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다. 문체가 매우 시적이다. 단순한 단문이 계속된다. 운문 같기도 하고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부조리극을 읽는 느낌도 나고. 폐허가 된 땅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는 이야기라 특별한 사건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데 끝까지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계속되는 그 긴장감이라니. 극단의 상황-폐허가 된 땅에 가진 건 전혀 없고 그들을 해치려는 무리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을 단순하고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다보니 극도의 긴장감이 느껴지고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인류멸망 이후의 상황,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사랑이 멋지게 묘사되고 있다. 그들의 대화는 어찌보면 아무 의미없는 대화이고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거짓말이라도 나누는 정도의 대화이지만 그들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 한 켠이 쏴아 해진다. 결말도 참 마음이 아픈데 결국 부모는 자식을 황무지에 남겨놓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서서히 죽어가면서도 아들을 극진히 돌보는 그 아버지라니. 우리 모두는 결국 고아였던 것이고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였던 것인가..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코맥 매카시. 이런 거물을 몰랐었구나.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문체, 메시지 모두 강렬하다.
처음에는 좀 실망스럽더니만 뒷심이 좋아 금방 읽을 수 있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이렇게 적당히 경쾌해 그리 인기를 얻었구나 싶다. 크라임 픽션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장르인데도 말이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가구들까지 다 팔아버리고 천만원 벌려고 범죄자를 찾아다니는 엉뚱한 여주인공 스테파니 플럼(성이 자두라니 큭큭)이 좌충우돌하면서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재밌다. 뭐 결국 해피엔딩일 거라는 걸 아니까 더더욱 마음놓고 읽을 수 있다. ㅎ 그녀의 사생활 얘기도 재밌을 것 같다.
현상금 사냥꾼 스테파니 플럼은 여전히 좌충우돌이고 사건들은 나름대로 심각하고 로맨스도 있고. 삼박자를 갖추었다. 1권이 1994년에 나와서 카폰이 비싸니 자주 쓰지 말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8권은 세월이 흘러 2002년에 나와서 셀폰에 프리페이드 폰도 나오더라. 차종도 바뀌고.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변해가는 세상사가 보일 것 같다. 이렇게 읽어도 재밌고 저렇게 읽어도 재밌구나.
스테파니 플럼에 중독되어서 또 읽다. 나같은 두서없는 독자들을 위해 이전 이야기들이 간간히 나오니깐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스테파니와 모렐리, 레인저 간의 삼각관계나 각각의 캐릭터, 계속되는 사건 사고와 그 해결 방법 등이 반복이 되니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사건이 계속 꼬이다가 확 해결이 되면 후련하긴 하다.
종횡무진 책읽기 이번엔 4권이다. 완전 중독. 다른 책을 읽으려고 했었는데 이 시리즈에 익숙해져서 집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별로 안 들어서 그런지 계속 읽게 된다. 4권도 다름없이 엽기적인 사건에 엉뚱한 여주인공 플럼. 4권은 모렐리와의 로맨스도 많이 나온다. 레인저보다는 모렐리가 좋은데 나중에는 레인저하고도..결국 항상 남자가 사건을 해결해주거나 도와주는 경향이 있어 좀 거슬리지만 왜 이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신기하다. 꽤 인기있을 것 같은데. 영화나 드라마로는 이미 너무 진부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