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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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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점을 유유히 떠돌다 우연처럼 발견하게 된 황윤 저자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답사기 하면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대명사처럼 알고 지냈는데 이런 책이 있었나 반가운 마음에 '제주 편'과 '경주 편' 두 권을 냉큼 구입했다.





»»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경주와 제주 모두 문고본 형태로 작다. 크로스로 매고 다니는 가방에 쏙 들어가 들고 다니기도 좋았다. 경주 편 보다 제주 편이 두툼하다. 둘 다 컬러 사진이 실렸다.










■ 경주 박물관의 추억



'슈퍼 초초초 울트라급' 아니다. 요걸로는 부족하다. 슈퍼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을 합쳐놓은 체력(상상도 안되지?)과 움직임과 목소리로 무장한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들어간다? 이거 말도 안 되는 소린 줄은 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어떻게 안 들어 가 볼 수 있단 말인지?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방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립 박물관으로 신라 유물을 중심으로 하는 상설 전시 수준이 뛰어나며, 가끔씩 기획전으로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역사 전시를 종종 선보이곤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역사와 동시대 세계 역사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신라가 동시대 문화의 어디쯤에 위치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비행기를 타고 타국까지 가야 볼 수 있는 유물 전시를 경주에서 한다면야 버스 타고 3시간 30분 정도는 가뿐하지.

p30

그래서 온 힘을 끌어모아 아이를 제압(?) 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방문한 날은 불상 전시가 한창이었다.




[나 혼자 경주 여행]의 황윤 저자는 경주 박물관에 오기 전 봉황대에 들렀다.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는 봉황대에서 고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서봉총'이 인상적이다. 1926년 일제 강점기 시절 발굴되었다는 서봉총. 마침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스웨덴 황태자가 일본에 있었는데 환심을 사기 위해 고분 발굴 작업에 참여를 권했다고. 그리고 고분 이름 중 앞 글자를 스웨덴 한자를 써서 '서봉총'으로 지었다나. 나라를 잃으면 이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어쨌거나 봉황대에서 경주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주와의 만남을 고분으로 시작했으니 다음 코스는? 신라에 고분이 있다면 그 고분 안에는 황금 유물이 있지. 그 황금 유물까지 확인해야 고분의 안과 밖을 모두 봤다고 할 수 있겠다."p29

경주에 오면 꼭 경주 박물관을 들른다는 저자는 박물관의 특별 전시일에 맞춰 1년에 3~4번은 방문한다고.

그런데 여기까지 읽다가 문득 이분은 보통 분이 아니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고고학자의 면모가 남다르다는 느낌이랄까? 검색해 보니 이미 다수의 책을 쓰신 저자의 책 중에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된 [박물관 보는 법]이 눈에 띈다. 아 이 책을 쓰신 분이었구나.


그래서 유물을 감상하는 순서를 제대로 알려주시는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조만간 이 책도...

이번 경주 여행에서는 봉황대로 가진 못했다. 바로 박물관으로 와서 아쉬웠고 또 아이랑 있다 보니 꼼꼼하게 살펴볼 순 없었지만 인상적인 것과 그리고 궁금했던 것들을 풀 수 있던 시간이었다.

● 인상적이던 두 가지 기억.

하나. 어떤 불상의 발.


전시된 불상들은 대부분 많이 깎이고 세월의 흔적을 입고 있었다. 어떤 불상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불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여느 불상과는 다른 발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전시된 불상들은 대부분 얼굴이나 몸 쪽에 세월의 흔적이 많았고 대부분 발은 깨끗한 편이다. 그런데 유독 이 불상은 마치 어딘가 다녀온 것처럼 오른쪽 발이 새까맣다. 마치 아이가 웅덩이에서 실컷 뛰어놀다 온 발인 것 같다. 혹시? 하는 엉뚱한 상상을 남겼던 기억.

또 하나는 천마총 금관.





책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주말을 피해 평일에 오면 좋다고 쓰였다. 나는 마침 평일에 방문했고 앞에 한 가족만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어서 바깥에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들어섰다. 그런데 신랑이 자꾸 출입구에서 앞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나는 책에 씐 것처럼 앞쪽에서 각도를 맞추면 마치 금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찍힌다고 옥신각신(1분도 안된다) 하는 중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불쑥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이 전시품은 순서와 상관없이 봐도 되는 것 마냥 시야를 가리고 이야기를 하는데 보건데 대학원생과 교수 같은 느낌이 풍겼다. 여자 학생으로 보이는 분이 연신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참 불쾌했다. 코로나 시국에 거리 두기도 지켜주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지성파 무리가 얄밉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는데 이곳에서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풀 수 있었다.

거리마다 깔린 이 블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주의 황리단길이나 경주 동궁원이나 경주 거리 길거리에도 자주 볼 수 있는 블록의 꽃은 어떤 꽃이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참 궁금했다.

그런데 전시실에서 이 꽃은 '연꽃'임을 알았다. 신라 시대에 불교가 꽃 피던 시절이었으니 불교의 상징 '연꽃'의 무늬가 많았던 것은 당연한 사실로 느껴진다. 그래서 경주 길거리 도보 블록엔 이 무늬가 많고 장식품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경주로 들어오는 길목에 얼굴 무늬의 어떤 조각이 참 궁금했는데 이름은 '얼굴 무늬 수막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로 지붕과 같은 곳에 사용되었던 무늬였는가 보다. 어떤 경로로 사용되었는지 까지는 알지 못했는데 찾아보고 싶다.



아이랑 정신없이 다녀서 어느 전시관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들고 온 팸플릿에서 '국은 기념실'인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국은 기념실'에는 유물보다 더 아름다운 여성분이 계신다. 아이가 마스크를 자꾸 벗어서 주의를 주셨는데 잠깐 관람하는 사이 내 등 뒤에서 기다려주셨다가 유모차는 엘리베이터로 2층에 올라가면 되며 저쪽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그런데 2층으로 올라가기도 전에 아이가 너무 보채고 마스크도 내려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2층까지 못 가는 것을 아쉬워해주셨다. 정말 감사했고 내 눈에는 그분이 보물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경주 박물관에 간다면 황윤 저자는 박물관 뒤편에 있어서 사람들 발길이 잘 닳지 않는 곳에 있는 '고선사 터 삼층석탑'을 봐야 한다고 했는데 아쉽지만 거기까지 가보지 못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그것보다 더 뜨겁게 한계점에 도달한 아이의 인내심에 서둘러 박물관에서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 달이 비치는 연못을 구경하고...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연못만이 남아 기러기와 오리만 노닌다 하여 조선시대부터 '안압지'로 불렸다던 이곳. 그러나 1975년 발굴 과정에서 '월지'라는 파편이 발견되어 연못 이름을 월지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현재는 '동궁과 월지'로 불리는데 '동궁'이라는 사연은 문무왕의 동생 김인문과 연관되었다고. 당나라 외교관으로 있던 김인문이 당에게 임해군공의 작위를 받고 '임해전'이란 건물을 지었는데 당과 사이가 틀어지면서 신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김인문이 당에 남게 되었다고. 이에 문무왕은 임해전을 왕실 정원으로 만들어 버리고 이후 당을 이기고 삼한일통을 이루면서 훗날 이 자리에 동궁을 옮겨왔다고 한다.

"한편 당을 최종적으로 물리친 직후인 679년, 문무왕은 동궁을 이곳에 만듦으로써 그 뒤로 신라 태자가 지내는 곳이 된다. 큰 전쟁이 사라진 신라에서는 동궁을 더 크게 만들면서 월성과 연결되는 왕실 울타리로 발전시킨 듯하다. 평소에는 태자가 지내면서 나라의 큰 행사도 치르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이곳의 이름을 현재 경주시에서는 '동궁과 월지'로 부르고 있다.'p141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답게 해지면서 더 운치 있는 건물이 되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건물을 살펴보던 신랑은 볼 게 뭐가 있냐고 툴툴대다가 어두워지자 멋지다는 말을 연발하기도 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붐벼 명당자리를 얻지 못했지만 찍어놓고 보니 어느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어도 멋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동궁과 월지'를 구경하고 서둘러 첨성대까지 걸어가 봤다. 황윤 저자에 의하면 처음 전시물에 야경을 설치한 것이 경주에서 시작돼 각 지로 옮겨간 것이라고. 마침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동궁과 월지' 입구에서 LED 풍선을 팔기에 하나 샀는데 가격이 입장료 보다 훨씬 비쌌다. 겨우 천 원을 낮추고 샀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led 풍선을 들고 안으로 관람은 불가능하다. 한낮 대릉원에 갔다가 풍선은 입구 쪽에서 압수(?) 당했기 때문에.) 첨성대는 관리하는 곳이 없어서 그런지 여기저기 led 풍선과 함께 멋스러운 건축물이 되었다.



그런데 '동궁과 월지'에서 맞은편 첨성대까지 걸어가는 길이 만만찮다. 첨성대로 들어가는 길로 가까워지는 길목에 불빛이 거의 없다. 아마도 첨성대를 더 돋보이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이 길눈이 어두운 야맹증이 심한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발밑이 안 보여서 걷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휴대폰 불빛으로 발밑을 비춰 걸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황리단 길을 지나 대릉원에 다녀왔는데 워낙 많은 인파에 제대로 구경 해보진 못했다. 저자는 '~리 단결의 수명을 5년'이라고 했다. 유명해지면 임대료가 높아지고, 임대료가 높아지면 가게를 유지하지 못하고 빠져나가면서 거리의 활력이 떨어져 그렇다고.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경리단길'이란다.



 현재 황리단 길은 사람과 차들이 엉켜 길이 복잡하다. 그냥 걸어 다니기에도 사람 인파로 몸살인데 차가 들어와 옴짝 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번잡하다. 거기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느라 멈춰 선 인파와 (나 포함) 함께 그야말로 '위드 코로나'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황윤 저자는 주변에 관광지를 끼고 있는 황리단길이 좀 더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더욱이 더 발전시켜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라는 기대심이 느껴졌는데 직접 황리단길을 걸어보니 저자의 바램이 공감 되었다.

한참 여러 가지 행사 준비로 분주한 도시 경주. 밤에 더 빛나는 도시 경주. 많은 유적과 유물을 품고서 그만큼의 인파로 넘쳐나는 도시 경주. 내가 다녀와 본 경주는 그런 곳이었다.

경주를 다녀왔더니 경주가 더 알고 싶어서 경주와 관련된 책을 몇 권 더 구입했다. 황윤 저자 같은 고고한 지식은 없으니 갈 때마다 길동무 삼아 책을 가방에 넣고 성장한 아이의 손을 잡고 마실 가듯이 천천히 책의 순서처럼 다니고 싶다.


,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권에 경주에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그런데 그 부분이 좀 작아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찾아보니 '답사회'에서 출간된 책이 있어 구입했다.



[나 혼자 경주 여행]의 커다란 장점은 어느 여행서적처럼 빡빡한 일정이나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멀리 있는 친구를 만나는 심정으로 여유를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 어떤 압박처럼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 헤매야 하는 부담감도 없이 도보와 버스 그리고 택시로 이동하는 점이 좋았다. 마치 호화롭지 않으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분이었달까. 이번 경주 여행은 황윤 저자의 책 덕분에 마음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대부분 어디에 가고 무얼 봤는지 기억하지 못했던 여행과 달랐다는 점에서 추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감사하다.





*별점이 4개인 이유.


책을 살펴보니 경주 책은 계속해서 개정판이 나오는 모양인데 개정판 (21년 5월 19일)을 구입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답사기 형식의 책은 정보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 써서 골랐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이게 개정판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분을 '개정, 증보' 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이 처음 출간된 일자가 2020년 10월인 것에 비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훨씬 오래전 이야기로 읽힌다. 예를 들어 찜질방에서 하루 잠을 잤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2020년이라면 이미 코로나 한복판에 있었을 텐데?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어보니 오래전부터 당일치기나 1박 정도의 여행길을 자주 다녔던 저자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묶어서 출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시점이 아닌 게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책에 있는 사진이 저자가 직접 찍은 것이 아닌것도 조금 아쉽고 사진에 하얀 글자가 잘 안보여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오늘 따라 유난히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호계 시외버스터미널로 가 익숙한 듯 오전 7시 50분 발 시외버스 티켓을 끊는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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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키비움J 핑크 - 그림책 매거진
전은주 외 지음 / 제이포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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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모에‘라는 전문 그림책 잡지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라키비움J‘가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서 읽으며 너무나 기뻤던. 여름이란 주제로 엮어낸 이야기에 여름이 즐거웠고 소개한 책들 때문에 지출이 늘어났지만 한 권씩 서재에 꼽아두며 즐거웠던. 다음 시리즈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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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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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답사기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읽은 책. 경주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 예를 들어 서봉총의 유례 같은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맛집이나 호화로움(?)이 없는 진솔한 답사기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으나 책 속 사진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아쉽고 사진에 적힌 햐얀 글자가 잘 안보여 아쉽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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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다산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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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한참 되었지만 읽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 기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대나무 숲에서 외쳐야 했던 그이의 마음 같은 기분. 재치있는 대사와 뛰어난 묘사력과 속도감 어느 하나 나무랄것 없었던 이야기의 마지막에 삶은 고구마를 잘못 삼켜 목이 콱 막히는 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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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3일

읽은 페이지: ~~ 2장 (우린 할 수 있어)까지.












며칠째 아이가 읽는 책과 내가 읽는 책은 이 두 권으로 압축된다.



길게 이어지는 장마 탓인지 아이는 오나리 유코의 <비 오니까 참 좋다>를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한다. 덕분에 이 멋진 그림책을 실컷 즐기고 있으니 좋은데... 내가 읽고 있는 오바마의 <약속의 땅>은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다.



무엇보다 책의 판형이 너무 크고 두꺼워서 도저히 들고 누울 수 없는 게 문제다. 내 독서 스타일은 온전히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야 완성되는데 정좌로 앉아 독서대에 의지해 읽어야 하니 불편하고 어색스럽다. 더욱이 아무 때나 팔랑팔랑 펼쳐 읽을 수도 없어 슬프다. 다른 분들은 이토록 두껍고 무거운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 찾아봐도 자세에 대한 이야기는 일언반구 없다. (왜 ㅡㅡ;;; 나만 불편해?)


그래서 출판사에 항의 좀 해야겠다( 누..누가 이 글을 읽어준다고 이래?) 왜 이렇게 크고 불편한 책 만드셨는지(그래도 한마디 정도는 할 수 있자나?) 차라리 분권으로 나눠서 가독성 좋게 만드실일이지(너 목소리 작아진다?) 그래서 2권 나오면 안 읽을거냐고 하면 또 그건 절대 아니다(뭐야, 너!) 왜냐면 내용은 정말 말할 수 없이 귀하니까..


그래도 저 책을 좀 보라지. 내 평생 책을 읽으며 표지가 저렇게 너덜거리긴 처음이다. 대체 사서 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이러냐고. 그리고 표지를 벗겨보자면 @@!! 이건 뭐야? 귀티가 없다?




그 옛~~~날 옛적에 몇 질 서재에 들여놓으면 뭔가 있는 집 분위기가 났다던 그때 그 시절의 표지 아닌가? (니가 그때를 어떻게 알아?) 아니~~!!! 책의 표지가 중요합니까? 책의 내용이 귀하고 값지면 된 거 아닙니까?라고 어디선가(출판사에서) 항의하는 환청이 들려오는 듯...( 벌써 환청이 들려? 다 때려치고 병원가자 병원 가~) 그.. 그래도 이왕 만드시는 거 가독성 좋고 표지도 좀 더 이쁘게 만들어주세요 네?? (대체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마음 아파서 더 못 들어주겠다 흑~)



2장까지 마무리하며 포스트잇이 제법 늘었다. 살면서 전직 대통령을 흠모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품과 인성이 단단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책은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게 되었고 유년기 시절 가족의 울타리가 얼마나 끈끈해야 하는가를 느끼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 다져온 단단한 토양이 삶을 어떻게 지탱해 주는가는 그의 삶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툿은 수지 균형을 맞추는 법과 필요 없는 물건을 사지 않는 법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내가 가장 혁명가 같던 젊은 시절에도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경제지를 읽은 것, 다 무너뜨리고 백지에서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허황한 주장을 무시해야겠다고 느낀 것은 외할머니 덕분이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고 일이 맘에 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것, 불편하더라도 책임을 완수하는 것의 가치를 가르쳤다. 열정과 이성을 겸비하고, 삶이 잘 풀린다고 해서 환호작약 하지 말고 삶이 안 풀린다고 해서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 모든 가르침을 내게 심어준 사람은 캔자스 출신의 나이 든 쓴소리 꾼 백인 여성이었다. 선거운동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녀의 사고방식을 떠올렸다. 아이오와 농촌에서나 시카고 흑인 거주지에서 만난 많은 유권자에게서 그녀의 세계관을 목격했다. 그들에게도 자녀와 손자녀를 위해 치른 희생에 대한 조용한 자부심, 허세 부리지 않는 태도, 소박한 기대가 있었다. p162

(여기서 툿은 외할머니를 말한다)





2장까지의 내용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기까지 막강한 적 힐러리와의 대립 속에서 갖게 된 여러 가지 난제와 그 난제를 돌파해 대통령 후보에 오르고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런데 글이 얼마나 간결한지 고통의 순간에 함께 일그러지지 않고 3자의 시선으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이 읽히는 것 같다. 특히 흑인이라는 이유로 갖은 협박과 살해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끝내 신념을 져버리지 않고 길을 걸어간 또 그 길에 가족과 동행한 그 과정들에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맞서고 있는 적의 진짜 성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존 에드워즈나 심지어 공화당 후보와 맞서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의 무지막지한 무게, 그로 인한 무기력 , 숙명론, 두려움과 맞서고 있었다.p178


선거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미셸은 - 그녀의 고조할아버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벼농사 농장에서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악의 없는 흑인 여성들로부터 선거에서 지는 쪽이 남편을 잃는 쪽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당선되면 틀림없이 암살당하리라는 의미였다. 희망과 변화는 사치라고, 열기에 시들어버릴 외래종 식물이라고 주민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p179



2장에서 주로 캠프에 참여했던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과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경직되고 활동의 범위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고립감 등이 인상적이었다.  



3장에서는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자 이제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크고 무겁고 두껍지만 너무 재밌는 저 책과 또 한바탕 씨름을 해봐야겠다.



※ 책을 읽으며 '환호작약'이란 단어를 보고 이 번역가님이 얼마나 대단한 고생을 하셨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문장에서는 조금 꼬인듯한 말에 어안이 벙벙해질 때도 있었는데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말을 길게 쓰면서 뭔가 우리말로 풀어내기 어려웠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그린우드를 떠난 후에도 그날 내내 운동원 중 누군가를 가리키며 자꾸 물었다. "준비됐어?" 결국 이 문구는 선거 집회 구호가 되었다. 이렇듯 도식할 수 없는 측면, 계획이나 분석을 거부하는 측면이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주었다. 이 측면이 효과를 발휘하면 우리는 선거운동이, 더 나아가 민주주의가 독창이 아니라 합창임을 깨닫게 된다. - P140

블랙 아메리카가 있고 화이트 아메리카가 있고 라틴 아메리카가 있고 아시안 아메리카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메리카 합중국이 있는 것입니다" - P162

" 때로는 해야 하는 일을 그저 해야 할 때도 있단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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