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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막걸리 먹다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잡혀가던 시절, 제주도에서 서울의 명문대로 진학한 한 여대생은 너무도 멋있는 여자선배를 만났다. 그와 어울리며 담배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배워갔다. 그러면서 가슴 떨리는 시위도 하고,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하면서 거센 풍랑을 만난다. 그 이후 또 다른 삶의 풍랑을 만나며 나이가 들어가는 동안 겁없던 20대 여대생들은 멀리 떠밀려와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가슴 속에 부채의식처럼 남아있던 젊은 날의 기억을 다시 펼쳐놓았다. 과거 그 흔했던 후일담처럼 그 시절을 밀어내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그 시절의 열정과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기 위한 기록이다. 이렇게 젊은 날을 품을 수 있다는 건 삶을 품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