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알래스카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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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볼츠 지음 / 문학과 지성사

 

p 232 . "지금 우리는 예쁠 필요도 , 평범할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다.

오늘저녁 6학년 2반은 전부 화성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거다 "

네덜란드의 권위 있는 문학상 황금연필상과 은손가락상, 독일 청소년문학상 등 유럽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작가 안나 볼츠의 작품. 이런 화려한 수식에 호기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다 덮고 날때쯤엔 이런 수식어가 부족하다고 느낄만큼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 !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네살의 스벤이라는 남자아이와 6학년 2반 같은 반 친구인 여자아이 파커 그리고 스벤의 도우미견 이자 과거 파커의 애완견이었던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주인공 알레스카가 있다.

스벤의 시선으로...그리고 파커의 시선으로 ...같은 상황을 두가지 시선으로 각각 끌고 가되 이 소설의 말미쯤엔 이 두개의 시선이 만나는 교차점이 생기게 되고 그 교차점은 결국 서로를 이해했음을...서로의 상처가 다시 희망이 됐음을 보여준다.

너무나 쉽고 짧은 문장들 덕분에 우선 이해가 쉽고 빠르다 . 소설임에도 스토리 자체가 허구라는 생각보다는 실제 있었던 어떤 일을 친구를 통해 듣는것 같은 기분이들만큼 구성과 스토리자체가 억지스럽지 않아 좋다.

각자가 가진 상처가 버거워 남의 상처따위는 신경쓰지 못하는 평행선이 있다. 스벤은 취미가 뇌전증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 침대 밖 세상에선 늘 화성인 취급당하는 자신때문에 칼날이 서있다. 파커는 도둑이 쏜 총으로 인해 불안전한 사회에 대한 공포심으로 불안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다. 파커는 아끼는 강아지 '알래스카'를 어떤 이유로 다른 가정에 보내게 되고 , 알래스카를 예뻐하지도 않는 아이 스벤의 도우미견으로 스벤의 집으로 가게된걸 알게된다. 알래스카를 너무 그리워하는 파커는 새벽 몰래 스벤의 방으로 잠입하게 되고 이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 너는 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벌벌 떠는건데? 너는 왜 계속 징징대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냥 그러려니 하며 계속 사느냐고 ! " (스벤이 파커에게 하는 말 )

"누군가는 내 발작을 웃기다고 생각하고 촬영했겠지. 재밌으니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송했겠지. 정신나간 애들만 다니는 학교가 있어. 거기에선 내가 눈에 띄지 않을거야. 그 학교에서는 구급차와 약, 발작 이런것들이 전부 평범한 일이거든 " ( 파커가 스벤에게 하는 말 )

파커가 스벤과의 우정을 통해 뭘 배웠냐고 묻는다면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밖으로 다가갈 용기'라고 말하겠다. 스벤에게 그냥 사물에 지나치지 않았던 알래스카. 하지만 스벤은 발작을 경험하면서 개와 사람간에도 어떤 교감이 실제로도 존재한다는걸 깨닫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이 단지 소설속 설정이 아님을 알것이다. 파커가 알래스카에게 보여준 책임감과 사랑, 따뜻함이 동물학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상에 훈훈함을 전해준다 . 사랑한다는 건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 아닐까 ? 파커가 알래스카에게 보여준것도 , 알래스카가 파커가 아닌 아픈 스벤을 선택한 것도 모두다...

이 책에서는 요즘 10대들의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발작을 일으키는 스벤의 모습을 재미삼아 핸드폰으로 퍼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 그리고 곧 SNS 는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 상처를 가장 빠르게 봉합시킬수 있는 존재라는 걸..무시할수 없는 그 힘을 경험한다. 상처받은 스벤을 위해 6학년 2반 전체가 자신의 약점이자 비밀일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영상으로 공유하는 모습을 보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 별 의도 없이, 재미삼아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올해 갓 10대에 진입한 우리아이들에게도 잔소리처럼 되풀이하게 된다. 상처를 안주고 살순 없겠지만 치유해주는것도 니가 책임질 몫이라고..우리는 각자가 다 소중한 나약한 존재들이라고..

세상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잘 모르는 타인에게 내 상처를 내보이는건 내키지 않는다. 모르는 타인이 우연히 내 상처를 알게되는 일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는 스벤과 파커처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필요하다. 특별히 내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 과장하지 않아도 , 일방적으로 배려하고 희생하지 않아도 좋다. 상처받은 밖앗세상을 피해 침대속으로 달아났던 스벤이 파커를 위해 용기를 냈던 것처럼, 상처가 당연한 세상에서 필요한건 우선 침대밖으로 나설 용기를 내 보는 일인지도. 비록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침대밖으로 나오라고 , 부딪히면서 살아있는 기분을 느껴보라고 외치는 작가의 응원에 또한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파커는 또 세상을 향해 외친다. 걷지 못하는 학생이 학교에 휠체어를 타고 올 수 있는 것처럼, 스벤 역시 도우미견과 함께 등교해도 되지 않냐고, 발작을 미리 예견할수 있는 알래스카를 옆에 두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수만 있다면 스벤은 지금처럼 공포스러운 세상에 살지 않아도 된다고. 스벤도 우리와 똑같이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아이라고.

약자들을 보며 생각한다. 사회체계가, 전문가들이 그들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을거라고. 그들은 전문가들이니 오죽 잘하고 있지 않겠냐고 . 나는 뭘 변화시킬만한 힘이 없다고.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고 눈물흘리는 일말고는 내가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노라고. 파커는 달랐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친구들의 의견을 모아줬으며 결국 교장선생님과 친구들의 허락을 얻어서 스벤이 세상밖으로 다시 나오게 만든 파커 !. 스벤에게 이보다 더 힘이 되는 선물이 있을까 ? ! 그 순간 스벤에게 필요한건 효과가 뛰어난 강력한 약도, 실력있는 의사도 ,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친절한 부모도 아니었다는걸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생활을 포기할수 밖에 없었던 스벤에게 필요한건 , 발작을 미리 알아챌줄 아는 알래스카를 곁에 두는것이었다. 열네살의 깡마른 파커는 진짜로 스벤에게 필요한걸 내어준 사람이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선물할때 내가 필요한걸 주는지 아니면 정말 그 사람이 필요한걸 주는지 생각해볼 일이다...나는 어느쪽에 가까울까 ?

우리는 약하기도 하고 동시에 또한 강한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인생이 바뀌는 매직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의 상처에 매몰되 안전한 침실에서 살아갈지, 아니면 상처받더라도 상처받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을 읽고난후 더 선명해졌다. 내가 어느쪽에 더 서고 싶은지.......나도 파커처럼 진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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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같은 안녕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6
아멜리 자보·코린느 위크·오로르 푸메·샤를린 왁스웨일레 지음, 아니크 마송 그림, 명혜권 / 북극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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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자보. 코린느 위크. 오로르 푸메. 샤를린 왁스웨일레 글 /

아니크 마송 그림 / 북극곰 출판사

네분의 작가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이 책을 낸 계기를 작가 소개란에서 읽고 흥미로웠다. 네분은 모두 병원에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아이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그 아픔을 잊게 해주고 싶으셨다고.

죽음이란 뭘까 ? 사랑하던 가족을, 사랑하던 친구를 두번 다시 볼수 없는것...슬픈것..절망스러운것...힘든것...괴로운것 ...언뜻 떠올려봐도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어두운 느낌,,뭔가 두렵고 피하고 싶은 느낌이 먼저 온다. 나조차도 이렇게 어려운 헤어짐의 과정을 아이들에겐 어떻게 설명해줘야 좋을지 몰라서..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 아이들의 감정을 돌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그림책을 만났다. 면지에는 두 꼬꼬댁 닭의 발자국이 왼쪽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쭉 나있는데..왼쪽엔 따로 걷다가 오른쪽에서 만나고 그리고 오른쪽 끝에선 또 각자 따로이 길을 걷는다. 이 글의 두 주인공 ...파랑이와 파랑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할머니의 인생 여정과 꼭 닮아 있는 발자국들...

파랑이가 싫어하는 건 추운겨울이랑 할머니가 아픈거, 구구단 외우기 그리고 제일 싫은건 슬픔...수요일 아침 파랑이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파랑이가 젤 좋아하는 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시다는 소식. 아빠는 말한다. 할머니가 떠나는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머니를 떠나 보내기 싫은 파랑이는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을지 생각한다. 할머니를 안아주면 떠나지 않을까? 착한 아이가 되면 떠나지 않을까 ?할머니에게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줘도, 오랫동안 안아주어도 더 나아지지 않는 할머니의 병. 하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할머니와 쌓은 추억을 간직하며 미소짓는 파랑이 . 파랑이는 과연 할머니와의 이별을 잘 마무리 지었을까 ?

몇해전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통보였고 손 쓸새도 없이 악화되셨고 나는 쩔쩔맸다. 아이들에게도 할아버지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별할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않았다. 내 슬픔도 컸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슬픈감정을 미리 설명하고 싶지가 않아서 였던것 같다 . 피할수만 있다면 나도 피하고 싶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 나누며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는것..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없어도 내 마음속에 자리할수 있게 공간을 두는것...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덜 아픈 이별을 위한 과정같다.

아픈 할머니를 병원에서 잠깐 모시고 나와서 온 가족이 모닥불 앞에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고 , 이야기를 나누고 , 노래하고 ,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장면에선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마치 파티를 하는듯한 분위기다. "죽음" 그 자체는 너무 슬프지만, 헤어짐의 과정까지 슬플 필요는 없지 않을까 ! 그래서 이 장면이 너무 좋은가보다. 내 죽음의 끝도 이런 경쾌함으로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삶과 죽음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또한 삶의 연장선인것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 이별에 익숙치 않은 사람, 죽음 자체가 너무 두려운 사람..아이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나눠보고 싶은 부모님..모두 모두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그림책이다.

이별이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고 찬란할수 있도록 우리도 많은 준비가 필요한 모양이다..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수 있도록 ..내 마음속 파랑이와 추억을 곱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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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기울이면 우리 아이 인성교육 시리즈 15
조 로링 피셔 지음, 나태주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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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로링 피셔 지음 / 나태주 옮김 / 불광출판사

 

 

<풀꽃>이라는 시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우리말로 번역해주신 그림책이라서 그런지 신간이 나오자 마자 너무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을 읽는데 왠지 저 사이에 목적어를 넣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마음을 기울이면 ? 관심을 기울이면 ? 귀를 기울이면 ? 목적어가 뭐가 됐든 간에 "기울인다는 것"의 의미는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는 의미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구절이 계속해서 오버랩된다.

커버를 넘기자마자 알록달록 세계지도가 나오고 , 지도 위에는 그 나라와 관련있는 어떤것들이 하나씩 그려져 있다. 작가는 아마도 우릴 이곳으로 데려가고 싶은 모양이다. 원서 제목은 'Taking time ' ...이 많은 곳을 여행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군 ㅋㅋ

가만히 들여다 보면 벚꽃잎의 흩어짐도, 부드럽디 부드러운 강아지 털의 촉감도 ,누군가의 심장 뛰는 소리도 ,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을 지켜보는 일도 모두 우리를 두근거리게 한다. 다만 우리가 너무 빠르게 지나쳤기 때문에 몰랐을 존재들일뿐..

' 사랑하는 누군가의 눈에 비친 나의 웃는 모습을 들여다본적이 있나요 ? 하늘높이 나는 새들을 관찰해본적 있나요 ? 눈송이가 흩날리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본적 있나요 ? 바닷가 파도소리가 얼마나 근사한지 , 그소리에 귀기울여본적 있나요 ? '

나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좋았다. 아이들이 큰 느티나무 아래 모여 각자가 가지고 온 아름다운 선물들을 서로 만져보기도 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귀기울여보기도 하고 가지고 논다. 소중한것을 혼자만 가지려하지 않고 , 다같이 가지고 노는 장면...난 이게 너무 소중하거든. 넌 뭐가 소중해 ? 아 그래서 소중하구나 ! 난 이런점이 너무 좋아서 가지고 와봤어. 이렇게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되면서 나도 끼워주면 안되냐고 묻는 나 ^^

여기에 가지고 갈 내 선물은 뭐가 좋을까 ? 친구들하고 나누고 싶은 내 소중한 것들은 뭐지 ? 빗방울이 부딪치는 소리...저녁무렵 붉게 물든 하늘....유난히 환한 별들..은하수..달무리...손때묻은 다이어리..시집...안개꽃..하...너무 많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 너무 물질적인 쪽으로 가고 있는건 아닌지, 왜 소중한 것들이 혼자의 전유물처럼 변해가는지, 정작 우리에게 소중한것들은 누구나 다 함께 가질수 있는 저렇게 작고 이쁜 조각들인데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보다는 같이 나눌수 있는게 더 소중한건 아닐까?

천천히 걷고, 천천히 돌아보고, 천천히 올려다보고 , 천천히 관찰하면서 , 천천히 냄새맡고 , 천천히 맛보고 , 천천히 만져보고, 더 천천히 걸어요 우리...

그러면 더 잘 보이고 더 잘 들리고 마구마구 좋아지는 것들이 분명 많아질거에요.

함께 나눌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소중한 물건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너무나 따뜻한 화풍..따뜻한 시 같은 글들...이 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책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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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랑 난 달라요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안 에르보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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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 <바람은 보이지 않아> 라는 작품을 통해 안 에르보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자꾸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 읽고 나면 왠지 다시 봐야 할것 같은 그림책, 다시 읽으면 느낌이 또달라 지는 그림책...이 작가님의 그림책이 나한텐 그렇다.

면지에는 따로 또 같이 ...닮아보이면서도 같지 않은 수많은 dots 들이 보이고 , 표지에는 여덟가지 색깔을 가진 다양한 동물 친구들이 보인다. "다름 "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한 걸까? 빗방울처럼 통통 튀는 땡땡이들 때문에 시작부터 책속에는 생기가 가득하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말한다.

" 아이야 ! 너는 어떤 순간엔 늑대이고 어떤순간엔 야옹이고 어떤순간엔 병아리, 토끼,모기,개구리, 오리, 나비 란다" .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엄마아빠는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는 그렇게 붙여진 이름에 동의하지 않고, 거꾸로 자기가 관찰한 엄마의 특징 그리고 아빠의 특징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아빠는 서두르지만 엄마는 느긋하다고 , 아빠는 입맛이 까다롭지만 엄마는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정말 달라고 너~~무 다른 부부라는 개체 ㅎㅎㅎ

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면 반반씩 닮기도 하겠고만 ..아이는 아니라고 딱잘라 말한다..자기는 엄마아빠랑 다르다고 , 나는 나라고 !!!

엄마와 아이의 시각차이에서도 잘 알수 있듯이, 내가 정의하는 나와 타인이 정의하는 나는 분명 다른 모습일테지. 어떨땐 타인이 정의하는 내모습이 내 모습같아 헷갈릴때도 있고 , 내가 보는 내 모습이 그 정의에 한참 못미쳐서 부끄럽게 느껴질때도 있다. 중요한것은 정의는 하되 판단하지 않는것. 아이의 말처럼 "난 그냥 나"다 . 상황에 따라서 여러가지 컬러로 변할수도 있고 또 무미건조한 색이 될수도 있는 존재. 뭐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인지 될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 말이다.

아이의 세계를 너무 정확하게 짚어내는 작가님의 관찰력은 또한 섬세하다.' 얜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를거야 '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이는 이미 부모라는 존재를 자신의 시각으로 정의내렸고, 자신의 색깔도 파악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무던히도 닮아가려고 했다. 엄마 아빠가 지어준 그 이름들이 맞다고 생각했고 , 그래서 그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했던 것도 같다. 감히 그 틀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었고 , 엄마아빠와 다른 컬러를 갖는다는 것이, 다른 영역에 있는다는것이 두려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이름 갖기를 주저했던 내 과거와 마주했고 아팠고 또 기뻤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 애쓸 필요 없어, 서툴지만 꼭맞는 옷을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건 어떨까? 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멋진 컬러가 되어줄거야 .

지금 당신의 컬러는 무슨 색깔을 하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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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 어니스트
소피 길모어 지음, 이주혜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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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차분한 느낌의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한두 페이지만 톤다운된게 아니고 책 전체가 이런 느낌으로 일관되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읽어보는데 그림과는 반대로 작가가 주고 싶은 메시지는 아주 선명하다.

책 표지에는 한 소녀와 등치가 꽤 큰 딱정벌레 한마리가 숲 속 어딘가에 있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사람과 딱정벌레라니..둘은 이미 친구사이인걸까? 아니면 이날 처음 만난 사이인걸까 ? 둘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걸까 ?^^

프레다 라는 여자아이는 어느날 날개가 부러진 딱정벌레를 보게되고, 안스러운 마음에 집으로 데려와 보살핀다. 딱정벌레가 등치가 커져서 어른보다 먹는 양이 많아지자 마을사람들은 어니스트 (딱정벌레)를 골칫덩어리라부르며 프레다에게 투덜댔고 ,프레다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어니스트를 숲에 버린다. 몇주뒤 마을엔 무시무시한 폭풍이 닥쳐왔고 마을사람들 모두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무너져버린 지붕아래에서 이들은 모두 무사할수 있을까 ? 숲에 버리고 온 어니스트는 어떻게 됐지? 무사히 있는걸까 ? 프레다와 어니스트의 인연도 이걸로 끝인걸까 ?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어른들의 가르침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어른의 말씀은 분명 옳을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뭔가 나쁜 아이가 되는듯한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 프레다 또한 이런 고민의 영역에서 갈등이 컸음이 곧곧에 잘 묻어나 있다. 어니스트를 데려올때도 , 어니스트를 다시 버려야 했을때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했을때도 말이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확신하고 행동으로 옮기는게 과연 쉬운일인가 ! 어른이 된 나도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지점이 있는데 특히나 프레다처럼 성장기에 있는 아이라면 내면의 목소리와 다수의 목소리 사이에서 혼란은 더 컸을테지.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어니스트를 버리긴 했지만 , 마지막엔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행동으로 옮긴 프레다를 보며 열열한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가 없었다. 갈등 상황속에서도 프레다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음을..오히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당당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으니까 !

프레다가 어니스트 에게 베푼 조건 없는 보살핌과 관심이 없었다면 어니스트는 과연 다시 마을로 돌아올수 있었을까? 한번 배신당했던 기억이 있는데..상처받은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돌아올수 있었지?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처를 준적은 없는지 돌이켜보게 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정과 사랑이 보여주는 힘은 이렇게 크다는걸..

처음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서 , 덩치가 크다며 사람들은 좋아했다. 산더미 같은 자기네들의 일을 대신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어느순간엔 어니스트가 힘이 쎄고 덩치가 크다고 골칫덩어리라고 말했다. 자기네들이 먹는것 보다 더 많이 먹는다면서.

자기네들에게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지 못한 순간이 되자 친구도 쓸모없는 존재로 바뀌는 시스템.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비칠까? 그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수 있을까 ?

등치가 커진 딱정벌레는 이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걸까 ? 처음엔 거부감 없이 수용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생김새도 다르고 푸른색깔인것도 걸리고 힘도 너무 쎄서 ? 나의 세계가 아이들의 세계를 규명한다는걸 잊지 않고 싶다. 어깨가 저절로 무거워지는 순간이다..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옳지 않은일 , 그릇된 판단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낼줄 아는 용감한 아이 프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줄 아는 프레다. 날개를 다친 약한 생명체를 케어해줄줄 아는 따뜻한 용기를 가진 프레다 를 통해 작가 소피 길모어는 말한다. " 나조차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의 목소리에 더 친절하게 귀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날개가 다친 어니스트와 같은 누군가를 만나면 모른체 하지 말고 그의 친구가 되주면 좋겠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을수도 있지만 분명 여러분은 성장할겁니다..프레다가 저 하늘을 날아 올랐듯이 ,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비상하십시요 ! 날개짓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기회는 올거에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소피 길모어 편지에 적힌 '친구'라는 글자가 유독 환하게 내마음속으로 들어온 날...소피 길모어와 이미 친구사이인것 같은 이 친근한 기분은 뭐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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