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마이 로마이 2 테르마이 로마이 2
야마자키 마리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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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의 저 여인은...
그렇다. 밀로의 비너스상을 떠오르게 하는 여인이다. 비록 팔이 달려 있고, 얼굴 각도가 좀 다르고, 옷이 흘러내린 정도가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꼭 맞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표지랄까. 자, 표지에 관한 감상은 이쯤 해두고, 루시우스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테르마이 기사 루시우스의 장점은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열심히 일한다는 것. 그러다 보니 자연히 아내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게 되고, 그 결과 아내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내를 되찾기 위해 오이노테아를 찾았다가 시공간을 넘어 다시 평안족의 세계로 워프! 그곳에서 행해지는 의식을 통해 남성성을 되찾게 되지만, 아, 야속한 시간이여. 차라리 남성성을 되찾지 않았으면 마음이 덜 아팠을텐데...

첫번째 에피소드는 남근숭배신앙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대놓고 말하기 껄끄러운 주제지만 실제로 남근숭배사상은 고대부터 있어 온 신앙의 하나로 우리나라에도 그 유적들이 남아 있으며, 지금도 그 풍습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이런 걸 보면 고대 로마나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비슷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아니, 어디에 살든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비슷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목욕탕 에티켓 편이다. 어딜가든 목욕 풍습이란 게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로마에선 로마의 목욕탕 에티켓을 따라야겠지. 평안족의 목욕탕 이용법 아이템을 참고해서 로마의 외국인에게 목욕탕 에티켓을 가르치는 루시우스의 기발한 적용능력이란... 박수가 절로 나온다.

세번째, 네번째 에피소드는 황제를 위한 테르마이 제작 에피소드로 이 역시 평안족의 목욕탕에서 그 아이디어를 따왔다. 온천에 악어를 넣는 건 나도 처음 들어본 것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근데 실제로 일본에는 그런 곳이 있다니 정말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차기 황제를 보며 머리에 뿔이 솟는 루시우스. 보는 난 웃기지만 루시우스는 말도 못하고 속을 꽤 끓였을 듯 싶다.

한편 어린아이를 위한 테르마이를 보면서 문득 옛생각을 했다. 난 지금은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지만 어린 시절 대중목욕탕에 가면 첨벙첨벙, 수영한다고 난리. 민폐를 꽤나 끼쳤던 아이였다. 그치만 물은 뜨겁고, 공기는 숨이 막힐 지경에 때 미는 건 정말로 싫었거든. 나 어린 시절에 저런 목욕탕이 있었더라면 목욕가는 걸 즐거워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전통적인 테르마이의 몰락과 그것을 부흥시키는 루시우스의 노력에 관한 내용으로 테르마이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자나깨나 테르마이 생각, 앉으나 서나 테르마이 생각. 루시우스는 테르마이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나면 자신도 모르게 적이 생겨나는 법. 루시우스는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어둠의 손길을 잘 피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전에 루시우스가 시공간을 워프하다 물에 빠져 익사할까 걱정되는 게 먼저이긴 하지만...

『테르마이 로마이』 2권은 1권과 마찬가지로 테르마이 기사 루시우스가 시공간을 이동해 평안족의 목욕탕 아이템을 획득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루시우스 개인의 문제와 더불어 당시 로마 황제와 권력계승 이야기 등 다양한 소재로 꾸며져 있다. 이 작품은 데생도 멋지지만, 고대 로마의 목욕탕 문화와 현재 일본의 목욕탕 문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점이 끝내준다. 어떻게 보면 자국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달까. 로마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가 현대 일본을 모방한다는 설정이니까. 이런 점이 한편으로는 눈꼴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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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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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을 예고 한다...라. 굉장히 섬뜩하다. 괴도 이십면상이나 괴도 뤼팽처럼 도둑질을 하겠다는 예고장은 애교로 보일 정도다. 살인이란 것은 그 자체로도 끔찍한데, 예고장을 보내 게임처럼 살인하겠다는 범인. 도대체 그의 머릿속은 어떤 것으로 채워져 있는 것일까. 살인자의 심리는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태어나도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동기 정도는 우리의 이해 범위 안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에르큘 포와로에게 ABC로 부터 이상한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몇 월 몇 일, 어디를 주목하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속에는 악의가 흘러 넘친다. 영국 경찰을 비웃고, 에르큘 포와로를 시험에 들게 하겠다는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편지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그 편지는 진짜가 된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예고장이 도착하고, 그 편지의 내용은 악몽이 되어 되풀이된다.

A시에 사는 A씨, B시에 사는 B씨, C시에 사는 C씨. 이런 순서로 살인이 일어나지만 희생자들 사이엔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그저 이니셜에 맞춰 살인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고 범인만이 아는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포와로를 비웃는 범인에 맞서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포와로와 헤이스팅스 팀은 홈즈와 왓슨을 떠올리게 하지만 포와로 쪽이 좀더 친근하다. 홈즈는 머릿속으로 생각해 한꺼번에 내뱉는 경향이 있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포와로의 경우 관계자와의 수없이 많은 대화를 통해 범인의 정체와 범인의 동기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은 포와로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ABC 살인 사건이라는 거창한 살인 방식과는 달리 범인의 동기는 별 것 아닌지는 몰라도,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사용한 트릭은 기발했다. 하지만 범인의 동기와 범행 뒤에 숨겨진 하나의 진실을 파헤쳐 단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는 포와로의 말이 더욱 기막히다. 핀은 핀꽂이에 있을 때 찾기 어려운 법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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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16 한정판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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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권씩 꼬박꼬박 나와줬던『도로헤도로』시리즈가 몇 달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역시 멋진 표지야. 근데 말이지!! 왜 도마뱀 가죽 느낌의 표지가 아니지? 카이만이 이젠 없기 때문인 게야? 돌려줘, 도마뱀 느낌 표지!

표지에 대한 불평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자신의 힘을 각성한 니카이도의 능력으로 리스(커스)와 니카이도는 과거로 돌아가 카이만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어떤 연유로 카이만이 생겨난 것인지, 리스는 왜 카이만의 몸 속에 갇힌 건지는 알게 된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카이만의 머리가 도마뱀으로 바뀐 이유는 모른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이카와(카이만)에 대한 분노로 리스는 커스로 변했다 리스로 돌아왔다를 반복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아이카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씩씩거리고 있을 뿐.

한편 마법사의 세계에서 홀로 긴급 피난을 온 엔 패밀리는 카스카베의 병원에서 숨어 지내고 있지만, 엔 패밀리의 가장 약골인 후지타는 현재 마법사의 세계에서 십자눈 일당의 뒤를 캐고 있다. 엔을 되살리고 십자눈 일당을 몰아내 엔 패밀리를 부흥시키고 싶은 후지타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때문에 고행의 길을 걷고 있다.

16권쯤 되니 슬슬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은 진흙탕 속에서 요동칠 뿐. 뒤로 갈수록 전개가 좀 느려지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워낙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켜 있는지라 간단명료하게 정리는 안될 듯 하다. 니카이도의 마법이라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과거의 사실 하나가 바뀌면 모든 것이 헝클어져 버릴 수도 있으니 니카이도 역시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겠지. 결국, 수습은 현재에서 해야 된다는 말. 누가 그 위업을 달성하게 될지는 저언혀 예상이 안되지만 진흙탕도 시간이 지나면 진흙이 가라앉고 위쪽엔 맑은 물이 차오르니 시간의 힘을 믿을 수 밖에.

 


16권 캐릭터 팝업 부록의 주인공은 악마화가 진행중인 니카이도. 니카이도는 마법사 시절에도 한 번 팝업 모델이 된 적이 있지만, 그땐 얼굴이 안나와서...(푸힛) 이번엔 얼굴이 나왔지만, 엉*이도... 우움... 악마들이란 원래 과감한 패션을 즐기기에 악마화 과정인 니카이도 역시 저렇다고 한다. 꼬리가 있으니 그냥 옷은 못 입으려나?


한정판 부록인 악마의 교전. 악마의 교전(教典)이라 해서 악마의 기술이나 뭐 그런게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면 악마끼리 서로 싸우는 교전(交戰)이라 생각했는데 둘 다 땡! 악마 카드 그림과 번외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젠 더이상 만날 수 없는 카이만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럭키! (별로 안보고 싶은 엔의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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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스크램블 Core Scramble 2
전유호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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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축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건 축복이 아닐수도 있다. 누군가를 동경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일이지만 그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리 보이기도 하니까.

명계 능력자로 클라러스 오비스에서 일하는 채언은 가윤의 능력을 동경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의 두 배쯤 되는 강한 마력을 가진데다, 홀소멸이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윤의 성격은 결코 존경할 만한 것이 못된다. 폭언에 폭력을 일삼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채언이 그의 곁에 남는 건, 자신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능력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

제멋대로인 팀장밑에서 늘 고생하는 채언이 기대고 싶은 상대 문후는 채언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면 안될, 아니 가까이 해서도 안될 사람이었다. 문후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능력이 문제인것이다. 바른 생활 청년인 채언으로서는 그의 능력이, 그의 조직이 하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자꾸만 그가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채언의 마음은 갈등과 갈망으로 가득하다.

채언이란 인물은 참으로 독특하다. (물론 가윤이나 문후 역시 독특하긴 마찬가지이지만.) 여리여리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심지가 강하달까. 그러니 가윤 밑에서 꿋꿋이 견디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 반면 문후앞에선 귀여운 꼬마 아이같으면서도 역시 남자로군, 싶달까. 특히 문후에게 '에로 대마왕'이라고 말할때의 표정은... 색기가 풀풀 넘치더이다. 내가 봐도 이런데, 문후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원래 재수없는 최악의 인간이었지만 금표의 사고 이후 더 재수없어 보이는 가윤, 공존의 길을 갈 수 없는 문후. 심지 굳은 채언이 선택할 길은 어디로 향하는 길일지... 힘내시게, 채언!

잡담 하나.
표지를 보며 문득 든 감정.
이 두 사람의 커플링, 난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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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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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중에 숙주의 뇌를 조종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들이 있다. 개미에 기생하는 기생동물은 자신의 숙주인 개미가 스스로 천적에게 잡아먹히도록 유도하여 번식의 목적을 달성한다. 꼽등이나 사마귀에 기생하는 연가시는 자신의 숙주를 물가로 가도록 유인하여 익사시킨 후 몸에서 빠져나온다. 생각만해도 참 끔찍하다. 문득 기시 유스케의 작품 하나가 떠오른다.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이런 일들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기 보다는 호러스럽다.

반면 최면술은 사람의 행동을 조종한다는 점에서는 이런 기생동물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호러라기 보다는 판타지스럽다. 물론 모든 사람이 최면술에 걸려드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최면술을 이용해 의식 깊은 곳에 봉인된 기억을 끄집어 내거나, 사람의 행동을 조종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최면술이 쓰이는 장면이 티비에 종종 나온다. 의식적으로 봉인한 기억을 끄집어 내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전생을 본다는 건 좀 거짓말같기도 하고 사람의 행동까지 조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 뭐, 내가 실제로 최면술이란 걸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까. (사실, 별로 경험하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다는 마음이 크지만)

왜 내가 갑자기 뜬금없이 최면술 이야기를 꺼낸 걸까. 이 소설은 최면술이란 것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 이거 네타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책 뒷페이지에서 이미 최면술과 연쇄살인이란 말이 나온기 때문에... 라고 해두자.

소설은 누군가의 죽음에 관한 신문 기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죽음의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젊은 여성이란 것 외에는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죽음. 소년 마모루는 자신의 친척 아저씨가 택시 사고에 관련되어 구속된 후 이 사고의 진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친척 아저씨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마모루는 어떤 의미에서는 불행한 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부정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유일한 가족이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고, 그후 이제 겨우 안정을 찾게 되나 싶었지만 자신을 돌봐주던 친척 아저씨가 사고에 휘말리게 되었으니까.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마모루는 자신을 잃지 않고 차근차근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 물론 누군가가 길나잡이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마모루가 추적하는 진실은 어린 마모루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마모루는 자신이 선택해야 할 길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에게 마술은 속삭였다. 네가 직접 심판자가 되라고.
소년에게 마술은 속삭였다. 네가 직접 심판자가 되라고.
그는 선택했다. 스스로 심판자가 되기로.
소년은 선택했다. 그와는 다른 길을.

이 작품 속에는 최면술을 이용한 사람의 행동 조종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서브리미널 광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이런 광고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눈으로는 감지하지는 못하지만 뇌가 감지해서 쇼핑 욕구를 부추긴다든지, 절도 행위를 막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두 가지가 실행되는 방법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인간의 무의식을 건드린다는 건 비슷하다. 이러한 것들이 선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악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더욱 더 큰 문제가 된다.

한 인간이 다른 누군가의 죄를 심판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법의 심판을 받는다. 그 판결을 내리는 건 인간이지만 법에 근거하여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늘 그 판결이 피해자나 희생자에게 만족을 주는 것도 아니요, 때로는 심판할 근거가 없어 그냥 묻혀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天網이 恢恢하야 疎而不漏니라(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 보이지는 않으나 새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지만, 정말 그럴까 싶은 경우도 많다. 죄 지은 놈이 발뻗고 자는 일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스스로 심판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누군가를 직접 심판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결국 스스로도 똑같은 범죄자가 될 뿐인데.

이 소설을 성장소설 코드로 읽는다면 분명 잔혹한 성장소설이다. 하지만 그 성장과정이 잔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록 마모루가 힘겨운 일을 겪으며 성장하게 되지만 소년의 곁을 지켜주는 따스한 사람이 있기에 소년의 성장은 잔혹하지만은 않다. 조금 달리 보자면 이 소설에서 살해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면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또한 최면술이란 소재가 등장해 약간은 판타지스러운 느낌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소설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설이다. 사건의 배경이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들이며 이런 사람들을 직접 심판하고자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미여사의 필력이란 바로 이런 점들에 존재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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