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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협찬 '호의'와 '꾸준함'에 대하여..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하 '저자')의
화제의 신간 <호의에 대하여> 서평단에
선정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
제가 지난 탄핵 심판에서 특히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언어'였습니다.
쉽고 자연스러워서 마음에 깊이 남았지요.
(시간 되실 때 글이나 영상을 다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문 전문이
엄청 공유되었고, 헌법 전문 필사가
유행처럼 이어지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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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대법원에서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사건의 파기환송 판결이 있었습니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저는 생중계를 보지 않고 있었는데,
지인이 판결 중계가 나오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마침 한가해서
유튜브를 켜 듣게 되었는데...........
"어어????????!!!!!!!!!!!!!"
순간,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습니다.
판결 내용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헌법재판소 판결이 떠올랐습니다.
"뭐야... 왜 이렇게 어렵게 말하지??"
그리고 결국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충격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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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굳이..
헌재 탄핵심판과 대법원 파기환송을
연결해 이야기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판사는 '결정의 주체'입니다.
(혹은 판사로 이뤄진 소수의 집단.)
'호의'를 중심에 둔 주체와,
'호잇'과 같은 태도로 접근하는 주체는..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호의'란
"친절한 마음씨, 또는
좋게 생각하여 주는 마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을 의미합니다.
제가 표현한 '호잇?!'은 만화
<아기 공룡 둘리> 에서 둘리가
초능력을 쓸 때 외치는 주문을 빌려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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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호의'는 무엇일까요?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그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삶의 태도'입니다.
저자는 학창 시절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뒤늦게 이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에..
저도 당시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에 고마움을 전했을 때,
김장하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다고 하지요.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자네를 도운 게 있다면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
누구든 크든 작든 살아가면서
'호의'를 경험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순전히 운으로만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운조차 스스로 조금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자 쪽에 속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에게 찾아온 호의는 더
고맙게 느껴지고,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 과정이 쌓이면 세상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고,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겁니다.
이것은 자기충족적 예언이
선순환을 만드는 구조와도 닮아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모습은
나쁜 소식과 관련된 내용이 많지만..
현실에는 좋은 소식도 동시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더 많을지도 몰라요.
다만 어떤 걸 뉴스로 내 보낼지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닌 부정 편향은..
나쁜 뉴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책 <팩트풀니스> '부정 편향' 파트 내용..)
이 부분을 꼭 함께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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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람들은 한 번씩 결심을 합니다.
(새해 첫 날에 많이들 하죠...??)
그러나 그 결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꾸준함이 반드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함이 삶에 큰 힘이
되어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저는 오늘도 책 속에서
그런 힘을 발견합니다.
호의와 꾸준함, 이 두 가지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라는 것을요.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끝!!
#호의에대하여
#문형배 지음
#김영사
@김영사
호의야 퍼져라! 호잇!!!!!
#북스타그램 #바닿늘
비슷한 주제의 글은..
#바닿늘글쓰기
#바닿늘법공부
아래에서부터는 해당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최소한으로) 수정 되었습니다.
선순환의 공동체(2008.11. 6.)
저는 김장하 선생님의 도움으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진주에서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저뿐만 아니라 100명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셨습니다.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학교 운영이 궤도에 오르자 나라에 학교를 기부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경상대학교 남명관 건립, 진주신문 발행, 형평운동 기념사업회, 진주정신 지키기 모임….
진주 없는 김장하 선생을 생각할 수 없듯이 김장하 선생 없는 진주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진주시장 범민주 단일후보로 추대되었을 때 단번에 거절한 사례는 선생님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생활은 매우 검소합니다. 지금도 자가용 자동차가 없고 골프도 하지 않습니다. 명신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있을 때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상대로 말씀을 하신 적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말씀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자기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이사장이 조금 전에 자전거를 타고 교문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감사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자네를 도운 게 있다면 나에게 감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 선생님은 어려서 집이 가난하였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하셨고, 한약방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다가 독학으로 한약업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오늘날까지 한약방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한 때문에 장학 사업을 하셨고 그 과정에서 저에게 선을 베푸셨습니다.
저도 선생님으로부터 입은 은혜를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갚을 것입니다. 이런 선순환이 쌓여 이 사회가 휠씬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 성취는 최대한 보장하되 기회를 제공한 공동체에 성취의 일부를 내놓음으로써, 그에게는 자부심을 선사하고, 이 사회에는 새로운 성취를 거둘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빕니다.
제 평생의 스승이신 김장하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p. 85~87
책을 읽는 이유 세 가지 (2010. 2. 16.)
책을 많이 읽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고전을 읽은 적이 없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 보니 문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투리는 말을 안 하는 것으로 감출 수 있었지만 무지는 감출 방법이 없었다. '장 발장'이 <레 미제라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
무경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판사가 되고 보니 사건을 이해하기엔 내 경험이 너무 좁고 얕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도대체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거액의 거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잡히면 처벌받을 게 뻔한 일을 왜 되풀이하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경험을 늘리려고 해보니 이 또한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법관 윤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두 가지다. 지금은 언론사 사장이 된 어떤 분이 사법연수생이었던 나에게, 법조인이 되면 초등학교 동창생과 꾸준히 만나라고 당부했던 기억이 떠올라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1년에 몇 회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때로는 부부 동반으로) 만났으니 어느 정도는 실천한 셈이다. 두 번째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장르를 구분하지 말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보자 하였던 결심이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다.
무소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다. 남녀 공학 중학교 시절 소풍을 가서 선생님의 권유에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를 까먹어 끝을 맺지 못할 정도로. 그때 불렀던 노래가 남진의 <님과 함께>였다. 고등학교 때는 교복이 중고라서 반장을 하지 못했다. 대학교 가서는 사투리 때문에 남 앞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슨 결정을 하려면 무척 어려웠다. 결정을 하고 나면 곧 후회를 하게 되고.
어느 날, 내성적인 이유가 소신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군대에서 정훈장교를 하게 되었고 정훈장교 하는 일이 장병 교육이다 보니 남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해소된 뒤라서 그런 결론을 더욱 쉽게 내릴 수 있었다.
앞서간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그들의 생각과 내 생각을 서로 맞추어 보는 과정을 통해 생각이 단단해져 소신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포함해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사족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면 그 사람이 누구와 만나고 무슨 책을 읽는지 말해달라."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혼돈의 시기에 그나마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친구와 책 덕분이라 생각하니 이 글을 쓰는 감회가 남다르다. 모든 분들에게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p. 108~111
블로그 방문객 10만 명을 기록하며(2010.4.8. )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06년 9월 재판 중 당사자가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그 심정에 충분히 공감하였지만 당사자가 법률을 몰라 제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판사인 저 역시 당사자의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는 일을 겪고 나서, 짧은 법률 지식이라도 여러 사람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법연구회를 좌편향의 사조직이라고 주장하는 측이, 제가 선의로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 주장의 근거로 삼을 때는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블로그를 통하여 26년 만에 중학교 동창생을 만났고, 인도 마누 법전을 번역하는 지식인을 만났으며, 우리법연구회 해체 요구에 굴복하지 말라는 국민을 만났습니다. 제겐 그것이 기쁨이고, 행운이고, 축복이었습니다.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10만 명의 독자들에게 제 가슴속에 있는 것을 드러낸 셈인데, 앞으로 그 말빚을 어떻게 다 갚을까 생각하니 걱정이 깊고도 넓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거창한 구호는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했던 말을 실천에 옮기고, 남을 비판할 때 썼던 그 잣대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겠습니다.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제가 한때 이곳에 있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삶이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살겠습니다. 딱 한 송이 목련꽃을 매달고 서 있는 부산지방법원 앞 정원의 목련나무를 보면서, 삶의 동반자인 여러분이 있어 견딜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p. 112~113
책을 고르는 기준(2010.6.26.)
책을 어떻게 고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저자를 보고 고른다
어떤 책을 읽고 감동을 받으면 그 저자가 쓴 책은 눈에 띄는 대로 사서 읽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면 고 장영희 교수의 《내 생애 단 한 번》을 읽고 《축복》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는 식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저자는 다음과 같다. 신영복 교수, 정민 교수, 유시민 전 장관, 소설가 김훈, 오지 탐험가 한비야,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열하일기》 전문가 고미숙 박사.
주제어를 보고 고른다
제목이나 문장을 검색하여 관심 있는 주제어가 들어간 책을 고른다. 요즘 즐겨 찾는 주제어는 다음과 같다. 정의, 소통, 성찰, 역사, 철학, 인생, 여행, 행복.
이런 기준으로 고른 책은 다음과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 《서양철학사》 《인도 여행》 《행복의 정복》 《무지개 원리》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등.
책 선택에 실패한 적은?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골라 읽으면서 후회할 때가 제법 있다. 그러나 산 책은 다 읽는다. 재미가 없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책에 대하여는 독후감을 쓰지 않음으로써 복수를 한다. 블로그에 올린 책은 이중으로 검증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지금껏 읽은 책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천 권 정도 될 것 같다.
책을 고르는 장소는?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하여 고르는 경우가 많고 가끔 서점에 가서 고른다. 베스트셀러 항목과 새로 나온 책 항목을 많이 참조한다.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독후감을 쓰다 보면 책 내용을 정리하는 효과가 있고, 글쓰기 훈련이 되며, 블로그에 저장해놓으면 다른 글을 쓸 때 인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 어떤 책에서도 스승 또는 반면교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께 독서를 권한다. 책이 여러분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p. 124~126
피로사회를 읽고(2012. 4. 21.)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읽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일에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 책의 핵심 테제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사회를 지배해 온 부정성의 패러다임(금지, 강제, 규율, 의무, 결핍, 타자에 대한 거부 등)이 적어도 20세기 말부터 긍정성의 패러다임(능력, 성과, 자기 주도, 과잉, 타자성의 소멸 등등)으로 전환되었거나 전환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 구성원 간의 유대를 회복하며, 일상의 삶에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년 직장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소박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끊임없이 추구하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덕분은 아니었을까? p. 269~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