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우리 자신이다. 어린 날의 나, 지금도무시로 튀어나오는 유년의 나,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진적 없는 내 안의 나, 갈 수 없는 그리운 나라. - P255
물리적 시간에 따라 꼬박꼬박 매겨지는 나이와 철모르는 자아 사이에서 인간은끝내 고투할 수밖에 없다. - P147
내가 좋아하는 시간의 흐름 끝말잇기 시리즈 10권. 드문드문 출간되기 때문에 출간 소식을 접하면 잽싸게 읽는다. 전반부가 더 좋았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역시나 좋았다. 이제니의 시집을 찾아 읽어볼까.
한 마리의 새, 한 그루의 나무, 한 사람의 인간 존재를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것들은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말이나 분류표로 세상을 덮지 않을 때 잃어버린감각이 삶에 돌아온다. 삶에 깊이가 돌아온다. 자기자신이라고 믿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 P27
그래, 삶이란 것은 이렇게 한순간에 끝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구나. 그러니 그저 자기 자신으로 충만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구나. - P92
티베트 사원에서는 새벽에 ‘죽음의 명상’ 수련을한다. 눈을 감은 채로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밤 죽을 것이다.남은 하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다이앤 애커먼, 『새벽의 인문학』, 반비 - P5
40대 미국 지식인 남성(교수, 예술가)들의 이야기. ‘사라진 것들‘이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친구이지만 ‘젊음‘이기도 하다. 길고 짧은 단편들이 어우러져 오스틴이나 샌안토니오의 모습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둘 다 가 본 곳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청년이나 노년의 삶을 다룬 소설이 대부분인데 40대 남성의 삶이 주로 나와 새로웠다. 우리 나라에도 40대 남자 작가가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 (여성 작가들도 40,50대가 제일 드문 듯.)앤드루 포터의 작품은 번역본보다는 원문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 어떤 작품이든 그렇겠지만. 앤드루 포터의 영어문장이 매우 아름답다. 깔끔한 문장들. 딱딱 떨어지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family room이 가족실로 번역이 되었나본데 우리는 가족실이 따로 없으니 그냥 거실이라고 하는 것이 이해도가 더 높았으려나 싶었다. 샘플만 읽어본 원문이 삼삼하다. 누군가는 포터가 제1세계 감성이 아니어서 좋다고 말하던데 물론 포터에게 마이너 감성이 약간 있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중산층 백인 남성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왜 그것이 제1세계 감성이 아닌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정이현이 미국 남성이었으면 이런 소설을 쓰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정말 미국적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