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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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라는 불교 냄새가 나는 단어를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을까? 주택건설업자들은 시주님이라고 말하고 말이야. 역사적으로 보면 건축가의 일은 국가나 종교가 뭔가 계획하면서 시작된것이니까 애당초 베풀어지고 주어졌던 것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건축가에게 집을 설계하게 하는 일은 이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있는 사람들의 도락에 지나지 않았어. 가난한 건축가에 대한시주라는 뉘앙스가 가미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모르지." 우치다 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덧붙였다. "어떻든 간에 여기서는 시주라고 하지 않아 클라이언트라고 하지."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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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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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한테 배정된 이층 서고에 짐을 갖다놓고는 양말을 벗고 맨발이 되어보았다. 나무 바닥이 차가워서 기분이 좋다. 여름내내 맨발로 보내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가운뎃마당에 면한작은 유리창을 열자, 눈앞에 커다란 계수나무가 보였다. 늦게 온치프 격인 가와라자키 씨 차가 계수나무 밑을 빙 돌아서 주차하는 참이었다.
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 별장이천천히 호흡을 되찾아간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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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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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울고 싶은 기분일 때 그분이 같이 슬퍼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나 몰라라 했으면 좋겠어요? 언니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분이 같이 기뻐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나 몰라라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한번 사고 실험을 해보는 거예요. 그분이 내 일에 나 몰라라 하지 않으면 좋겠다 싶으면 언니도 마음이 있는 거죠, 뭐."
영주는 정서의 말이 귀여운지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러자 지미가 지금 그렇게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듯 영주 팔을 탁 쳤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사람인 게 참 좋아. 그런데 생각이란 게가끔은 사람을 참 별로로 만들기도 하더라. 너 같은 애들은 꼭 마음보다 생각을 앞세우니까. 그러면서 마음을 모르겠다고 해. 실은알고 있으면서."
영주는 지미의 말에도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내 마음을 나도 알고 있을까. 영주는 승우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며, 쳐다보던 눈빛을떠올렸다. 그리고 그냥 서로 좋아하자는 말 영주는 그 말을 듣고좋았나, 좋지 않았나. 그날, 가슴이 설렜나, 설레지 않았나. 어쩌면지미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영주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그런데 그게 중요할까. 내 마음이 중요할까. 그녀는 승우에 대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승우를 어떻게해야 할지, 영주는 알 수가 없었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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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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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가 질문을 하고 성철이 답을 하는 모습에서 민준은 문득 지금 이 삶도 자기에게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민준은이 당연한 깨달음에 약한 전율을 느꼈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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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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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할 때 청소에만 집중하면 집이 얼마나 깨끗해지겠어요..
구석구석 먼지 하나 없겠죠. 커피도 그렇잖아요. 커피 내릴 때 커피에만 집중하니까 커피 맛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잖아요. 커피 한 잔이 민준 씨에겐 현재에서 미래까지의 삶이라는 말이 지금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요. 마음에 들어요, 이 생각. 그리고 민준 씨 커피 정말 맛있어요."
정서의 말에 힘을 많이 얻었고, 자신감도 생겼다. 지금 민준이예전보다 덜 흔들리게 된 건 커피를 붙잡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정서처럼 영주가, 영주처럼 지미가, 지미처럼 사람들이, 민준의 커피를 맛있어해줬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방금 내린 이커피의 맛은 민준과 사람들의 합작품이다. 여기 있는 고트빈 사람들과 서점 사람들과 민준이 함께 만든 커피의 맛, 호의로 버무려진커피의 맛이 나쁠 리는 없을 거라고 민준은 생각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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