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황폐한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 주위에는 전에 뉴욕에서 함께 광고일을 하던 동료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얼마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늙는 일의 황폐와 고단함. 그 부질없는 심약, 허약, 무능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증명해보이고선 보통의 사람보다 더한 실망만 주고 떠났다.(그녀는 평소 자신이 보통의 여자와 다름을 설파하고 다녔다. 혀의 잘못이다)난 그 분과 친하지 않았고 그 분이 선택한 그 모든 것들을 멸시하고 경멸했다.사람의 취향은 선택이 되고 고저를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됨을다시 한 번 확인했다.그 천박하고 쓰레기같은 기독교인들이 할머니의 장례식을 점령했을때살아 이룬게 고작 이 정도인가. 무시의 척도가 됐다.늙는다는 건 과히 슬펐다.전문직을 가지고 있던 여자는 돈보다 능력없이 늙어가고 있었고자신이 늙어가고 있단 사실도 부정했다.그것은 활력이나 생산성같은 삶의 필수적 요소를 방해하기 보단 그녀의 정신을 지배했던듯 하다.에브리맨.보통의 사람.이 소설은 공포스럽다.늙어 죽는 일에 대한 공포를 한치의 꾸밈없이 나열한다.늙은이들은 젊어 저지른 일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이 책의 주인공은 세 번의 이혼을 한 비행과 실수로 유명한 연쇄 남편. 부부가 서로의 도움을 받아 오순도순 사는 건 젊어서의 인내와 헌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결실이다.하지만 주인공은 인내와 헌신대신 재미와 행복만을 택했던 어리석고 나약한 죄로일반적인 늙은이처럼 외롭고 슬프고 젊어서의 영광과 활력을 그리워하며 산다.에브리맨.종교는 거짓말이었다.그는 이 점을 어렸을 때 인식했다.그는 모든 종교가 불쾌했으며, 그 미신적인 허튼 수작이 의미없고 유치하다고 생각했고 그 지독하게 어른스럽지 못한면 ㅡ 그 젖비린내 나는 이야기와 독선과 양떼, 그 게걸스러운 신자들 ㅡ 을 견딜 수 없었다-57p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 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83p그는 은퇴를 한 상태에서도 계속 중요한 사명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치는 사람처럼 전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죽기 전 열한 달 동안은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91p노년은 전투가 아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162p
이건 어린이 동화가 아니다 이렇ㄱㅔ 잔인하고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어린이 책 코너에서 발견하게 하다니... 세상이 어찌나 잔인한건지...이 책은 적어도 자기앞의 생 보다 복잡하고 어려우며 잔인하다. 구덩이.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던 운나쁜 아이.나도 그런 시간과 장소를 가졌던 적 있다 이 책은 비단 그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흥미진진하다플롯은 이렇게 짜는 것이며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시키는 것이다캐릭터에 몰입하는 나조차,캐릭터가 전부인 동화에서주인공이 기억나지 않는다.동화는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크길 바라는지 어른의 입장으로 말하는 가련하고 딱한 희망가다.그러나 이 책은 캐릭터에 관해선 말하지 않는다.니가 어떤 인간이든 그런 일을 가질 수 있었고 그건 니 탓이 아니란다.어른들이 더럽게 못하는 일들 중 하나.그리고 그는 그 모든 원인을 조상탓 하는 가문의 아이답게 조상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맡긴다.그리고 운도 준다.니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던 건 사실, 옳은 시간 옳은 장소였어.인생이란 원래 이런거니까. 작가의 힘을 이렇게 증명할 수도 있구나...그 모든 옛 이야기들은 진짜라 믿고 살아온 내 삶이 역시 옳았다.
지금껏 이 책을 왜 읽지 않았는지 . 그게 더 궁금해지는 책이다 옛날 흑백 영화를 보는 기분의 책이다그땐 인간들이 인간의 감정들에 예민하고 민감하여 서로의 변이를 기가막히게 체크해냈다. 마치 그것이 이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라는 듯이. 영화를 보는듯 읽을 수 있다.스티븐 킹의 책 역시 영화를 보는 듯 쓰여지는데 이건 그것과 다르다스티븐 킹 역시 이 책을 읽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그 정도의 추리소설을 쓴 것은. 시대의 부족함이다.추리소설은 도덕적이고 정의로워야함에, 이 시대는 더이상 그런 것들이 남아있지 않아서. 혹은 있음에도 역량의 부족함으로 그려내지 못한 것이겠지. 이건 뭐랄까 좀 더 서정적이고 투박하다.보통 추리해가는 탐정에 의해 신이나고 흥분하고 즐거워지지만이 책은 사형집행일이 다가옴에도 풀리지 않는 실마리와 미심쩍음이 공존하여 그 점에서 더욱 흥미로워진다.그래서 더욱 맛있다첫 문장은밤도 젊고 그도 젊었다.로 시작된다.어찌나 파랗게 시작하는지. p.48고맙소, 당신 진짜 신사로군.그땐 이런 칭찬이 가능한 시대였다.진짜 신사를 알아보는 눈이 있고 진짜 신사도 있던 시다.p.94꺼림칙한 점이 있는 사람은 더욱 교활하고 약삭빠른 법이지.이 세상이 점차 안 좋아지고 있단 증거이자 이유다.p.104아내의 얼굴에는 느긋하고도 동요가 전혀 없는 미소가 떠오르더군. 내가 말하고 있는 것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지. 바람이 나서 이별하자는 남편에게 보내는 최고의 복수 방법은 이것이다.p.238두려움과 용기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었다.그렇군.이 책이 왜 세계 3대 추리소설에 들어가는지는읽어보면 알게된다.이제서야 읽게 된 내가 안타까울 뿐.
이백육십육개의 생각들.존쿳시가 어떤 천재이냐면...그 안의 이 많은 목소리를 담고선 선별해낼 수 있는 천재다.가끔 나는, 우리는, 당신은자신이 너무 고결하여 주변 사람들까지 그런 수준으로 끌여 올리는 누군가를 마주한 적 있을것이다.존쿳시는 자신이 너무 천재라서읽는 나까지 그렇게 만든다결국 아니라는게 문제가 되지만반목가적 소설이란다반목가적목가적 삶을 살길 바랐던 적이 근래에 많았는데반목가적 삶을 읽어내며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다내가 마그다가 된 기분처럼.
인체탐험의 소설이다누군가의 내장을 이렇게 샅샅이 훑은 적 없다.영양가도 맛도 풍미도 재미도 없는 육신.지금까지 백여든일곱개의 생각을 쫓았다.불교에 귀의한 자가 이 책을 보았다면, 이렇게 시끄러운 내면은 살아 곧 지옥이라 했을텐데.정말이다마그다 이 여자의 삶은 퍼석한 땅 위에서 내면의 지옥을 헤엄치는 스트레스성 대인기피증이나 스트레스성 관계형성장애를 앓고 있다(얼마전 어떤 어플로 내 스트레스를 점수 매겼더니 사회성 뭐시기가 나왔다. 마그다가 여기 있네...)불교에 귀의한 자라면 이 여자에게 명상을 권했을까. 금강경? 백팔배?여자의 머릿속과 뱃속은 시끄럽고우린 시끄러운 그녀의 내장 속에서 글들을 읽는다.하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 많지 않다.내 생각을 숫자 매겨 써놓아도 못 읽을 판에남의 생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