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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월 20일 완독
첫문장,
제 2차 지각 변동은 내 열한 번째 생애의 1996년에 시작되었다.
이렇게 잘 쓸 수 있다니 !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
69P
시간은 지혜가 아니다. 지혜는 지성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제압당할 수 있는 존재다.
그는 나를 위압했다.
많이 살고 많이 알고 있다면
위압당할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 본척하거나 말을 덜 하거나 무시하는 일들은 상대를 무용하게 만드는 방법이고
그 방법을 몸에 익히는 건 많이 살고 많이 아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니라 한다.
계속 사는 자가 아니라 하니
그런 줄 안다.
356P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라고 말했다. 익숙지 않은 말을 조심조심 말했고 씩 웃으며 다시 한 번 연습해보려 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점잖은 사람들이 점잖은 인생을 살아 가는 게 마치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 잖아요. 하지만 좀 들어보세요. 이 ‘점잖다.‘ 는 것, 그게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과학자 아저씨, 아저씨가 모든 남자들을 친절하게 만들고 모든 여자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계를 이론화하려 한대도 난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발을 멈추고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 걸 도와주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노화를 치료하거나 기근을 없애거나 핵전쟁을 끝낸다 해도, 여기(하더니 손등 뼈로 내 이마를 짚었다)하고 여기(라고 말하면서 가슴에 손바닥을 꼭 대었다.)를 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사람은 먼저 점잖아져야 하고, 그 다음에 천재가 되어야 해요. 안 그러면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니라 기계의 노예가 될 뿐이에요.˝
˝ 그건 별로 공산당원 같은 생각이 아닌데.˝
˝ 아뇨, 그게 가장 공산당원다운 생각이에요.공산주의에는 선한 사람들이 필요해요.˝
어디에는 안 그렇겠어요.
483p
콘스턴스를 빤히 쳐다보면서,이 여자도 참, 자기 나름대로,완전히,완전히 돌았구나 생각했다.신경학적으로 미쳤다는 게 아니라, 정신병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문학적인 광기였다.
가끔 그런 인간들이 있다.
완전히 돌았구나... 하는 사람들.
근데 정말 우습게도 가끔도 아니다..
꽤나 자주. 그런 돌아버린 인간들을 마주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일이 처리되니까 그 많고 긴 생들이 한꺼번에 처리가 되니까. 어떤 일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어보고 감탄하고. 읽어보고 감탄한다.
나와 동갑인 여자 작가의 이 천재적인 글들에 신이 난다.
이 사람이 제발 이런 책들을 수도없이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내가 너의 직접적 친구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잔인한 말이겠지만.
니가 꼭 죽기전까지 수백권의 멋진 책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길 바란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