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읽기는 계속된다. 후디에서부터 손톱깎기에 이르기까지의 물건들을 고르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잡지 에디터답게 트렌디하면서도 자기만의 심지가 있다. 속세의 물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일인이지만 물건을 제대로 사고 가꾸어 제대로 지니는 사람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도 재미있다. 참으로 세속작인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 맛나다~~
종이책으로 읽다가 오디오북으로 마무리하다. 잡지 만들기의 모든 것이라고나 할까. 프롤로그에도 나와 있듯이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인이 무슨 일을, 아떻게 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이 직업을 꿈꾸는 이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인터뷰 등의 내용까지 담겨있다. 결국은 에필로그에서 잡지 에디터가 되지 말라는 충고를 하기 위해 이 책을 만들 결심을 했다고 하지만 잡지 편집이라는 아니 잡지라는 매체에 대해, 그 매체를 다루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데 왜 오디오북에는 에필로그는 없을까?)
박찬용 작가에게 꽂혀 밀리의 서재를 뒤져보니 그의 대부분의 저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고른 책이 바로 이 책. 세속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내용이 매우 세속적이라 재밌다. 2016년 당시를 반영해 2020년에 수정 출간했는데도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 놀랍다. 상당히 트렌디한 주제라 금방 유행이 지나 버릴 것 같았는데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출중한 것인가. ‘잡지의 사생활‘을 종이책으로 읽다가 말고 이 책을 먼저 다 읽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듣고 읽고 하면 한 권 뚝딱이 금방인데 특히나 이런 세속 에세이는 재미있어서 더 빨리 읽을 수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에서 인기있던 것이 책으로 만들어지고 그걸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책으로 읽게 되는 요지경 세상.
갑자기 겨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와중에 남금탐험기를 읽었다.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 그는 당당히 말한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남극에 다녀온 것이라고. (문득 나도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뭔가 떠올려 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없어 보였다. ㅠㅠ 계속 생각해 봐야할 듯. 그런데 없을 것 같다. 공수레공수거이니. 조용히 태어나 조용히 사라져야지 뭐. ㅠ)여행이 보편화되었다는 말도 식상해진 요즘, 어디나 방안에서 구경할 수 있게 된 요즘 그래도 남극은 차원이 다른 곳이긴 하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유일하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으로 남아있는 곳이 남극같았다. 각자 다양한 이유로 남극 탐험을 신청한다는데 작가는 다르게 살기 위해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 남극에 다녀온 듯하다. 펭귄을 직관하는 장면만 부럽지 다른 것들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추위에 극도로 민감해 남극이라는 곳에 인간이 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이기에 매우 이색적으로 읽힌 책. 작가는 글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간다. 그곳이 남극일지라도. 대단한 열정이다. 펭귄 묘사가 정말 귀여웠다. 마지막 펭귄 사진들도..빙하 사진도 멋지고..남극 넘사.