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 인류의 미래 편 -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 명견만리 시리즈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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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랑 북한이 전쟁을 하면 우린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우리가 북한 편을 들어서 일본 땅을 북한이랑 5:5로 나눌 수 있고, 일본 편을 들어서 북한 땅을 5:5로 나눌 수 있다면 누구 편을 들까?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세대별로 답이 나뉜다. 40대 이상에서는 80%~90%30대는 70%정도, 20대는 50%10대는 10% 이하가 북한편을 든다고 한다.

그리고 2mb 시절이던 2012년 협정 50분 전에 파기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협정은 20161123일 18대 대통령 정부에서 체결되었다. 가상의 적은 북한이다.

대한민국은 소멸해가는 나라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현재의 출산율을 기준으로 가정해 볼 때 84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2500만이 되고, 5백년이 흐르면 33만명이 되고, 2750년이 되면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나라가 된다.

 

한국인 소멸의 첫째 이유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전이다.

순창은 바람, 온도, 습도 등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1989년부터 순창에 거대 자본이 몰려들어 고추장 공장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11개의 공장에서 매년 4만 톤의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추장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이다. 순창의 전체 공장 매출액은 300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25년 동안 매출액이 20억에서 2000억으로 무려 10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까? 놀랍게도 단 10개에 불과했다. 자동화 시설을 이용한 덕분에 순창의 공장들은 최소 인력으로 최대의 돈을 벌 수 있었고, 기업이 성장한 만큼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다.

2004년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첫 번째 무인자동차 경주 대회는 코스를 완주한 차량이 하나도 없이 실패로 끝났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도로를 안정적으로 주행하는 무인자동차 뉴스를 자주 접한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인간을 이기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바둑에서도 2016년 한국의 천재 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에게 4:1로 패배했다. 또한 구글과 네이버의 번역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한국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인 소멸의 둘째 이유는 청년 세대에 대한 홀대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민소득이 2만불을 달성했고, 2016년 국민소득은 3만불 언저리다. 1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은 2008208000억 원에서 2015612조 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노동자의 3분의 1이 정규직 월급의 절반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일하는 청년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고,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사내 유보금을 기업이 순순히 풀리 없으니 정치적으로 압박을 해야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청년 정책으로 대한민국 청년이 다 어디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라며 해외 진출을 제안한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이 1% 오르면 결혼은 최대 1040건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임시직 비율이 1% 오르면 결혼은 330건이 줄어든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실업율이 1% 상승하면 자살이 9920, 살인이 650, 심장병 사망이 500, 강도 강간이 3300건 늘어난다고 한다.

일자리가 없다는 건 한 개인이 잘살고 못사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린 중대한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씩 지급이라는 기본 소득 등 파격적인 정치적 해법을 내놓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 이후에도 재벌만 챙기다가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율을 유지할 것이다.

 

10년 동안 4200%의 수익률을 올리며 월가의 전설에 오른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대한민국의 초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대한 해법으로 북한과의 교류를 제안한다. 북한의 라선, 중국의 훈춘, 러시아의 블리디보스크 이 기회의 삼각지역에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이 들어가면 한반도 경제가 새로운 중흥기를 맞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어리석은 정치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들로 인해 한국인 생존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50p. 200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연구소가 꼽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 또한 대한민국이다.

64p.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3분의 1이 정규직 월급의 절반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일하는 청년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고, 청년 10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64p. 2010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이 1% 오르면 결혼은 최대 1040건이 출어든다고 한다. 또한 임시직 비율이 1% 오르면 결혼은 330건이 줄어든다고 한다.

72p. (일본에) 처음 불황이 찾아온 1990년 당시만 해도,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66%로, 다른 선직국에 비해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성장이 멈춘 경제를 살리겠다며 온갖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1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정부 부채비율이 GDP대비 227%로,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건설 경기에 쏟아부은 그 1조 엔을 청년과 교육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가? 일본의 지방정부 연구원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건설경기 부양보다 무려 30%나 높은 투자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한다.

77p. 독일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청년에 투자했다. 공교육은 대학교까지 무상이고,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

2000년대 초반 노동자와 폭스바겐 사는 자동차 산업에 위기가 오자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 했다.

그러나 ... 회사는 지역 실업자와 청년 취업 예정자 5000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최소 5000마르크의 소득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청년들에게 최소3개월의 직업훈련도 제공했다. 볼프스부르크 시에는 새 공장이 세워졌고, 1만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81p.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 2015년 11.1%에 달했다.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배가 넘는다.
2014년 한 해 동안 20~30대의 소득증가율은 0.7%였다. 오히려 50대의 소득증가율이 청년보다 10배(7.2%)나 많고, 심지어 은퇴세대라고 할 수 있는 60대도 여섯 배(4.5%)나 높다.

86p. 핀란드는 매년 10월 13일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타인의 실패를 축하해준다. (실패의 날)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은 실패한 팀이나 직원에게 실패 축하 파티를 열어주는 전통이 있다. ‘실패를 안 한다는 것은 결국 모험을 안 하는 것‘이라는 기업정신에서 비롯된 전통이다.

92p. 일본과 이탈리아를 취재하고 청년을 만나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였다. 마치 평행우주처럼 일본의 ‘변소밥‘이 한국의 ‘혼밥‘으로, 이탈리아의 청년 유출이 한국의 ‘헬조선 탈출‘로 재현된다.

102p. 회계사(94%), 세무사, 은행원, 약사, 텔레마케터(99%), 요리사(96%), 제빵사(89%), 부동산 중개사(86%), 버스기사, 택시기사(89%), 이발사, 동물 사육사, 스포츠 심판, 모델, 웨이터, 도서관 사서(65%), 보험판매원, 정육업자, 경비보안요원, 항해사, 인쇄업자, 목수, 우편배달부, 치위생사, 원자력기술사, 운송업자..
20년 안에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칼 베테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2013년 700여 개의 직업을 분석해 <고용의 미래 : 우리의 일자리는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110p. 우리나라 2000대 기업의 성장율을 분석했는데, 이들 기업이 올린 총 매출액은 2000년 815조 원에서 2010년 1711조원으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 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가? 156만 명에서 161만 명으로, 겨우 5만 명 늘었을 뿐이다.

111p. 1989년부터 순창에 거대 자본이 몰려들어 고추장 공장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11개의 공장에서 매년 4만 톤의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추장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이다. 순창의 전체 공장 매출액은 300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25년 동안 매출액이 20억에서 2000억으로 무려 10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얼마나 늘었을까? 놀랍게도 단 10개에 불과했다. 자동화 시설을 이용한 덕분에 순창의 공장들은 최소 인력으로 최대의 돈을 벌 수 있었고, 기업이 성장한 만큼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았다.

117p. 국회예산정책처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990년 26조3000억 원에서 2012년 762조 4000억 원으로 약 29배 증가했다. 기업의 수익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고용이나 임금으로 흘러가지 않아 돈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27p. 미국에서 실업율이 1% 상승하면 자살이 9920건, 살인이 650건, 심장병 사망이 500건, 강도 강간이 3300건 늘어난다고 한다. 일자리가 없다는 건 한 개인이 잘살고 못사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린 중대한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130p 1880년부터 130여 년간 필름의 대명사로 불려 왔던 코닥이 2012년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코닥필름의 몰락에 쐐기라도 박듯 운명의 장난처럼 같은 해에 사진 공유 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이 1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받고 페이스북에 인수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직원 수는 단 13명이었다. 코닥의 전성기 때 14만 명이 넘는 직원이 있었다. 무려 만 배가 넘는 차이다.

139p.포드가 떠난 후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몰락한 것처럼 코닥의 도시 독일의 로체스터도 제2의 디트로이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주 정부에서는 코닥 파크가 유지되도록 4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금 코닥 파크에는 60여개의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다.

143p.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2008년 20조 8000억 원에서 2015년 612조 원으로 무려 30배 이상 증가했다.

163p. 자동차는 20세기에 인류의 삶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발명품이다. 과거 말을 타고 이동했던 사람들은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먼 거리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건설되고, 도로를 따라 호텔이 들어섰다. 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가 생겨났고,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지면서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가 생겨났다.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많은 식품들을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도 개발됐다. 이렇게 자동차 기술 하나로,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파생되어 등장했다.

173p. 스웨덴의 경우 국회의원 전원이 비례대표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남녀 비율 50대 50을 지켜야 하고, 35세 이하에게 25%를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집권 정당이 되려면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184p. 짐 로저스는 중국의 훈춘, 북한의 라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맞닿아 있는 이른바 ‘기회의 삼각지대‘ 이곳이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199p. 골드만삭스의 전무는 ‘발상을 전환하면 오히려 북한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통일 한국의 GDP가 독일과 일본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짐 로저스는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과 천연자원이 최고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남북을 잇는 철도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남북한 경제 통합은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기업들에게는 더 큰 시장을 의미한다. 시베리아의 풍부한 자원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나아가 통일한국에서는 저출산과 노령화라는 인구문제까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43p. 게놈 지도를 그리는 비용 또한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1990년에는 한 사람의 게놈 지도를 분석하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비용 또한 30억 달러, 약 3조 원이 들었다. 하지만 2014년 미국의 일루미나라는 회사가 1000달러에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면서 이제는 누구나 100만원 정도면 개개인의 게놈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지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기간도 15년에서 24시간, 단 하루로 단축됐다.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점점 더 떨어져서 앞으로 0달러 게놈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243p. 홍콩의 버스정류장에 붙은 쓰레기 무단투기 용의자 몽타주가 그 사례다. 마치 광고 포스터 같아 보이는 이 몽타주는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에 남겨진 유전자로 만들어졌다. 쓰레기 무단투기로 몸살을 앓던 홍콩 정부는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범법자의 인종, 얼굴 생김새, 신체적 특징을 담은 몽타주를 제작했다. 정확도 또한 90% 이상이다.

245p.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게놈 지도에서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가슴과 난소를 절제했다.

247p.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캐럴 그라이더는 노화와 수명을 좌우하는 텔로미어(telomere) 연구로 2009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이들 연구에 다르면,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면 인간 수명도 짧아지고 길이가 길어지면 수명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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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 안소니 퀸의 25시
앙리 베르누이 감독, 버나 리지 외 출연 / 유비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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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화다.
1978년 개봉 당시에는 스타워즈를 누르고 흥행 6위에 올랐다는데,
책이 훨씬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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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보았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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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벨은 주장했다.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를 가르치며 안 된다. 수화를 배우게 되면 구화법(口話法. 독순술. 입술 읽기.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기술)이나 말하는 법을 익히지 않게 된다. 결국 청각장애인끼리만 어울리게 되고, 비장애인과는 영원히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된다. 말을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수화를 금지해야 한다.

벨의 반대편에는 ‘갤러데트’가 있었다. 청각장애인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이 워낙 힘들어서 1주일에 수십 시간을 쏟아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일반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것 때문에 말하기의 이점이 묻혀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기껏해야 말하는 법을 흉내 내는 수준에 불과한 문맹자를 키워내는 꼴이 되지 않을까?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는 언어다. 수화로 그들에게 고등학문을 가르치면 청각장애인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두 명 모두 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두었고, 둘 다 수화에 대한 경험이 풍부했다. 또한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틀려 보이지 않는다. 두 의견의 절충적인 방법은 없을까? 혹시 절충을 하면 두 방법의 단점만 나타나진 않을까? 나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청각장애인을 우리는 농아(聾兒)라고 부른다. 농(聾)은 귀머거리란 뜻도 있고 어리석다는 뜻도 있다. 영어의 deaf도 귀머거리와 멍청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예언자나 점쟁이로 여기는 것과는 사뭇 다른 취급이다. 그 이유는 귀가 들리지 않으면 뇌에 ‘언어 영역’이 발달하지 못하게 되고 언어 없이 성인이 되면 청각장애인은 언어 없는 인간이 된다.

언어가 없다고 해서 인간이 머리가 없는 존재가 되거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존재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 생각의 범위가 심하게 제한되고, 자기 주위의 아주 작은 세계만 지각하며 살아간다. 성장기 때 언어를 접하지 못한 청각장애 어린이는 질문이나 의문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사물의 명칭에만 집착한다. 즉, A사과, B사과를 각각으로 여길 뿐 사과라고 일반화시키지 못한다. 나아가 사과와 배는 과실의 일종이라는 상위의 범주로 도달하지 못하고 감각적인 세계에 머문다. 어제와 1년 전도 구분하지 못한다. 수화를 배우지 못한 청각장애인에게는 지금 이 순간에만 삶이 존재할 뿐이다. 시간적인 요소, 일반화, 범주화를 시키는 능력이 부족하니 가설을 만들지 못하고, 이는 자연히 인과관계를 정리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떨어지게 만든다.

 

수화는 언어다. 그것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등한 언어다. 우리가 어떤 말을 들었을 때는 전후 상황을 파악해서 그 말의 의미를 판단한다. 특히나 어린 시절에는 의미를 대략적으로만 파악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평생 이렇게 대략적인 이해만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에게 수화를 통해 받는 교육은 다르다. 수화를 통해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뿐이다. 개념을 분석하면서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사용하는 선생님과 함께 개념을 분석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감각적인 개념에서부터 추상적인 생각으로 청각장애인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1880년대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주장이 승리하며 미국에서 수화 교육은 금지되었고, 청각장애인은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1950년대가 되어서야 수화는 다시 청각장애인에게 허용되었고, 청각장애인 중에서 대학교 교수도 나오고 학장도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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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존 가트맨.최성애.조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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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크게 3개의 계층으로 나뉜다. 제1층인 ‘뇌간’은 호흡, 혈압, 체온 조절, 심장 박동 등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즉 거의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다. 제2층은 ‘변연계’로 감정을 다스리고 기억을 주관한다. 포유류는 대부분 변연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개나 원숭이도 충성심,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을 보인다. 제3층은 ‘대뇌피질’인데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고, 고도의 정신 기능을 담당한다. ‘대뇌피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두엽은 남자 평균 30세, 여자 평균 25세에 성숙한다. 즉, 절반 이상은 28세가 넘어서야 전두엽이 성숙한다. 사람들이 흔히 철들었다고 하는, 아기 낳고 키우다가 부모님의 은혜를 느낀다는 나이다. 안타깝게도 50세가 넘기 시작하면 전두엽이 퇴행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언제나 대다수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경제학에서 말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라는 가정은 무용지물이 된다. 사람이 가장 기분 나빠하는 순간 중 하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도구화할 때다. 남편으로서 금전출납기 대접을 받거나, 부인으로서 성적 만족의 도구로만 생각된단 느낌을 받으면 우리는 자존심 상해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사회에서는 전문가, 경쟁력, 선택과 집중, 부가가치, 수요공급의 논리를 펼치며 자꾸 사람을 도구화하는 교육만 한다. 화학 산업이 뜰 때는 화학 공학자에게 교육, 군대, 학자금 대출 등 여러 혜택을 주다가, 그쪽 산업이 망하면 “앞으로 알아서 사세요.”라며 내팽개친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모여서 결국 대한민국은 전 세계 자살률 1등 국가가 된다.
 
사람을 도구화하는 이성 위주의 교육을 막고 감정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대가족이 필요하다. 가족 수가 2명일 때는 관계의 선은 하나만 그려진다. 하지만 가족 수가 3명이면 관계의 선은 6개가 그려지고, 7명이면 966개가 그려진다. 한 집안에서 이렇게 가족끼리 지지고 볶다 보면 다양한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서로 감정에 대해 배려하는 과정에서 전두엽에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대가족으로 돌아가기는 힘들기에 우리는 ‘감정 코칭’을 배워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감정 코칭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상대의 감정 인식하기 => 이 감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기 => 상대의 감정 공감하고 경청하기 => 상대가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경청’과 ‘표현’이다. 우리가 10대 때 전두엽이 덜 발달했다고 해서 감정이 없지 않았듯이, 아이들의 감정도 주의 깊게 들어주고 공감해줘야 한다. 표현의 경우 예를 들어보자. 승원-승수 형제가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다가 티격태격하다가 서로 싸웁니다. 이때 아이를 붙잡고 “분하다”, “억울하다”, “속상하다” 와 같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아이는 이 감정을 통해 어떻게 대처할까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당연하게도 아이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부부 관계다. 부부 관계가 올바르면 대개 아이도 올바르게 큰다. 그리고 부부 관계가 올바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부모가 ‘나는 잘못하고 있지만 너는 똑바로 하라’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자식을 탓하기 전에 우선 자신을 돌아보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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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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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9년 민주노동당의 슬로건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었다. 2008년 창당한 진보신당의 슬로건은 '복지혁명 생활진보'였다. '복지'라는 게 소위 ‘좌파 정당’들의 공허한 외침은 아닌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22일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씀했고, 2007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외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2월 20일 '한국형 복지국가'라며 복지를 천명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장하준 교수도 복지를 외치며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해서 말한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미국과 비슷하게 직장과 연계되어 있다. 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녀야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는다. 좋은 직장을 다니면 자녀의 학자금은 물론, 주택 대출까지 저리에 융자해준다. 큰돈이 들어가는 주택, 자녀 학자금, 의료보험이 해결된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대기업과 내수 대기업 등 직종, 직업, 회사의 차이는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직장이 없으면 길거리에 나앉든지 부모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청년들은 결혼은 훗날로 미루고 의사, 약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이 되거나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길 꿈꾼다. 설혹 결혼하더라도 출산은 기피한다. 출산율 급감과 고령화속도 1위의 대한민국은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심하게 떨어진다. 남편이 실직했다는 말에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 전개는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설상가상 직장은 물론 관련 계통의 산업이 쇠퇴해서 재취업도 막혔다면 어떨까? 퇴직금과 대출금을 부어서 치킨집을 차리든 택시를 모는 방법 외에는 없다.
 
하지만 유럽이라면 어땠을까? 의료비와 자녀 학비는 공짜에 가깝다. 심지어 병원과 학교에 오가는 교통비까지 지급해준다. 국가 임대주택 혹은 주거 보조금도 유지될 뿐 아니라 많게는 실직 전 월급의 80%까지 받으면서 정부의 지원으로 1~2년의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구직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는다. 때문에 해고나 실직으로 인한 노사 간의 강경 투쟁도 적고, 미국인이 기술 개발할 돈으로 무역 제재나 덤핑, FTA로 로비하고 있을 때 유럽에서는 직업적 성취를 이뤄 생산성이 높아진다. 결국 미국의 GM은 망했고, 독일의 BMW은 잘나간다.
 
세금을 많이 낼 거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는 지금보다 많이 낼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하다. 착한 국회의원을 많이 뽑아서 국민의 20%는 지금보다 많이 더 내고, 20%는 지금보다 약간 더 내고, 60%는 지금이랑 비슷하게 세금을 내게 제도를 만들면 된다.
세금이 내기 싫은 사람은 아프리카 어디 나라로 가면 된다. 그곳에선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도 없다고 하고, 갖가지 규제도 없으니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보다는 조세 부담률이 높으니 피해가길 바란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 주면 그들이 일을 안 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똑같은 논리로 생각해보자. 부자에게 돈을 너무 많이 주면 재능 있는(!) 부자들이 더 이상 일을 안 하게 되어서 사회 전체적으로 손해를 끼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년 어떤 산업이 유망할까, 어떤 기업이 잘나갈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수혜자와 피해자가 너무 뻔한 한미FTA 같은 정책의 경우 조율 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 이익을 본 쪽은 세금을 많이 내서 손해를 본 쪽을 도와준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자살까지 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가의 시혜와 은총으로 돈을 많이 번 기업과 계층의 세금을 깎아준다. 국가의 의도적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겐 복지 혜택을 줄이며 "부자들 가슴에 못을 박지 말라고", "복지를 즐기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은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 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31조 5항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헌법 32조 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헌법 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수호도 포퓰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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