언어치료
서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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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말이 솟아나올 것 같은 기분, 참 오랜만에 느낀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며 너무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 서유리' 님과 그녀의 아이 '꿈'이에게 화가 났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이라고 말하는 영유아 검사 항목에 화가난 것이다. 대체 이런 기준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예전에 딱 한번 영유아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 아이는 또래에 비해 발달 상황이 늦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발달이라는 것은 그것도 영유아 발달이라는 것은 아이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면 어느 정도 너그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어영역에서 체크할 부분이 없던 아이였기에 그대로 제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간호사분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오시면서 이렇게 제출하면 점수가 너무 낮게 나온다면서 고쳐보라고 다시 돌려주시는 게 아닌가?  영유아 검진이라는 것은 아이의 발달 상황을 체크할 뿐 아니라 문제되는 상황은 없는지 체크할 수단이어야 한다. 혹시 언어적인 발달 지연이 자페적인 성향(혹은 또다른 발달상의 특정한 문제)의 문제는 아닌지를 관찰하는 '도구'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너무 영유아 발달 영역이라는 틀에 끼워맞춰 아이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볼 문제다.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혹시 이후에 언어 발달이 늦는다면 그때는 전문 기관에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는 조언을 얻었을 뿐이다. 



33월 우리 아이의 언어 발달은 또래에 비해 꽤 늦은 편이다. 처음 엄마라는 단어는 정말 일찍 터졌고 꽤 오래 지나서 아빠라는 말을 하다가 다음 말이 오빠였다. 내가 신랑을 부르는 소리를 흉내내는 소리였는데 자동차를 밀고 다니면서 '엄마아빠오빠'라며 중얼중얼 매일 반복 되었다. 그러다 30개월이 넘어서야 '안해, 안먹어, 안가, 와봐'라는 단어를 표현하긴 하지만 아주 가끔 부정확한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언어치료 센터를 다녀볼 수 있지만 나는 기다리는 중이다. 언어가 발화되어 나오는 과정은 오직 '아이'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뜸을 들이는 심정으로 딱 아이의 세돌 까지만 기다리다가 그래도 발전이 없으면 여러 기관에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다. 



이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포인트는 아이의 발달 상태가 이전보다 변화되고 있는 것인가를 체크하는 일이다. 한 달 전보다 신체적인 능력이 향상되어 가고 언어를 이해하는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간단한 심부름을 시키면 수행할 수 있는 이해력이 향상되어 가고 있는가 그리고 사회성(상호작용)이 발달해가고 있는가를  체크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 아이는 꾸준한 변화가 보인다. 확확 눈에 띄게 보이진 않지만 그전에 표현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소통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너무 활동적인 아이고 흥이 많은 아이라 눈마주칠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은 부르면 꽤 눈을 맞추고 입을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져간다. 그러면 단어를 말할 때 천천히 길게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언어가 자연 발화되어 빛을 보여주지 않을까.



나는 왜  책에 화가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책의 표지에 적인 "치료"라는 단어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 등장하는 아이 꿈이의 성장을 보면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엄마의 언어 개입이 아이의 발달에 자극을 주었고 더 많은 발화가된 힘이라고 판단된다. 24개월에 말문이 트이지 않아 걱정이었지만 33개월에는 표현하는 단어가 제법 되었다. 영유아 발달 검사를 토대로하자면 비교적 늦은 수준일지 몰라도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꽤 발화가 된 상태였으며 엄마의 놀이 활동 덕분에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굳이 '치료'라고 해야하나? 생각해볼 문제다. 차라리 '엄마표 언어놀이'라고 했다면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치료'라는 단어를 쉽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직 작고 작은 씨앗 같은 아이를 대상으로 말이다.



 아동 복지과를 졸업하고 유아교육 기관에서 5년여 정도를 근무하며 참 다양한 아이와 부모님을 만났다. 다 꽃같이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아이들이었지만 같은 연령 같은 개월 수라도 아이들의 발달 상황은 천차만별 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해갔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보육 환경과 양육 시스템이지만 더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어른들의 역할인 것 같다. 아이에게 특정한 발달의 문제점을 필히 체크하되 그게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기다려볼 수 있는 기다림, 그것은 양육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언어 발달이 느린보 같은 내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하는 말이자 지키고 싶은 다짐인지도 모르겠다. 기다리겠노라고. 네 스스로 빛처럼 환하게 발화되는 그 시간까지. 언제나 어느 순간에나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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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0일.


독서일기 #7


어제는 아이가 새벽 1시를 넘어서 잠이 들었다. 다시말하자면 오늘 새벽에 잠이 든 것이다.

33개월 아이의 체력은 얼마나 좋은것인지 그 싱싱하고 파릇함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거기에 비해 며칠 냉장고에 처박혀 축 늘어진 상추같은 체력의 부모는 치약의 마지막 끝을 쥐어짜내는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방어할 뿐이다. 그 덕분에 요즘 독서일기가 뜸했다. 책을 읽고 있었지만 진도가 더디고 내용 정리가 버거웠기 때문. 그렇지만  그동안 그럭저럭  두 권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짤막하게나마 기록해두려고 한다. 


읽은 책은 강방천 저자의 < 관점>과 오건영 저자의 <부의 시나리오>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길 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마켓에 입문할 당시 작년 11월 중순쯤으로 기억한다. 한참 강세장이 이어질 적이었는데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신의 가호 덕분에  작은 수익을 얻으며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연초 1월 말일부터 시작된 조정 기간에 내 계좌는 연일 파란색 신호등으로 바뀌고 지금도 그다지 행복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조정국면에 들어선 장에서 투자에 관한 기술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책보다도 '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이 강하게 들었다.  마이너스를 참지 못하고 많은 손실에도 손절치는 사람, 이런 계좌는 보고 싶지 않다면서 아이에 보지 않는 사람, 이럴 때가 기회라며 적극 매수하는 사람 등등 무수한 소문은 듣고 있었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얼마만큼에 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는데 그럴 때 강방천 저자의 <관점>을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 이 문구  


 내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관점이란 비법이 아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주식투자에 비법을 알려주겠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주식투자는 정답을 맞추는 자연과학이 아니다. 좀 더 멋진 답을 찾아가는 사회과학이다.p7



'좀 더 멋진 답을 찾아가는 사회과학'이라는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고로 이 책은 좀 더 멋진 기업 (투자)을 찾기 위해 자기만의 '시각(관점)'을 찾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총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눠보자면 첫 장은 신안군 암태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어떻게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두 번째 장에서는 마켓에 입문하고 겪게 되는 부조리한 현상에 대해 어떤 시각을 만들고 투자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투자 방법에 관해 어떤 프리미엄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강방천 저자만의 관점에 관한 이야기까지 어느 한 부분만 뚝 떼어내 설명하긴 아까울 만큼 참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0.39% 떨어진 3,231.80 , 코스닥 지수는 0.14% 떨어진 1,048.32 이며 내 계좌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7%를 향해 파란불로 질주하는 중이다. 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매일 수익을 낼 수 있을까를 알면서도 이렇게 하락이 거듭되는 날이면 편치않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때 책의 한구절을 떠올린다.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좀 더 예측 가능하고 좀 더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나는 좋은 기업을 찾는 투자자로서, 좋은 기업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그러면 복잡한 일이 단순해진다.p157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하락장이 오든 폭락장이 오든 걱정하지 말고 더욱 더 좋은 기업을 찾아 매진하라.'는 이 말을 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뿐 아니라 산업을 이해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비'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사의 채용공고 광고를 들은 일이 있었다. 강방천 회장이 직접 모집 공고를 내는 광고였는데 주요 내용은 학벌이나 경력 보다는 끼와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 였고 그 광고를 듣는 순간 이분은 '언행일치'가 되시는 분이구나 싶은 생각에 존경심이 샘솟았다. 책 말미에 보면 끼와 재능이 넘치는 분들이 많은데 많은 기업에서 학력이나 경력을 위주로 채용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신은 끼와 재능만 있다면 누구나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말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셨기 때문이다. 이런 분의 책이라면 좋지 않을까. 함께 투자 원칙을 만들고 가치를 찾아 생각하는 일들이. 




두 번째로 오건영 저자의 <부의 시나리오>를 읽게 된 동기는 '테이퍼링' 때문이었다. 마켓에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긴축'이나 '테이퍼링'에 대한 감이 전혀 오지 않았고 그래서 책을 찾아 읽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증으로 찾아 읽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좋았다. 너무 쉽고 재미가 있으면서 적절한 그림과 요점 정리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는 오건영 저자의 센스와 입담과 재치와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방식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고로 이 책을 읽고 연준의 방향 그리고 세계 경제가 겪게 될 혹은 반응하게 될 먼 그림까지 그려볼 수 있었으며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남는 문장.


Buy the dip (밀리면 사라)




말하는 스타일은 다르나 어쨌거나 비슷한 주제의 두 권의 책이 하나로 일관되게 주장하는 이야기 '좋은 기업이 싼 값이 되거든 (밀리면) 사라' 는 말은 한편으로 '기회'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조정국면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 또 자산을 다시 한번 구성해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건영 저자의 책은 전반적으로 너무 좋지만 특히 후반에 수록된 '부록'을 읽지 않는다면 계란의 노른자만 빼놓고 먹는 꼴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록에는 알짜베기 이야기가 있으니 꼭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는 이런 사람에게 이 두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나는 마켓에 입문해서 수익과 손실을 경험해본 초보자에게 그리고 두 번째로 마켓을 경험하고 나서 어떤 의문이나 궁금증으로 책이 필요하다 느껴지는 분들 중에서 기업의 가치나 산업과 투자의 방향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강방천 저자의 <관점>을, 불안한 시국 불안정한 마켓으로 경제적인 흐름을 이해하며 투자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싶다면 오건영 저자의 <부의 시나리오>를. 물론 이 두 권을 동시에 읽어도 되지만 굳이 추천한다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오건영 저자가 마켓을 공부하는 방법, 특히 책으로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기록해둔다. 내가 가장 하지 못하는 방법이라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하나의 책을 수차례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경제 관련 도서는 읽더라도 휘발성이 매우매우 강합니다. 그렇기에 한 번 읽고 다음 번에 다시 읽을 때 정말 새롭다는 느낌도 종종 받곤 하죠. 그리고 일회독을 할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저자의 메시지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라는 익숙하지 않은 영역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주 접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나의 책을 수차례 읽으면서 경제 관련 도서를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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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6. 위험한 책

정말 오랜만에 적는 독서일기.
그동안 강방천 저자의 <관점>을 다 읽고 지금은 오건영 저자의
<부의 시나리오>룰 읽는 중이데 이 책, 참 위험하다!!


첫째 위험은 삼프로 티비에서 저자를 몇번 봤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 환청처럼 머리속에서 목소리가 들리는것만 같고 거기에 책이 너무 술술, 막힘없이 읽히면서 적절한 그림까지 곁들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두번째 위험.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며 서로 보완하는 책을 ‘그림책‘이라 칭하는데 이 책을 ‘그림책‘ 영역에 넣어도 이질감이 없지 않을까하는 의미없는 상상도 할만큼. 이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표지에 안내가 없는걸
보면 오건영 저자가 직접 그린건가 싶기도하다.



아니 책이 쉽고 술술 읽히면서 재밌으면 된거지 위험은 무슨 위험??이라 생각한다면 오산!! 책을 읽으면서 단락마다 생각을 할 여유가 많아야하는데 이 책은 멈추는게 안된다. 멈춤이 안되면 책을 덮고 자 설명해보시오~하면 어버버가 되니까 일단 멈추고 정리 해야하는데..
우리나라 금리 상황까지 왔는데 자~어디서 멈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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