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이야기 ㅣ 역사인물도서관 5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평점 :

백석의 시나 러브스토리는 꽤 접해봤지만, 백석 시인의 삶을 제대로 알아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쉽게 읽혀서 인지 금세 몰입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제강점기와 아직 남아있었던 신분의 격차 등으로 백석의 삶은 더욱 더 고달팠고, 시인으로서의 깊은 고뇌와 그로 인해 탄생한 작품들은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신문사에 입사해 신문 교정 일을 하다가, 학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백석 시인의 시도 참 아름답지만, 사실 훤칠한 외모로도 꽤 유명하죠? 헤어스타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주 훤칠하신 분이시죠.

북한에서의 가족 사진과 노년의 백석 사진, 그리고 백석의 절친한 친구였던 신현중, 그리고 백석의 첫사랑인 박경련의 사진이 보입니다. 신현중 생각할수록 정말 화가 나네요.

그리고 백석의 연인이었던 기생 김진향(자야)입니다.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이야기 덕분에 백석의 시가 더 애틋하고, 가슴아프게 와닿습니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눠져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백석과 신현중의 첫 만남부터, 백석이 경성을 떠나 만주로 향하는 이야기까지 1부에서 다뤄지고, 그 후의 백석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2부로 마무리 됩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좋은 시들이 곳곳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사실 타쿠보쿠 라는 일본 시인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시들이 간결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이 같으면 빠르게 가까워지잖아요. 타쿠보쿠의 시를 통해 절친한 사이가 된 백석과 신현중입니다.

백석이 박경련에서 첫 눈에 반하는 장면입니다. 박경련에 대한 묘사가 정말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부분을 보여주는 듯 하지 않나요? 몇 번이나 다시 읽고, 읽었던 부분입니다.
제 남편도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백석의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지네요.

박경련을 보고 싶어 멀고 먼 통영까지 갔지만,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고, '통영'이란 멋진 시를 남겼네요.
이 시 한편 덕분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통영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현중이 좋다고 말한 백석의 시, '모닥불'입니다. 모든 것들은 모닥불 앞에서 평등하게 타버리지요. 그리고 모든 이들이 따뜻한 모닥불 앞에 모여들어 몸을 녹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조선을 표현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드는 그런 시예요. 저도 이 시가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백석이 생각하는 '모던'의 정의입니다. 자기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자기 철학과 세계관을 만들고, 자기 삶의 터전을 시로 표현하는 것. 저도 모던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드디어 백석의 시집 '사슴'이 출간됩니다. '사슴'은 곧 백석 시인 자제를 의미하고, 그 시집은 곧 백석인거죠.
이 시집을 가지고 박경련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려 합니다.

이 사진이 당시 출간됐던 시집 '사슴'입니다. 지금 보아도 참 멋스럽지요.

전보 내용도 참 백석 답다 싶어요. 물론 전보라 긴 내용을 전할 순 없었겠지만요.
백석은 박경련에게 청혼하려고 통영으로 갔지만, 박경련의 두려운 마음과 주변인의 방해로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없게됩니다. 여기서 신현중이 아주 큰 걸림돌이 되었지요.


박경련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백석은 함흥에 있는 학교의 영어 선생님으로 새로운 삶은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만는 기생 진향과 마음을 주고받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첫사랑인 박경련이 절친했던 신현중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되고, 상처받은 마음은 진향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지만, 집안의 큰 반대로 진향과 결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백석은 진향에게 함께 만주로 떠날 것을 제안하지만, 진향은 본인 때문에 모든 것을 두고 떠나려는 백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백석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사랑하지만 백석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자야와 그런 자야를 한없이 기다리는 백석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했네요.

일본에서 유학을 했고,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도 했지만, 백석의 글엔 일본어나 영어가 쓰이지 않습니다. 한글을 통해 써 내려간 백석의 시는 그의 철학, 가치관, 그리고 그가 말했던 '모던'이 담겨있지요.

책을 쓰신 강영준 작가님께서도 "미역 오리같이 말라서 굴 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느 죽는다" 라는 시의 구절에 꽂혀서 홀로 통영을 여행하신 적이 있다고 하셨지요. 저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백석이 시를 읽다보니 통영이라는 도시를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작가님의 글이 누가 되는 것이 아닌지 망설였다고 하셨는데, 소설로 쓰여 내려간 글 덕분에 백석의 삶을 보다 쉽게, 그리고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