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내가 또 하루를 살았다.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는않았지만 꽤나 괜찮은 날이었다. 새삼 음악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힘에있어서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어쩌면 십 년후의 어느 날 무심코 《Abbey Road》를 듣다가 오늘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꽃가루를 뿌리며 명랑하게 입장하던 신랑 프라이머리와, 점심에 먹었던 무화과 브루스케타와, 강대표가 모는 차 안에서 강대표 남편과 둘이 꾸벅꾸벅 졸았던 일과, 교보문고에서 샀던 류시화의 책과,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산 하프보틀 와인들, 그리고 자유로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여러 명의 나를 말이다. 참으로, 찬란하게 맑은 가을날이었다. - P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