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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의사 박준철 - 봉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떠난 우리 시대 참 의사
송미경 지음 / 맥스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다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높임 받을 만한 일이다. 선을 향한 사람들의 호의는 사회와 문화를 넘어 그 위에 실존한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몇 가지 주장들이 있지만 타고난 심성이 악하든, 선하든 희생이라는 가치는 숭고한 의미를 지닌다. <천사의사 박준철>은 헌신적인 삶을 살아낸, 그리고 자신의 장기를 100여명의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떠난 한 의사의 삶을 소개한다.
박준철 의사의 아내인 저자는 고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세 아이의 양육과정 중 둘째아이를 잃게 되는 슬픔, 그리고 남편까지 잃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자신의 기억을 의지해 서술해 나간다. 고인과의 추억이 모든 슬픔을 위로해주듯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아내로서 간직하고 있는 생전의 모습을 통해서 치유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고인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단순히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역할만을 감당한 것이 아닌, 그들의 삶과 고통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슬퍼할 줄 알았던 ‘천사의사’로서의 모습이 나타난다. ‘의사가 병을 고친다는 것은 환자의 삶까지 돌보고 치유하는 것’이라 했던 고인의 유언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하고 진료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언젠가는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위해 떠나고 싶다던 고인은 의사로서 바쁜 일정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로 떠나 자신의 꿈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세분화된 의료 기술 환경의 한계 속에서도 자신이 모르는 지식과 기술을 후배나 선임자에게 배우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타인을 위해 살고자 했던 인간적이고 사랑이 많은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을 잃은 슬픔과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자신이 의지하는 하나님의 뜻이 완전하다는 믿음의 눈으로 주어진 시간을 가치있게 살아낸 박준철 의사. 큰 키와 덩치처럼 그는 마음까지 거인인 사람이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자신의 뼈, 연골, 근막, 피부, 양막, 인대, 건, 심장판막, 혈관 등 모든 인체조직을 기증한 그의 모습은 이 시대 우리가 서로의 관계가운데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만든다.
자신을 높이기 위한 봉사가 아닌 타인을 사랑하기에 행할 수 있었던 그의 삶.
희생은 언제나 깊은 감동으로 우리를 에워싸고 그 앞에 초라한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