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다 - 뉴 루비코믹스 1142
쿠니에다 사이카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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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것을 원하며 살아간다. 그중에는 내 능력으로 가질 수 있는 것도 있고, 가질 수 없는 것도 있으며, 애초부터 원해서는 안되는 것도 있다. 물론 이런 욕망이나 소망이 인간 사회를 발전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란, 아예 포기해 버리거나 무리수를 써서 억지로라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대개 비극의 결말을 맞게 된다.

표제작 <봄에 피다>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기묘한 사랑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꿈처럼 흘러갔던 시간 속에서 본 악몽같은 순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이 불러온 비극은 시간을 흘러 반복된다.

이 단편을 보면서 느낀 건 이런 비극의 악순환은 단순히 '핏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정신질환 같은 것이 유전되기도 하지만 이건 두 사람의 선택이었으니까. 자신의 욕망을 '핏줄'의 탓이라 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비겁한 일이다.

<당연한 결말>은 이 단행본에 수록된 단편 중 밝은 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깔끔한 포기란 것이 의외로 유쾌했다. 물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건 귀엽지만은 않겠지만.

<열 세 밤의 환등>은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랄까. 난 이런 게 참 좋단 말이지. 물론 사랑보단 집착에 가까운 피안의 행동이 좀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엽달까.

<족쇄 혹은 속박>은 그냥 그런 납치 감금물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반전에 즐거웠던 작품이다. 납치 감금물을 보고 '즐겁다'라고 말하는 내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겠지만, '반전'이 즐겁단 의미. (내가 왜 여기서 이런 변명을 하는 거지?)

<꿈 꾼 후에>역시 반전이 숨어있었지만, 그 반전보다는 꿈이란 게 더 재미있다. 그 뭉글뭉글한 '천사같은 것'의 존재 역시 마찬가지로 재미있달까. 아마도 이 남자는 이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을 듯.

<손바닥 위에>는 사랑할 때 느끼게 되는 자격지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 생각은 안하는게 좋아, 하고 싶지 않아, 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생각이 흘러가는 건, 참.

읽고 나서 리뷰를 쓰기 전까지는 이 단행본에 수록된 작품이 거의 다 시리어스계라고 생각했는데, 리뷰를 써보니 반반이로구만. 역시 시리어스계가 인상에 더 많이 남는다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작가 후기를 읽다 문득 든 생각. 승마할 때 기수들이 **을 사용하는 장면을 떠올렸다면 그 장면이 판타지로 그려지진 않았을 텐데요... (아하하) 뭐 그렇다구요. (난 가끔, 이런 걸 순식간에 떠올리는 내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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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사랑이야기
무라카미 사치 지음, 최수정 옮김 / 인디고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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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낯익다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단편집 『목요일의 연인』과『밤, 그대의 사랑을 알다』에 등장했던 인물이었군.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무라카미 사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슷비슷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말이지. 어쨌거나.

적당한 질투는 사랑의 양념

사랑을 하다 보면 웃기지도 않게 이상한 것에 질투를 느낄 때가 있다. 그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혹은 무생물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이 모두 질투의 대상이 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질투란 건 적당하면 사랑의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기도 하는 법.

디자이너인 아리마와 회사원인 사에키 커플은 알콩달콩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그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옆집에 사는 다나카 (사에키의 전 남친)의 존재이다. 물론 대놓고 훼방을 놓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옆집에 산다는 이유가 두 사람을 신경쓰게 만드는 것이겠지.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피해왔지만 옆집에 사는데 언제든 마주쳐도 이상할 건 없다. 게다가 벽이 얇아 옆집 소리가 잘 들린다면 더더욱 그렇겠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리마는 이사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사하고 같이 살자는 아리마의 말에 사에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도대체 왜?! 아직도 다나카가 신경쓰이는 걸까... 하고 속상한 아리마였으니.

아리마와 사에키 커플의 이야기를 보면 참 쓸데없는 데 신경을 쓰고, 별거 아닌 것에 질투를 한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게 삼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그런 것이지 당사자라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해할 만한 일도 여러가지 있으니 더욱 그렇겠지.

그럴 때 필요한 건 뭐? 당연히 대화다. 혼자 끙끙 앓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질투하고, 혼자 삐쳐봤자 남는 건 신경질과 불안이니까. 아리마와 사에키는 현명하게도 이 모든 것을 대화로 풀어나간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다고.

사랑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질투와 오해와 불안을 잘 다스린다면 그 사랑은 공고해질 것이고, 그러하지 못하다면 남는 건 이별뿐이다. 잘 했어, 두 사람.

날 이름으로 불러줘

같은 회사에 다니는 미나미와 키지마.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지만 의외로 여러가지 면에서 잘 맞아 연인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미나미는 늘 불안하다. 키지마가 자신을 떠날까 봐. 그런 상황에서 키지마의 고교 후배가 등장하니 그 불안은 더더욱 커지기만 한다.

인기남에다 이제껏 바람둥이로 살아온 키지마 같은 사람을 연인으로 둔다는 건 소심하고 걱정 많은 미나미 입장에선 무척 힘든 일이겠지. 하지만 문제는 미나미의 걱정이 너무 앞선다는 것.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두면 생각이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한없이 나쁜 쪽으로 기울어져 스스로 격침된다는 것이다.

키지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키지마의 후배. 그리고 그가 목격한 장면. 미나미는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하다가 결국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데, 보는 나로서는 미나미의 걱정이 기우란 것을 알기에 큭큭하고 웃음이 나지만 너무나도 진지한 미나미를 보니 가엽기도 했다. 이런 타입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끊임없이 각인시켜줘야 하는 걸까?

약속

고교생인 아키라와 타츠미는 소꿉친구로 타츠미는 아키라에 대한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어린 시절 아키라가 자신에게 했던 약속. 그건 타츠미만 기억하는 걸까.

우리는 약속을 하고도 그걸 수시로 잊고 사는데, 어린 시절의 약속까지 기억하는 타츠미를 보면 참 대단하다 싶다. 물론 그 약속이란 게 타츠미에게 매우 중요한 추억이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게 실현될지 아닐지는 시간이 흘러 봐야 아는 것이고, 아키라에게 그 약속을 할 당시의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도 미지수잖아? 때문에 타츠미가 그런 식으로 아키라와 거리를 두고 싶어한 것이겠지.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그저 곁에라도 있는 게 낫단 생각때문에 그런 것이겠지.

이런 소꿉친구 설정을 읽다 보면 나에게도 멋지게 성장한 소꿉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멋지게'가 중요. 쿨럭)

남들에겐 최악이라도 내겐 최고

마지막에 수록된 이야기는 사에키의 전 남친이자, 아리마의 옆집 남자 다나카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남자 재수 없고 참 싫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이 있는 건 사실이다. 미즈사와가 바로 그런 사람이니까.

첫만남부터 최악. 수시로 구박. 못된 말 내뱉기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다나카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게 되었군. 그러나 내 입장에선 하도 어이없어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던 다나카였다.

끝맺음

사랑을 하다 보면 오해도 생기고, 불안해 지기도 하고, 질투도 하는 등 별별 일이 다 생긴다. 하지만 혼자서 꽁하고 있다가는 스스로 격침될 수 있으니 적당히 하자. 그러면 예쁜 사랑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내 주제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웃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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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執事(13) (Gファンタジ-コミックス) (コミック) 黑執事 (コミック) 13
樞 やな / スクウェア·エニックス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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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 시대에 굳이 원서를 사는 이유는 번역본이 나오기 까지의 기다림이 싫어서 이다. 이미 2월에 번역본이 나왔는데 왜 이제서야 원서를 구입했냐고? 사기는 벌써 샀지요. 사자마자 너무 바빠서 손을 대지 못한 사이 번역본이 나와버린 거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요. 어차피 이 시리즈는 죄다 원서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돈 아까울 일은 없지만, 아쉽기는 하다. 지나버린 시간이. 어쨌거나.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호화 여객선을 탈취한 살아있는 시체들. 그들에게 몰려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아하게 된 시엘은 자신의 정혼자 엘리자베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탈출한다. 엘리자베스라고 하면 늘 앵앵거리기만 한 철부지에 시엘만 바라보고 시엘만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숨겨진 실력자였다. 『원피스』에 등장하는 삼도류 조로보다는 좀 못하지만 검 두 개를 들고 싸우는 소녀의 모습이란. 감탄이 절로 나오더이다. 그렇다면 왜 이제껏 엘리자베스는 이런 검술 실력을 숨겨온 것일까.

엘리자베스가 간직해 온 마음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내 가슴이 찡했달까. 겉보기와는 달리 무척이나 속깊은 소녀란 걸 알게 되었으니까. 천진난만함과 귀여움도 시엘을 생각하는 마음도 모두 엘리자베스의 본모습이었다. 이러니 시엘은, 새삼 반할 수 밖에 없을지도.

『흑집사』13권의 특징은 이렇듯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장의사 언더 테어커, 시엘, 심지어 세바스찬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시엘은 여전히 까칠하지만 귀여운 소년의 모습도 잠시 보여주었다. (정말 잠시뿐이지만) 이럴 때면 팬텀하이브가를 몰락시킨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악마와 계약을 맺은 소년이나 여왕의 번견이 아닌, 소년의 순수함도 여전히 가지고 있단 걸 여실히 느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장의사 언더 테이커는 애니메이션에도 소개된 것처럼 투잡족이다. 원래 직업 역시 장의사와 관련 있긴 하지만, 원래 직업 쪽이 훨씬 간지난다. 그러나, 성격이 참으로... 애니메이션과 다른 부분이랄까. 능글맞긴 했지만 악취미는 아니었는데, 만화에선 악취미 캐릭터로 변했다. 오오, 언더 테이커. 그대는 겉모습뿐이구려.

제일 빵터진 건 역시 세바스찬의 캐릭터 변신이었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세바스찬과 시엘의 첫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악마였던 세바스찬이 집사가 되어 시엘의 수발을 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갑자기 이렇게 건너 뛰는지는 책을 보면 다 나옵니다) 시엘과의 세가지 약속, 그리고 집사 생활의 시작. 세바스찬이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한 집사는 아니었구나. 특히나 세바스찬의 속마음이 완전히 드러나는 "あのクソガキッ"에서 빵 터졌다. 세바스찬의 현재 모습은 시엘과 지내면서 차츰 만들어진 것이었군, 하는 느낌이랄까. 역시 세바스찬은 あくまで(어디까지나)가 아니라 悪魔で(악마이자) 執事(집사)였던 것이야.

이렇듯 캐릭터들의 변신이 이어지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드루이드 자작이다. 원래 자뻑 캐릭터였지만 이번엔 그 정점을 찍는다. 도대체 이 남자의 머릿속은 뭘로 채워져 있는 건지. 이러니 원래라면 원수지간인 악마와 사신 모두 드루이드를 죽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 나도 그 심정 십분 이해된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스토리를 잠시 짚어 보자. 호화여객선을 난장판으로 만든 살아있는 시체들과의 싸움은 어느 정도 결판이 났지만, 그보다 심각한 사건이 터졌다. 세바스찬, 내 그리 부탁했거늘. 너덜너덜해지지 말라고. 시엘과의 약속이 있는 한 세바스찬이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이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세바스찬과 사신, 그리고 언더 테이커가 벌이는 토끼 사냥. 과연 그 결말은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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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生續けられない仕事 (2) (コミック)
야마다 유기 / 竹書房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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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든 신입 사원이든 신입 변호사든 간에 신입이란 말이 붙는 사람들은 신입이란 꼬리표가 떨어질 때까지 마음속 부담감을 지울 수 없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랄까. 기존의 사람들 사이에 편안하게 녹아들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신입 변호사 하야사카 요시히토는 연수생 동기 사이이자 변호사 사무소 공동 경영자인 미카미와 카타야마 사이에 묘한 기운이 흐르는 걸 느끼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하야사카가 감히 다다를 수 없는 그들만의 분위기랄까. 하야사카가 동경하는 미카미는 일을 할 때는 반듯하고 엄격한 변호사이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만 하고, 그런 미카미를 걱정하는 카타야마를 보는 하야사카는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분위기라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미카미는 과거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몸이 상할 정도로 일을 하는 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상처가 아물지 않고 날로 깊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미카미는 자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같달까. 일을 할 때만은 자신을 추스리지만 일이 없는 시간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카타야마는 그 이유를 알기에 미카미를 걱정하지만 그로서는 더이상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카미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서면 완전히 부서질까 걱정하는 것처럼.

그렇다고 카타야마라고 속편히 사는 것 같지도 않다. 미카미가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위태로운 삶을 사는 것을 알기에 카타야마는 억지로라도 중심을 잡으려 하는 것 같다. 하야사카를 놀리는 듯한 말이나 태도 역시 과거의 무게에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자신을 다독이는 행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카미가 쓰러졌을 때 넘어지지 않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지만 그 역시 기댈 누군가가 필요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은 야마다 유기식의 유머 코드도 간간히 느낄 수는 있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좀더 무겁다는 느낌이다. 변호사들 이야기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카타야마가 검사를 그만 둔 이유도, 미카미가 자학의 나날을 살아가는 것도 바로 그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카미를 더욱 힘들게 할 인물마저 등장하니, 보는 내가 한숨이 다 나온다. 우울해질 지경이다.

그나마 뒤에 수록된 단행본 「人はなぜ働かなければならないのか」의 속편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발표 작품이라는데, 변호사 이야기의 진행이 느려서 이걸 넣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한 생각이... (변호사 이야기는 약 100페이지 정도로 끝나고 나머지는 <人はなぜ~>와 단편 <明日泣く>로 채워져 있다) 이 작품들이 수록된 것이 큰 불만은 아니지만, 미묘하게 신경질이 난달까. 거의 200페이지 분량의 단행본에 본편이 반만 수록되어 있단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人はなぜ~>가 중편이었군. (2009년 작품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야마다 유기의 단행본을 읽다 보면 다른 단행본에 등장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수록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단행본도 그런 듯 싶다. 난 변호사들 이야기가 더 궁금한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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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우인장 11
미도리카와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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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뒷표지를 읽어 보다 뜨악 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그 이유란 것이 아무래도 이미 11권을 구입해 읽었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바보야, 라는 자책을 하며 도대체 왜 똑같은 책을 샀는지 스스로를 탓했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다 문득 깨달았다. 이 에피소드를 보긴 봤는데, 읽지는 않았단 걸. (무슨 말이냐구요?) 애니메이션 3기에 이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책 뒷표지를 보며 난 그걸 떠올린 것이다. 콕집어 말하자면, 애니에선 나츠메와 타누마가 타키네 광 문을 열다가 둘이 똑같이 "코케시"라고 외치며 문을 닫는 장면이 있었는데, 책에선 그냥 문을 쾅하고 닫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흐뭇해지는 이 간사한 마음이여~~어쨌거나 그렇게 11권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나츠메 우인장』 11권은 나츠메의 성장이 부쩍 두드러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타키네 광을 청소하다 맞딱드린 위험을 헤쳐나가며 자신을 능력을 인정해주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찾아가 자신이 품고 있던 어둡고 힘들었던 과거가 더이상 자신에게 있어 무거운 짐이 아니라 가슴 속에 품어야 할 추억과 그리움이란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힘든 과거가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떠올리기도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머릿속 깊은 곳에 봉인해두거나 애써 잊으려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것은 더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 어둡고 힘들었던 과거도 자신의 일부라 받아들이고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두렵고 힘든 일이란 건 안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여 산다면, 억지로 부정하려 한다면 사람은 늘 그 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나츠메는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는 과거와 마주했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몇 년이 지나 다시 마주했을 때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그당시 너무나 어렸던 나츠메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장해가는 나츠메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지금의 나츠메가 과거를 피하려고만 했다면 나츠메는 어린 시절의 나츠메로 머무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나츠메가 참으로 기특하다.

 

이렇게 적다 보니 11권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참으로 무거운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겠지만 읽어 보면 이 작품 특유의 유쾌함과 감동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히 타키의 할아버지 신이치로와 작은 요괴들과의 우정 이야기는 따스한 봄바람 같았다.

 

여전히 무한 매력을 발산하는 야옹 선생과 멋진 마다라도, 나츠메의 방을 무단 점거하고 밤새도록 술판을 벌이는 요괴들도, 나츠메의 능력을 받아들이고 나츠메를 도와주는 타키와 타누마도 언제까지나 나츠메의 곁에 그대로 있어주면 좋겠다. 때로 하토리와 히이라기도. (그러고 보니 이번엔 히이라기가 안나와서 무척 보고 싶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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