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작가에게 꽂혀 밀리의 서재를 뒤져보니 그의 대부분의 저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세속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내용이 매우 세속적이라 재밌다. 2016년 당시를 반영해 2020년에 수정 출간했는데도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놀랍다. 상당히 트렌디한 주제라 금방 유행이 지나 버릴 것 같았는데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출중한 것인가. ‘잡지의 사생활‘을 종이책으로 읽다가 말고 이 책을 먼저 다 읽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듣고 읽고 하면 한 권 뚝딱이 금방인데 특히나 이런 세속 에세이는 재미있어서 더 빨리 읽을 수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인기있던 것이 책으로 만들어지고 그걸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책으로 읽게 되는 요지경 세상.
갑자기 겨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와중에 남금탐험기를 읽었다.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 그는 당당히 말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남극에 다녀온 것이라고. (문득 나도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뭔가 떠올려 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없어 보였다. ㅠㅠ 계속 생각해 봐야할 듯. 그런데 없을 것 같다. 공수레공수거이니. 조용히 태어나 조용히 사라져야지 뭐. ㅠ)여행이 보편화되었다는 말도 식상해진 요즘, 어디나 방안에서 구경할 수 있게 된 요즘 그래도 남극은 차원이 다른 곳이긴 하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유일하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으로 남아있는 곳이 남극같았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남극 탐험을 신청한다는데 작가는 다르게 살기 위해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 남극에 다녀온 듯하다. 펭귄을 직관하는 장면만 부럽지 다른 것들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추위에 극도로 민감해 남극이라는 곳에 인간이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이기에 매우 이색적으로 읽힌 책. 작가는 글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간다. 그곳이 남극일지라도. 대단한 열정이다. 펭귄 묘사가 정말 귀여웠다. 마지막 펭귄 사진들도..빙하 사진도 멋지고..남극 넘사.
박찬용 기자의 신간 소식을 듣고 역시나 구간을 찾아 읽었다. ‘첫집연대기‘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신간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다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이런 취향을 가진 그의 당연한 귀결이 이번 신간 같았다. 곧 신간도 읽어봐야지..이 책은 본인이 에필로그에 남겼듯이 ‘저성장시대의 취향 추구‘라고 할 수 있겠다. 물건에 애착이 없어 구매도 좋아하지 않아 필요한 것만 간신히 아무거나 구매해 버리는 나로서는 실로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독서였다. 내 엠비티아이를 보면 필요한 것도 안 사는 스타일이라고 나와 너무나 정확해 빵 터졌던 기억이 있는데 저자의 엠비티아이가 실로 궁금하다. 낡은 단독주택 2층을 일곱달을 월세를 내어가며 바닥, 벽지, 전기, 타일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 인테리어 경험을 쏟아놓는데... 잡지 기자라 명품 시계와 가격을 비교한다든가 하면서 가격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졌을 때의 경험담이 제일 재미있었고 이해도 잘 되었다. 그렇지..뭐랑 비교하는 가가 중요하지. 누구나 가성비를 추구하지는 않지. 개인취향은 이렇게 다양하지..그의 녹록치 않은 경험담에 울고 웃으며 읽었는데 이런 경험치로 결국 그는 연희동 15평 아파트에 입주하며, 이 책에 담겨있던 그 경험들을 토대로 한 발짝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 이번 책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어 이번 신간이 더 기다려진다. 신간으로 고고!!
노년 밀착 취재기라고 할까. 노년에 대한 관심으로 노인을 취재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부제처럼 ‘살아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지만 노인이 되고 나서도 어느 정도의 나이까지는 본인도 노인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노년이라는 개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내 나이가 제일 믿기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체력만 문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본인이 노인임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백세 넘게 사셨지만 오랜 타지 생활로 마지막을 할머니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남아있기도 하고,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기도 하고, 한국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퍼센트를 넘었다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노년에 대한 관심이 커져 노년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최근 들어 노년 관련 책들이 전보다 많이 발간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많았는데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하는 언급이 가장 유의미하다고 여겨졌고 (노년에는 넘쳐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 노인 관련 여러 정보도 얻을 수 있어 뜻깊은 독서였다. 구체적인 노인의 삶을 알 수 있기도 했고 현재 노년 관련 국가 정책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저자는 주변에 노인이 없어 봉사활동을 통해 노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정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접근인 것 같았다. 소위 윈윈 전략. 생활지원사라는 직업도 있고 자원봉사로 복지관에서 전화상담봉사를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보니 누구나 노인이 되는데 노인관련 지식이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5세에 자전거를 배운 할머니도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80이 넘어 다리에 힘이 없어 더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었지만 15년 정도는 자전거 타는 맛을 경험했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가. 공식적으로 노인으로 인정받는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다니 대단할 뿐이고 본받을 만한 자세이다. 다치면 그 여파가 큰 고령의 나이에 자전거를 배울 용기와 실천력은 최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최근 들어 세대 갈등과 더불어 노인 혐오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혐오는 무지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우리가 노년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소위 몰라서 혐오가 생기는 것일 수 있으니 내 일이라고, 내 가족 일이라 생각하고 노년을 공부해 나가야겠다. 알차고 마음결이 고운 책.
#양창모 #아픔이마중하는세상에서 양창모 왕진의사 에세이. 이런 의사도 있구나 싶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 테지만 돈만 밝히는 의사들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이런 의사도 있다니. 자신의 기득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늘 부끄러워하며 관계 속에서 보람을 찾고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행동하는 아니 왕진하는 의사 양창모. 연봉을 반도 못 받는데도 일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제서야 대단하다고 추켜세운다는 이야기가 십분 이해되었다. 손해를 감수해서 지방왕진의사직을 수행해야 그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씁쓸한 현실. 나도 그를 대단하다고 추켜세우지만 막상 나보고 선택을 하라고 하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은 행동‘이라는 외침, 지역의사제도 도입, 가족을 간병하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한 그의 입장과 태도 모두 매우 인상적이었다. 공공의료 확립이 고령화 시대 대한민국의 큰 화두 중 하나인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