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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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의외의사실


문학 읽기란, 나에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살피는 시간이다. 고전문학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오래된 시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문학작품이다. 문체가 다소 딱딱하고, 중언부언에, 사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조차 안 되는 문장들이 이어지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역시 오래전에 쓰인 글들이 현대까지 읽히는 데에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고전문학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퇴근길엔 카프카를>은 글과 그림이 버무려진 고전문학 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은 고전문학에 나오는 글귀들을 그대로 옮겨오며 작가의 생각을 간간히 표시하는데 그치는데, 그래서인지 읽어보지 않은 작품들에 대해서는 나의 견해를 덧붙일 수가 없었다.

작품 내의 세계관만 겉핥기 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문학작품을 읽은 작가가 생각한 명장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 놓기도 했고, 작품의 작가에 대해 조곤조곤 알려주기도 했다.

소개된 열세 편의 문학작품들 중에, 읽어본 이야기보다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는 사실에 어쩐지 패배감을 느꼈다. 책을 많이 읽었던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단 0.1%의 작품도 읽어보지 못한 애송이라는 생각에 속상함을, 그리고 더 열심히 많이 읽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면 바보 같을까?


문학 에세이를 읽는 것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자세가 된다. 문학 작품은 작품 속 각각의 인물들에게 내가 말을 걸어보는 것이라면, 문학 에세이를 읽는 것은 제삼자가 작품 속 인물들과 나눈 대화를 엿듣는 것과 같다고 느껴진다. 문학작품과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그 작품을 읽은 다른 사람의 세계를 함께 엿보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 나의 감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원래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작품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듣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즐거움이다.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한 타인의 감상은, 그래서인지 조금 가려듣기도 한다.)


P. 408~409 책 한 권이 담고 있는 의미와 맥락은 얼마나 많은가, 읽고 또 읽어 얻을 수 있는 감정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예전에 한 번 읽어 봤던 혹은 이미 여러 번 읽어본 책들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빠르게 훑어나가듯 읽는 것, 문장과 문장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를 꼼꼼히 살피며 읽는 것. 다양한 읽기와 다양한 감상을 짧은 시간에 가능하게 하는 것은 분명 문학 에세이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덮고 나니, 나도 어쩐지 오늘 읽은 이 책을 그림 한 장으로 그려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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