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기 그지없고, 생활에 지치고 생활에서는 한 줌의 기쁨밖에얻지 못하며, 나아가서 생활의 기쁨을 구하는 일이란 더욱더 적고, 모든 일을 되어 가는 대로 내맡긴 채 그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어머니 루이자는, 남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있는 힘을 다해 피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은 매우 어리석다고 여겼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이라고도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도덕이나 신념의 완고한 법칙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루이자가 보기엔 영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루이자의 도덕이나 신념은 모두가 본능적인 것이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경건하고 순수했던 루이자는, 남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결점에 대해서나 관대하기만 한 서민답게 너그러이 눈을 감고 있었다. 일찍이 시아버지인 장 미셸이 루이자에게 품고 있던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었다. 루이자는 존경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사이에 그다지 뚜렷한 구별을 두지 않았다.
훌륭한 부인네라면 당연히 모른 체하게 마련인,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행실 나쁜 계집애를 어쩌다가 한길이나 시장에서 만나더라도 루이자은 태연히 걸음을 멈추고 친근하게 손을 맞잡거나 말을 주고받곤 했다. 선악을 구별하거나 벌주고 용서하는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손에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루이자가 남에게 바라는 것이라곤 서로 삶을 안락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아주 근소한 저애로운 동정 뿐이었다. 인간이란 친절하기만 하면 좋았다. 루이자에겐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380-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