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인간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면서 환경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이슈가 되어 오고 있다. 카우스피라시, 씨스피라시 등의 넷플릭스 시리즈도 유행하고 여러 환경 운동들이 활발해지고 비거니즘에 대한 시선도 많이 바뀌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갑게 읽어 보았다.
여기에서 묘사되는 우리의 근미래는 뭔가 우리에게 먼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정말 우리의 근미래가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너무 sf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리얼리즘적이지도 않다. 그 중간에 적당히 잘 자리잡은 느낌이다. 그런데 오히려 내게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이러한 기후 변화의 시대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여겨지는 '접는 나날'이었다.
'접는 나날'은 거칠게 말해서 '접다'라는 다의어를 가지고 말놀이를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접다'를 사전에 찾아보면 '천이나 종이 따위를 꺾어서 겹치다, 일정한 방식으로 겹쳐지게 꺾어 무엇을 만들다' 등의 의미가 그 주된 의미로 나온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접다'의 이런 기본 뜻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청바지나 수건 등을 접는다. 그러다가 점점 이상한 것들까지 접게 되고 절묘하게 '무언가를 포기하다'라는 '접다'의 의미로 나아가게 된다. 독자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꿈과 희망을 '접도록' 요구받는지를 떠올리면서, '포기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접다'와 '수건'을 '접다'는 의미의 '접다'가 서로 다양하게 '접혀가는' 말놀이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나는 무엇을 접었는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접도록 요구받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