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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하는 법
마리 꼬드리 지음, 최혜진 옮김 / 다그림책(키다리) / 2023년 12월
평점 :
표지가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마치 페넬로페와 함께 앉아 창문 밖의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만의 세계를 즐기고, 그 밖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필레아스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걸 즐기는 페넬로페.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은 어떻게 여행을 함께 즐길까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가족이어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응 제각각입니다.
A부터 Z까지 정확하게 계획을 짜고, 그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즐겁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요.
얼마 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저와 남편은 파워J여서 맛집, 관광지 등을 미리 다 정해두고, 동선을 짜고, 그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그 계획대로 될리가 없어요.
처음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필레아스는 작은 세계 속을 한참 들여다보며 나만의 즐거움을 찾아요.
그런 필레아스에게 페넬로페는 묻습니다. 함께 여행을 가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필레아스는 거절하고, 배웅도 하지 않았어요. 달라도 너무 다른 둘은 어떻게 친구가 된걸까요?
기차를 타고 여행 중인 페넬로페. 장면 하나 하나가 너무 아름답지요. 저도 함께 기차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여행이 즐겁지만, 페넬로페는 필레아스 생각이 자꾸 납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필레아스와 함께 하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여행 가방을 푸는데 어머! 필레아스가 가방 속에서 쨘! 하고 나타났어요.
하지만 필레아스는 호텔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아요. 호텔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즐깁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 지치고 지칠 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필레아스처럼 여행을 느긋하게 즐겨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이 장면을 보니 이런 스타일의 여행도 너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이런 느긋함을 즐겨보고 싶어요. 언제나 다시는 못 올 사람처럼 전투적인 여행을 했언 것 같아요 ^-^;
여행은 언제나 옳지요. 최근에 다녀온 제주도가 두 아이에게 너무 행복했는지, 내내 제주도 얘기만 하는 요즘이예요. 일상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고, 평소 잘 보지 못했던 풍경을 보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는, 그 모든 것을 소중한 가족과 함께한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 되지요.
새로운 것을 잔뜩 경험한 페넬로페는 자신이 겪은 일을 필레아스에서 이야기 해줍니다.
그러다 어느 날, 페넬로페가 몸이 좋지 않게 돼요. 약이 필요한가 했지만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예요.
필레아스는 집으로 돌아갈 기차표를 사러 나갑니다.
결국 여행의 끝은 홈 스윗 홈이지요. 여행을 떠나기 전,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요.
저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다르지만, 결론은 더 나은 나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여행을 안가서 후회는 해도, 여행을 다녀와서 후회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또 저희 가족은 떠날 준비를 합니다.
저도, 남편도, 아이들도 이 책을 떠나기 전에 꼭 한번 함께 읽고 떠나야겠어요.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