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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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이 쓰신 위로 계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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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폭력의 기원 - 폭력의 동물적 기원을 탐구하다
야마기와 주이치 지음, 한승동 옮김 / 곰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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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인 가해자의 남녀 비율은 84:16이다. 상식에 반하는 특이한 통계는 아니다. 남성의 Y염색체가 폭력과 관련이 있나 생각도 해봤는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머니들의 폭력을 생각하면 그냥 인간에게는 폭력이 내재되어 있는거 같다. 자연계에서 볼 때 폭력이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행태는 아니지만, 인간의 폭력은 전쟁이라는 특이성을 가져왔다. [인간 폭력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는 생물학상 인간의 친척 뻘인 영장류들을 통해 인간의 폭력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탐구한다.

 

생물은 먹이와 이성을 두고 같은 종끼리 싸운다. 먼저 먹이에 대해 알아보자. 속씨식물과 겉씨식물의 대결에서 속씨식물은 크게 승리한다. 속씨식물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1등 공신은 곤충이고, 초기 영장류는 나무 위를 뛰어다니며 이 곤충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속씨식물은 영장류가 자신의 씨앗을 널리 퍼트릴 훌륭한 아군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영장류와 함께 공생 관계를 거듭한다. 보통 곤충이나 과일을 먹는 영장류는 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양이 적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돌아다녀야 한다. 잎을 먹는 영장류는 좁은 범위에서 대량으로 얻을 수 있지만 소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보통 곤충을 먹는 영장류는 작고, 잎을 먹는 영장류는 크다. 이런 먹이의 차이는 영장류의 사회성을 결정하게 된다. 사람은? 알다시피 곤충, 풀, 과일, 고기 등 거의 모든 동식물을 음식으로 먹을 수 있다. 애매하다.

 

짝짓기 형태는 어떨까? 짝짓기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복수 수컷 - 복수 암컷, 단일 수컷 - 복수 암컷, 단일 수컷 - 단일 암컷이다. 짝짓기 형태를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수컷의 고환 크기다. 고환의 크기에 따라 난교냐 일부일처냐가 정해지는데 사람은 어느쪽일까? 사람은 딱 중간이다. (사람과 비슷한 고환을 가진 영장류로는 오랑우탄이 있다.) 이번에도 인간의 행태가 애매하다.

영장류 뿐만 아니라 포유류에서 꽤 많이 보이는 수컷들의 행태가 있다. 새끼 살해다. 특히나 영장류의 경우에는 임신 - 육아 기간이 길다. 대다수의 포유류는 수유하는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자신의 새끼를 임신시키기 위해 수컷들은 다른 집단의 수컷을 쫒아내거나 살해한 후 싸움에 진 수컷의 집단에 속해있던 암컷들의 새끼를 살해한다. 새끼들이 살해당하면 암컷들은 곧 가임기가 되고 싸움에 이긴 수컷의 새끼를 임신한다. 새끼 살해를 방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난교를 통해 누가 아빠인지를 모르게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니가 아빠니까 책임지고 키우라는 방법이다. 사람은? 역시나 생물학적 특징들이 조금씩 섞였다.

 

영장류로서 위치는 애매했지만 역사적으로 분명 사람은 숲을 나와 초원으로 진출했다. 포식자가 즐비한 초원에서, 네안데르탈인 등을 비롯한 여타 사람속(homo)들을 멸종시키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어떤 특징이 사람과 영장류를 구분했으며, 생존할 수 있게 했을까? 사람은 누군가 먹을 것을 구하면 정치적 고려 없이 모두 함께 식사를 한다. 사람-암컷은 새끼를 많이 낳았고, 사람-수컷들은 새끼 살해를 하지 않았다. 가족-씨족으로 큰 무리를 만들어서, 새끼들은 공동 육아를 하며 키웠고, 아이가 자라면 모두 함께 교육시켰다.

 

그런데 이런 사람의 고유한 특징인 공동 식사, 공동 육아 등이 무너지고 돈, 종교, 민족이라는 것들이 사랑하는 이와 믿음을 나눠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초조와 안달을 과잉 표현하게 되면서 인간은 폭력적이 되었다.

48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은 1988년에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Homicide>라는 책을 썼다. 그들은 여러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살인을 성, 연령, 상황 등에 따라 분류하고 사회생물학적 견지에서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대체로 어떤 문화에서도 살인자는 남성이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전반 나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64p 속씨식물은 지금으로부터 1억 년 전에 온갖 환경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하는 적응 방산을 시작해 그때까지 지구 위를 덮고 있던 겉씨식물(나자식물)을 고위도 지방으로 밀어냈다.

그 번영을 떠받쳐준 것은 곤충(벌레)류다. 곤충류는 3~4억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다. 그들이 다양해진 것은 1억 년 전인 백악기 중기인데, 속씨식물의 다양화와 일치한다.

65p 최초의 영장류는 나무 위에서 곤충을 잡아먹은 것으로 보인다.

81p 나무 위 생활은 입체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발달시켰다. 3차원 공간에서 먹이, 동료, 외부 적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시각이 불가결하다.

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눈의 위치가 얼굴 옆면(측면)에서 앞쪽(전방)으로 이동했고, 콧등이 뒤로 들어가 양 눈의 시야가 대폭 겹칠 수 있게 됐다.

영장류에서는 두 눈에서 같은 것을 포착해 시야에 있는 사물들의 거리를 눈으로 잴 수 있다.

...... 영장류가 색채를 감지하는 시각을 획득한 것은 식물의 유익한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82p 영장류의 먹이는 곤충, 과일, 잎으로 크게 나뉜다. 고기를 전문적으로 먹는 영장류는 없다.

곤충이나 과일을 주로 먹는 영장류는 하루 종일 먹으면서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시간대에 먹을지 또는 쉴지 분명하지 않다.

잎을 즐겨 먹는 영장류는 먹은 뒤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낟. 아침과 저녁에 먹는 시간이 잡중돼 있고 정오 가까이가 되면 휴식과 소화에 시간을 보낸다.

곤충을 먹는 종은 작고 잎을 먹는 종은 크다. 과일을 먹는 종은 그 중간 크기다.

잎을 소화하는 데는 큰 소화기관이 필요하고, 큰 몸집은 독성의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88p 식물은 기껏해야 태양 에너지의 2% 정도밖에 흡수하지 못한다. 다음에 식물을 먹는 동물(1차 소비자)은 식물이 흡수한 에너지의 10% 밖에 이용할 수 없다.

게다가 그것을 먹는 육식 동물(2차 소비자)은 또 그 10% 밖에 이용 할 수 없다. ...... 이것이 먹이연쇄 상층부의 동물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이유다.

135p (영장류를) 실제로 조사해 보니 영토를 갖는 것은 단독생활이나 짝 생활을 하는 종에 국한돼 있고 단일 수컷-복수 암컷 구성을 보이는 종의 활동 영역은 이웃 무리들과 중복돼 있었다. ......

영토를 갖지 않는 것이 무리들 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영토는 개체 간, 무리 간에 서로 지역 점유를 인정해 줌으로써 공존하는 방법이다.

164 교미를 통해 암수 간에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윽고 그 친밀감이 교미를 저해하게 된다. .... 근친 사이의 교미 회피도 혈연을 인지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친밀한 관계를 만든 것이 그 원인이라는 얘기다.

교미기에 들어가면 발정한 암컷을 향한 수컷의 공격 행동이 증가하는데, 털 고르기와 반대로 서로 공격을 가한 암수 사이에는 교미를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195 침팬지나 고릴라에서는 일본원숭이처럼 서열이 높은 원숭이에게 공격을 받으면 자기보다 낮은 서열에 있는 원숭이를 공격함으로써 그것을 서열이 낮은 이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찾아볼 수 없다. 발생한 갈등은 반드시 그 당사자들 사이에서 종결되고 다른 원숭이들에게 파급되는 일이 없다.

인간들 사이에는 공격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구 화풀이를 하거나 자기보다 약한 이이게 공격의 화살을 돌리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사회에서도 부당한 행위, 부끄러워해야 할 행위로 간주된다.

219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에게는 먹이 외에 동료와 큰 갈등을 경험하게 만드는 대상이 있다. 바로 짝짓기 상대를 둘러싼 갈등이다. 그러나 먹이와 달리 짝짓기 상대는 나눌 수가 없다. 애초에 상대를 소유하는게 불가능하다. 소유할 수 없으니 분배할 수도 없다. 영장류는 이성을 둘러싼 갈등을 4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 왔다. ①각자의 영토로 거리를 유지한다. ②수컷이 단독으로 암컷을 차지한다. ③서열 차례에 따라 이성에 대한 접근권을 인정한다. ④ 난교를 허용한다. 물론 중간형도 있다.

256새끼 살해가 일어나는 종은 암컷이 무리 바깥의 수컷과 교미를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 고릴라의 경우는 수컷이 무리를 옮겨 다니지 않고, 다른 수컷에게 자신의 무리를 점령당하는 경우도 없다. .. (257) 발정에 계절성이 없고 암컷이 일제히 발정을 하지 않는 다는 점도 새끼 살해가 일어나는 종의 특징이다. 교미기가 따로 있다면 설령 새끼 살해를 하더라도 암컷은 교미기가 될 때까지 발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정을 앞당기는 효과는 없다. 또한 암컷들이 일제히 발정하면 난교적 경향이 강화돼 수컷은 암컷과 독점적으로 짝짓기를 할 수 없다. ...(258) 카렐 반 사이크 등은 거기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수컷이 새끼의 부성父性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과, 부성을 혼란시켜 어느 수컷에게나 부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방향성이다. 전자는 수컷이 암컷과 독점적으로 교미를 할 수 있는 길로, 후자는 완전한 난교로 이어진다.

262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유아 학대는 유인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그 원인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거기에 성 문제가 얽혀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304 본래 공동체란 가족의 연장이며, 나눠 갖는 정신을 토대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얼굴이나 개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수는 대체로 150명을 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11 인간의 사회성을 떠받치고 있는 근원적 특징은 공동 육아, 공개적인 식생활과 함께 먹기共食, 근친상간의 금지, 대면對面 커뮤니케이션, 제3자의 중재, 언어를 이용한 대화, 음악을 통한 감정 공유 등이다.

318 이 책은 그것이(인간은 자신의 문화를 강요하고, 그것이 안 되면 외적이나 무법자 취급을 하고, 저항하면 때로는 말살 대상으로 삼는다.) 도대체 어떤 인간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유인원이나 다른 영장류와 조상을 공유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본 것이다. 유인원과 진화의 길이 갈라지고 나서 인류가 큰 성공을 거둔 원동력이 된 능력이 지금은 인간에게 절멸의 위기를 안겨 주고 있다. 바로 집단의 힘이다. 가족과 집단을 동시에 편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간은 타자에 의존해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타자는 지금 이름도 얼굴도 없는 가공의 사람이 돼 버렸다.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지만, 누구에게 기대어 살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런 가운데 자기 탐색의 공허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현대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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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라, 당신의 뇌가 젊어진다 - 불안과 스트레스, 노화에서 벗어나는 가장 건강한 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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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한 번에 45분 동안 달린다. 심박동수를 높인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좋지만, 심폐기능 강화 훈련은 더 좋다.


인터벌 운동과 다른 격렬한 운동은 장기적으로 뇌에 이롭다.


운동의 효과 :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ADHD,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 치매, 노화,

 

44p.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운동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생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코르티솔 수치 상승 폭이 점점 줄어든다. 운동에 의해서든 업무로 인해서든 몸이 튼튼해질수록 스트레스 반응은 개선된다.
정리하자면 운동은 몸에게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라고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52p.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는 데는 알코올에 견줄만한 물질이 거의 없다. ... 술을 마시고 몇 분만 지나면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58p. 스트레스 반응의 브레이크 페달인 해마와 이마엽이 강화되고 불안의 엔진인 편도선을 더욱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된다. 유모 신경세포가 많아지면서 뇌의 GABA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고, 스트레스 물질을 중화하는 근육의 능력이 강화된다. 이 모든 현상은 동시에 일어난다.

112p. 집중력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방법은 식이보충제나 인지 훈련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바로 운동이라는 사실을 연구들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신체활동은 우리가 진화해온 세상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이 사회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206p. 10대 청소년이 12분 동안 조깅했더니 독해력과 시각 주의력이 둘 다 개선되었다. 이 효과는 거의 한 시간 정도 지속했지만, 불과 4분 정도의 한바탕 짧은 활동만으로도 집중력이 좋아져서 만 10세 아동을 산만하지 않은 아이로 만들 수 있다.

207p.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런 전략을 시도했다. 그들은 신체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가를 주로 앉아서 보내는 과체중 학생을 모아 방과 후에 함께 어울려 신체활동을 하도록 했다. ... 그 결과, 아이들은 추가로 과외를 하지 않고도 수학 성적을 향상했다. 보충수업 같은 것이 전혀 없었는데도 신체활동에 더 활발히 참여할수록 수학 성적도 더 많이 올랐다. .. 가장 많이 향상한 아동은 적어도 40분 이상 활동에 참여하고 심장박동수가 많이 증가했던 아동이었다.

226p. 매일 걸으면 치매 발생 위험이 40% 정도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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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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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사”자 들어간 직업을 가진 사람 하나 쯤 필요하다고 한다.

 

살다보면 재판에 연루되는 일이 생기게 되고, 그럴 때 큰 도움을 받게 된다나.

 

나의 경우 미천한 집안에 소박한 학벌인지라 지인 중에 “사”자 들어간 사람이 없다.

 

이런 내가 재판에 휘말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테고,

 

재판에 지기라도 하면 이중으로 돈을 잃을 것이다.

 

잘못하면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

 

변호사 비용이 너무 고액이니 변호사 숫자를 늘리면 어떻게 될까?

 

고등학교 때 배운 경제 지식으로는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낮아진다.

 

그런데 주변에 로스쿨에 진학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왜 좋은 회사 때려치고

 

학비 비싼 로스쿨에 가냐고 물어보면 월급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에선 어떻게 작동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서 실험해 본 결과 변호사들의 연봉 상승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나 후보들은 거의 변호사들이 차지하게 되면서

 

정치 권력까지 차지하게 된다.

 

(물론 공화당은 아빠가 부자여야 대통령이나 대선급 후보가 될 수 있다.)

 

초창기 미국 이민자들은 변호사를 혐오했다.

 

1645년 미국 버지니아 주는 변호사의 법정 변론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1740년 메사츠세스 주 전체의 변호사 수는 15명이었다.

 

1850년 미국 전역의 변호사는 2만1979명에 불과했다.

 

그러던게 20세기 초에는 11만명으로 증가했고 21세기 초에는 100만명이 넘었다.

 

변호사 공급이 늘었으니 비용이 낮아졌을까?

 

아니었다.

 

늘어난 변호사들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고,

 

동창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만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변호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말도 안되는 소송과 고소를 진행하게 되고,

 

미국에서는 다리미에 “옷을 입은 채 다리미질 하지 마시오”,

 

수면제 주의사항에 “졸음을 유발할 수 있음”이라는 경고문을 붙여 놓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 중 변호사들이 찾아낸 최고의 먹잇감은 의료계였다.

 

의료계는 돈도 많고, 의료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와서 보상금이 어마어마했다.

 

 

가령 헬기로 긴급 이송을 하지 않아 평생 반신불수가 된

 

못 배우고 가난한 유색인종이 변호사를 잘 만나서 재판에서 이겨

 

고액의 보상금을 타내게 되면 정의가 실현되고 사회 전체가 행복해질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소송에서 지게 된 병원과 보험회사는

 

자신들의 연봉이 2억에서 1억으로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았다.

 

의사와 보험회사 직원들도 갚아야 할 학자금, 자동차, 주택 대출 금액이 엄청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재판 패소 비용을 다른 환자의 진료비나 보험비를 더 걷어서 해결한다.

 

또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기 때문에 재판 이후 발생한 모든 환자는 헬기를 태워서

 

병원으로 이송해온다. 헬기 이송 비용은 당연히 환자가 낸다.

 

 

이렇게 미국의 의료계는 넘쳐나는 변호사들에 의해 붕괴한다.

 

“법대로 하자”라는 말을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조심해야할 대목이다.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로스쿨 업생의 선의와 양심에 맡기지 말고,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통해 사법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55p 세상에 비싸면서 안 좋은 것은 흔하지만 싸면서 좋은 것은 드물다

63p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우리는 ‘욕심‘이라는 거친 바다 위를 구멍 뚫린 ‘합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불안한 존재들이다. 마땅히 쉼 없이 구멍을 메우고 차오르는 욕심을 퍼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욕심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그래서 우리는 욕심으로부터 논리와 이성을 지켜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 결과 아무리 허술한 속임수라도 피해자의 욕심과 만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해주는 무한동력 에너지 사업도, 200세 인생을 가능케 하는 세포재생 사업도, 바르기만 하면 100달러자리 지폐로 변모한다는 마법 잉크도 모두 가능해지는 것이다. 개미귀신은 늘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 개미귀신이 개미에게 뿌려대는 모래는 내 마음속의 탐욕이다. 누구도 자신 안의 탐욕을 이길 수는 없다.

86p 1960년부터 탄자니아에서 침패지를 연구했던 제인 구달의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구달에 따르면 침팬지 무리가 다른 무리를 공격할 때는 영토를 침범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 그 무리가 약할 때라는 것이다.
19세기 초 남태평양에 살고 있던 모리오리족은 해협을 건너 침략해온 뉴질랜드 원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며 선의와 평화를 청했다. 하지만 무기를 버린 그들은 결국 살해되고 노예가 되었다.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102p 진정서들은 대개 비슷하다. 다들 절박하다. 그러나 응급실 의사들이 매일 삶과 죽음을 겪으면서 둔감해지듯 나도 늘 보는 절박함 앞에서 무덤덤해졌다.

103p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은 큰 위기다. 재산을 비롯한 물리적인 피해를 당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는다. 더욱이 사람과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잃는다. 살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흔히 사람들이 위기가 기회라고 설교한다. 정말 그럴까? ... 그것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위기가 진짜 기회라면 위기를 만들어주는 컨설팅 회사가 있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보면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경우가 더 많다. 단순한 순환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부침에 불과한 것을 크나큰 위기였던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이유는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포장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108p "정화빌딩이 선생님의 것입니까?"

하늘이 두 쪽 나지 않는 한 그렇다고 했다. 그 땅을 누구에게 구입했는지 물었다. 그 정도는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중계약서는 언제 어디에서 작성했느냐고 물었다. 당황하기 시작했따.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누구와 상담했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설계는 누구에게 맡기고 토목은 누구에게 맡겼느냐고 물었다. 그후로 이 씨가 전혀 답하지 못하는 질문만 30분 넘게 해댔다.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을 우습게 여기고, 세상 우습게 여기고, 검사를 우습게 여긴 대가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해주는 데는 한참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너무 심하게 무너지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는 해주었다.

"하늘이 두 쪽 났네요"

87p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우리 또래 중년남자들이 친구들을 만나면 입에 달고 사는 소리이다. 이놈의 회사에 꽃다운 청춘을 바친 것이 억울하다며, 회사 때려치우고 목 좋은 곳에 커피숍이나 차려 여유롭게 살겠단다.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가소로웠다.

일단 우리에게 꽃다운 청춘이란 것은 없었다. 꽃다운 청춘이란 드라마 주인공이나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젊었을 때도 지금처럼 구질구질했고 늘 허덕거렸다.

게다가 목 좋은 곳의 카페와 함께하는 여유로운 노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건 서울의 건물 같은 것이다. 지천으로 깔렸는데 우리 몫은 없다.

그런 망상에 가까운 희망은 망하는 게 당연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6p 나름 자신감에 차 있던 친구의 얼굴은 내 이야기가 끝나자 무척 어두워졌다.

나는 친구에게 가당찮은 계획을 접으라고 했다.

"매달 300만 원씩 꾸준히 수익이 나는 가게는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아. 그런 거라면 집에서 놀고 있는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창업 브로커들이 너한테 친절한 이유는 딱 하나야. 네가 호구이기 때문이지. ….. "

제대로 충고하려면 애정을 빼고, 주저하지 말고, 심장을 향해 칼을 뻗듯 명확하고 고통스럽게 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감안해서 애매하게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

97p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다.

사기의 세 번째 공식이다. …(중략) …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곳에서 직접 6개월 이상 일해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

그냥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좋은 것을 굳이 광고까지 해서 당신에게 알려주는 선의란 없으며,

만약 그런게 있다해도 절대 당신의 순번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121p 그러고는 "이것도 금세 잊히고 곧 나아지겠지요?"라고 물었다.
나는 수민 씨에게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낮에도 밤에도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이 될 것이고,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며,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우울증이나 모든 것이 자기 탓인 것 같은 자학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그 시간은 수민 씨를 파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절대 안일하게 대처하지 말고 기관이나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39 검사실에서 하는 말들은 대부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조사받는 피의자의 말도 거짓말이고,
돈을 바라고 고소한 것은 아니라는 고소인의 말도 거짓말이다.
조사하면 다 밝혀진다고 위협하는 검사의 말도 거짓말이다.

228p 당시 검사장은 고소인 권한을 강화 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거창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 검찰의 고위 간부들은 늘 이 주제에 혹하곤 하는데, 그건 형사부 근무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나라가 고소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러다 보니 누구든지 고소를 먼저 하는 사람이 승기를 잡게 된다.

255p. 아이들이 그보다 더 싫어하는 말은 검사 일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다. 아예 경기를 일으킨다.
백발백중 "에이"하는 실망스런 탄성과 함께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그 답은 바로 ‘책 읽기‘다.
258p. 검사 일이 대부분 활자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 책 읽기를 통해 익힌 이해력, 어휘력, 상상력, 비판 의식, 사실 파악 능력 등은 사건의 분석, 해석, 평가에 직접적으로 활용 가능한 능력들이다. 내 경험으로는 단편소설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인 것 같다.

274 법대로 하자는 것은 상대방과의 공존과 상생은 개뿔, ‘널 반드시 박멸시키겠다‘는 말의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 의한 분쟁 해결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보다 새로운 분쟁과 갈등을 낳는 경우가 많다.

280 ‘송사 3년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남의 일에 대해 너무 심한 말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다. 이 치열한 대결에서는 모두가 패한 것 같다. 하지만 예술과 비평의 엄혹한 대결에서도 승자는 있었다.
법률 세계에서 승자 없는 싸움은 없다.
바로 변호사이다.
실상 모든 소송의 승자는 언제나 법률가이다.
아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휘슬러와 러스킨이 아니라 변호사의 위치에 서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301
어쩌면 그건 과거 법조가 인문학, 철학, 종교로부터 권력을 강탈했던 과정과 과학기술이 법률가들을 대체하는 진행 경과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우라노스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크로노스가 자신의 자식인 제우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과거 법률가들은 인문, 종교, 철학으로부터 과학적 엄정함, 공정함, 객관성, 일반성, 논리성, 중립성, 예측 가능성 등을 내세워 사회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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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중학생 시절 국내 야한 책이란 야한 책은 다 읽었다고 한다. 부럽다!

16p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하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고민은 많을수록 좋다.

19p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지침

2.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19p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 지침 (계속)
22.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2. 단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22p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 쓰는 요령 :
연설문은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했다. 문장은 명료하고, 예는 쉽게 들었다. 미문은 경계했고, 오해 소지가 있는 문구는 배격했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되풀이해서 전달했다. 청중들이 싫증을 낼 만큼 반복했다. 그래야 비로소 청중들이 ‘김대중 연설’로 인식했다. ... 무슨 일이든 내가 잘 알아야 남을 설득할 수 있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공부였고, 현안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설문은 진실해야 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의자가 없어지고 만다. 나는 내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

26p. 김대중 대통령 ‘세 번 원칙’
먼저, 무엇을 하려고 할 때 세 번 생각한다. 첫째, 이 일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한다. 둘째, 나쁜 점은 무엇인지 생각한다. 셋째,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한다.

상대가 있는 경우 세 번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이 사안에 대한 내 생각은 무엇인가? 두 번째,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생각, 어떤 입장일까? 세 번째, 이 두가지 생각을 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심지어 장관이나 참모들에게 의견을 물어, 세 번 이상 본인 생각을 얘기하지 못하면 인사를 고려할 정도였다.

43p. 미국의 칼럼리스트 월터 W. 레드 스미스는 그랬다. 글쓰기가 쉽다고. 백지를 응시하고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이마에 핏방울이 맺힐 때까지. 미치면狂 미치는及 법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지 않아도 죽을힘을 다해 머리를 짜내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67p 횡설수설한 글을 쓰는 첫째 이유는 쓸데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첫째, 길어진다. 둘째, 느끼해진다. 셋째, 공허해진다.
가급적 한 가지 주제만 다루어야 한다. 1. 감동을 주려고 하지 말자. 2. 거창한 것, 창의적인 것을 써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자. 3. 반드시 논리적일 필요도 없다. 진정성만 있으면 된다.
횡설수설한 글을 쓰는 둘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식 교수는 ‘인문학 글쓰기를 위하여’에서 주제, 뼈대, 문장을 뽑았다.

110p. 김대중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 하는 식으로 평면적이고 설명적인 서술 방식을 선호한데 비해, 노무현 대통령은 첫째, 둘째, 셋째를 쓰지 않았다. 대신 다음의 메모처럼 입체적인 구성을 주문했다.
"무엇무엇이 필요하다고 죽 나열해놓고 하나씩 하나씩 설명하다든지, 받아치고 되친다든지, 그런 입체 구조 없이 넘어가면 글이 밋밋해집니다."

125p. 글쓰기는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첫째, 무엇에 관해 쓰지? 둘째, 시작은 어떻게 하지? 셋째, 마무리는 무슨 말로 하지?

167p. 노태우 대통령 : 연설문 자체의 완성도만 보면 노태우 대통령 연설문이 가장 훌륭했다고 할 정도로 글이 유려하다. 연설문은 중학교 1학년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이수정 수석의 지론에 따라 매우 쉽게 작성됐다.

168p. 김영삼 대통령 : ‘정치 9단’이란 별명답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다. 연설문을 보고하면 굵은 사인펜으로 한두 자 덧붙여서 내려왔다. 그런데 다음 날 조간신문 헤드라인은 어김없이 대통령이 추가한 내용으로 뽑혔다.
이 당시에는 윤여준이란 걸출한 인물이 연설문을 담당했다. ‘동아일보’ 출신인 윤여준 수석은 노태우 정부의 이수정 수석에 버금갈 만큼 글을 잘 썼다.

179p. ‘지식의 저주’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은 쓰고 싶다. 힘들게 쓴 것은 버리기 싫다. 지식의 저주는 마지막까지 글 쓰는 사람을 괴롭힌다.

213p. 김대중 대통령은 대화할 때 여섯 가지 원칙을 갖고 있었다. 첫째, 상대를 진심으로 대한다. 둘째,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셋째, 상대와 의견이 같을 때는 나도 같은 의견이라고 말해준다. 넷째, 대화가 끝났을 때는 ‘당신 덕분에 대화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준다. 다섯째, 되도록 상대 말을 많이 들어준다. 여섯째, 할 말은 모아두었다가 대화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꼭 해야할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214p. 노무현 대통령은 협상을 위한 대화 방법에 있어 색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협상할 때 상대방에게 내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포커페이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상대방이 내 카드를 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 생각을 읽고 서로 합치점을 찾아갈 수 있다."

247p. 김대중 대통령은 대화가 틀어지는 세 가지 경우를 얘기했다. 첫째는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 혼자 결론을 다 내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것이다.

248p. 노무현 대통령 당시 연설비서관실에서는 회의시 룰이 있다. 첫째, 생각나는 대로 얘기한다. 둘째, 모든 내용은 일단 받아들인다. 셋째, 골고루 돌아가며 한 마디씩이라도 한다. 넷째, 누가 무슨 얘기를 하건 그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다섯째, 결정을 해야 할 때, 서로 의견이 다르면 비서관(사회)이 결정한다.

272p. 노무현 대통령은 공직자를 기용할 때도 그가 쓴 글을 가져와보라고 했다. 저서나 신문 기고글을 찾아보고 판단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도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 의제와 자기 노선을 갖지 않은 정당은 몰락한다."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당부를 했다.
"정치인에게는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첫째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둘째는 정치적 정체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글의 논조다. 이어서 김 대통령은 자기 말을 하고, 자기 글을 써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야당은 야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할 경우 자연히 상대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비난과 모욕을 당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반대를 두려워해서 자기 할 말을 못하는 리더, 모두로부터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리더는 설사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결코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285p. 김대중 대통령은 꾸중을 하는 데도 원칙이 있었다. 그 원칙을 자신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밝힌 바 있다.
"나는 비판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하나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는 비판, 그리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는 비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비판을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주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실제로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꾸중을 하지 않았고, 따로 불러서 혼을 낸 경우에도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뵐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히 혼날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309p. (김대중 대통령)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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